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되는 맛
세면대 거울에 덩그러니 뜬 얼굴 가운데 세로 선 두 개가 진하게 그어져 있습니다. 밤새 얼굴을 잔뜩 찌그러트렸나 봅니다. 잠 깨며 유난히 몸이 찌뿌둥하다 했는데 몸이 앓았지 싶습니다. 격하게 운동을 한 것도 아니요, 힘든 육체노동을 한 것도 아니오. 몸을 고되게 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왜 이러지 싶어 행적을 되짚어봤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주 내내 패스트푸드, 슬로우푸드, 정크푸드 가리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많이 먹어 탈이난 것 같습니다. 인스턴트 커피우유 두, 세 팩에 빵을 한 보따리, 두보따리, 달디단 과자에 짜고 매운 떡볶이에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도, 먹고 배가 불러도 먹었습니다. 위장 부근이 뻐근하고, 명치부근 살은 꼬집힌 듯 아픕니다. 위장이 쉼 없이 시달려 부근까지 부하가 났습니다.
오장육부는 다 연결되어 있고, 먹는 것이 그 사람을 이룬다 했으니 온몸이 아프고 피로한 건 인과응보입니다. 필요한 것보다 넘치는 연로를, 그것도 저질로만 골라 어거지로 넣었으니 제 때 쓰이지 못한 양분이 몸속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부작용을 일으키고 다녔을 겁니다.
입 안에서는 천상의 맛, 마음을 솜사탕처럼 부풀게 했던 것들이 몸속에 들어가 독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반성하고 해독하고, 약이 되는 것만 먹을 것인가 하면 그건 자신 없습니다. 우야든동 독보다 약을 선택하는 빈도를 늘려가고, 소식이란 단어를 자주 떠올리려 노력해 보는 수밖에요.
근데요, 3월까지는 맘껏 먹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