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물거림과 변화
읽고 있는 책에서 '꾸물거림'은 인생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고, 잠재력을 펼칠 기회를 좀 먹어 현재에 안주하게 한다고, 더 나아질 수 있는 길을 스스로 닫는 몹쓸 습관이라고 꾸짖었습니다. 어제 잠들기 전에 책을 읽었을 때는 각성이 될랑말랑 했었는데, 몇 시간 뒤 잠에서 깨어날 때 '꾸물거림'은 자동으로 발동되고 말았습니다. 알람이 울리자마자 벌떡 일어나 바로 이불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은 저는 존경합니다. 제가 가지지 못한 강인한 결단력이 느껴진달까요.
저는 '꾸물거리'는 사람입니다. 좋게 말하면 신중함이고, 주변사람들에게는 답답한 우유부단함으로 비칠 성격을 가졌습니다. 새로운 일이 다가오면 얻게 될 것보다 잃게 될 수도 있는 것들을 먼저 따져봅니다. 그러다 보면 기대수익보다 기회비용이 한없이 커져서 아무것도 안 하는 편을 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런 성격이 게으름과 결합하면 볼품없고 쓸모없는 바윗덩어리가 됩니다.
속까지 무던한 돌덩이가 되면 고민할 것도 없이 바위인 채로 살면 그만일 텐데, 스스로 바위가 되고도 못마땅해서 속에서는 마그마가 부글부글 끓습니다. 가족들을 떠올려보면 새로운 일을 벌이고 도전하고 행동하고 보는 '저질러'인자가 풍부합니다. 그렇다면 저에게도 '저질러'성향이 없지는 않을 텐데, 개수가 모자란 건지 농도가 옅어서 농축되는 시간이 필요한 건지, 아니면 가족들의 '저질러' 사건들을 보고 질려서 사라져 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가 답답하다고 느끼니 '꾸물거림'이라는 단어가 와닿았을 테고, 이는 변화의 전조이니 곧 제 일상에 변화가 생기지 싶습니다. 마음속 마그마에 집중해야겠습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저질러'인자를 발현시키게 될지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