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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Dec 26. 2020

사랑하는 이를 위한  소박한 정성

행복을 추구하는 간소한 삶

항상 신랑의 퇴근 시간이 늦어 새벽 1~2시쯤 잠을 자게 되는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이 든다. 그는 늘 나에게 먼저 자고 있으라고 전화를 해서 말을 하지만 그가 퇴근해서 현관문을 열 때 내가 문 앞에서 그를 맞이하며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고 말을 하면 그가 행복해 하기에 나는 하루 종일 아이의 공부를 도와주고 집안 일과 나의 글쓰기를 해서 피곤하지만 그가 올 때까지 잠을 자지 않고 그를 기다린다. 나도 크게 아프기 전에는 한 회사에 소속되어 일을 오랫동안 해 보았기에 그가 회사에서 겪을 일들과 업무의 힘듦을 알아서 집에 올 때만이라도 그의 마음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은 나의 작은 바람이다.



내가 서른아홉에서 마흔 살이 될 때 나는 건강을 크게 잃었었다. 어쩌면 그때 초등학생인 내 아이의 미래에 내가 계속 함께 할 수 없게 되는 그 현실이 너무 무서웠고 내가 믿는 "신" 을 원망하며 나는 그 시간을 함부로 사용하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던 나는 늘 나의 마음과 어떤 상황에 대한 기록을 끊임없이 해 와서 대단하지는 않지만 나의 습작과 메모들이 많았었는데 나의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이 꼭 신이 나에게 벌을 준다고 생각했던 나는 미니멀 라이프를 핑계 삼아 내가 소중하게 아끼던 나의 보석 상자와도 같았던 습작과 메모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갈기갈기 찢어서 모조리 가져다 버렸었다. "병상일기" 이따위는 정말 쓰고 싶지 않았다.



대학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던 나는 의사 선생님의 말조차도 잘 듣지 않아서 매번 나의 주치의 선생님께 혼이 났다. 말을 안 듣는 미운 네 살처럼 또는 청개구리 아이처럼 나는 나의 인생에 화풀이를 하고 있었다. 지루하고 어려웠던 그 3년이 넘는 시간을 내 옆에서 조용히 늘 나의 "화" 와 "원망"을 받아주며 나에게 용기와 응원을 보내고 젊은 시절의 열정적인 사랑은 아니지만 변함없이 따뜻하고 지속적인 사랑을 나에게 항상 주었던 신랑이기에 나는 그에게 작은 행복을 주고 싶어서 그가 퇴근해서 집에 오는 그 시간을 기다린다.



요즘에는 내가 잠을 불규칙하게 깨서 이른 아침에도 일어나지만 평소에 나는 늦잠을 자고 그가 먼저 일어나 조용히 출근 준비를 하면서 내가 하루 종일 마실 커피를 정성껏 준비한다. 그는 원두를 갈아서 직접 커피를 내리고 연두색의 작은 텀블러에 담아 놓는다.




신랑이 원두를 갈아서 에스프레소로 내려준 커피 & 연두색에 텀블러에 담아놓은 커피




에스프레소로 내려놓는 것이라서 나는 우유를 넣은 라떼로 또는 아메리카노를 선택을 해서 하루 종일 그가 만들어 놓은 커피를 마신다. 서로 물리적인 거리감으로 하루를 살아가지만 그가 나를 위해 정성껏 마련해 놓은 커피로 인해 나는 하루를 보내면서 나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든다.



여행지에서도 그는 이른 아침에 산책 겸 나가서 내가 마실 커피를 그곳 카페에서 꼭 사 오곤 했다. 내가 아침에 눈을 뜨면서 찾는 것이 커피이고 또 그걸 아는 그는 그곳에서도 인스턴트커피보다는 원두커피를 챙겨줬다. 유럽에서 조금 긴 여행을 할 때도 그는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나의 커피를 아침마다 정성껏 챙겼다.



누군가를 위해 꽃집에서 꽃을 고르거나 작은 음식을 마련해 놓는 것은 어떻게 보면 소박해 보이고 평범한 일상으로 생각이 된다.



하지만 그 누군가를 위해 계속되는 반복이고 변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건 "정성이 들어간 마음" 이다.



마음이 들어간 선물은 그 어떤 선물보다 의미가 있다. 가격이 나가는 선물만 좋은 것이 아니라는 걸 나는 간소한 삶을 추구하면서 더 잘 알게 되었다.



오늘도 신랑이 변함없이 아침에 커피를 내린다. 커피 향이 마치 커튼을 두른 듯 거실을 포근하게 감싸 안고 나는 행복한 마음이 든다.



여행지에서 사 온 머그컵




여행지에서 사 온 컵 중에서 내가 아끼는 컵 하나를 특별히 꺼내서 그가 내려준 커피를 담았다.


이 컵은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에 공항의 면세점에서 구입한 머그컵인데 런던의 분위기를 잘 표현해 주기도 하고 런던을 떠나기 직전에 내 손에 들어온 컵이라서 그런지 더 마음의 애착이 가는 머그컵이다.



여행지에서 평상시에 사용할 수 있는 소소한 물건을 기념이 되게 사 오면 큰돈을 들이지 않고 일상에서 사용하는 동안에 여행지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는 의미가 없어도 그 추억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소중한 물건이 되기도 한다. 간소한 삶에서 사치를 부리는 나의 소박한 일상이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정성껏 내려주는 커피를 마시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나를 생각해 주는 누군가의 마음의 힘" 으로 오늘 하루를 잘 보내게 된다면



"사랑하는 이를 위한 소박한 정성" 이 정말 작은 정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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