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무게
어느 때인가부터 친구들을 만나면 부모님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이제 연세가 있으시니 질병 한 두 개 정도는 앓고 계시고, 사회적으로도 은퇴를 하셨거나 은퇴를 곧 앞두고 계신 경우가 많습니다. 챙김 받던 자식에서 부모님을 챙겨야 하는 자식으로 역할이 바뀌는 시기가 왔습니다. 대화는 부모님의 질병관리, 수술, 병원 진료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자식으로서 드는 걱정과 어려움으로 이어집니다.
부모님께서 약을 잘 안 챙겨 드시거나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건강 관리에 소홀할 때, 걱정스러운 마음에 화가 나고 잔소리를 하며 짜증도 내게 됩니다. 부모님이 오래도록 건강하시기를 바라는 마음과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주는 두려움이 동시에 듭니다. 부모님의 희생과 돌봄은 날름 받아먹어 놓고, 그에 비하면 아주 작은 시간과 관심을 들이는 것에 귀찮아하고 부담스러워하는 제 모습이 참 이기적이고 못났습니다. 나이만 수북이 쌓았지 마음은 그만큼 키우지 못했나 봅니다.
저도 부모님의 나이가 될 테고, 어쩌면 지금 부모님은 미래에 만나게 될 저의 모습일 테니, 내가 나를 하듯 너그럽게 지금보다 다정하게 바라보고,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사이좋게 지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