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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원 Sep 28. 2023

목포에서 인터뷰하고 여행하며 마음이 튼튼해졌습니다.

4주간 인터뷰 20곳, 주말마다 남도여행_에필로그

목포에서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다.

4주간 목포 원도심에 위치한 가게 20곳을 찾아다니며 섭외하고, 인터뷰하고, 글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에디터 6명, 포토그래퍼 1명, 120곳의 이야기가 모였다. 주말마다 떠났던 여행은 5개의 콘텐츠를 남겼다.


하루에 하나씩 섭외ㆍ인터뷰ㆍ글을 써야 하는 일정에 몸과 마음이 쫓겼다. 섭외거절에 일순 추락한 의지를 끌어올리지 못해 바닥에서 허우적댄 순간도 여럿. 그런데 말입니다. 앞길이 막막하다가도 사장님과 마주 앉아 얘기를 듣다 보면 요상히도 기운이 났다. 좋아하는 걸 이야기하는 사람의 표정은 이런 거구나, 돌아와 글로 정리하면서 그 부분을 만나면 한번 더 기분이 좋았다.


인터뷰의 첫 시작은 '가게이름의 의미와 짓게 된 계기'였다. 1945년부터 3대를 이어온 가게도 이제 6개월 차에 접어든 가게도 가장 처음으로 돌아간다. 그냥은 없다. 가게 이름에는 목포의 역사, 사장님의 지난 삶과 꿈, 시작을 앞둔 사람이 가졌을 법한 설렘과 걱정, 복합적인 사정이 녹아있다.


녹록지 않은 자영업의 길, 날로 팍팍해지는 경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을 성실히 살아가는 사장님에게 운영철학을 물으면 처음엔 그런 거 없다, 생각해 본 적 없다 하시다가도 좋은 음식, 건강한 식재료, 편안한 공간을 만들기 위한 타협 없는 노력을 말씀하실 땐 눈빛이 달라졌다. 단호한 자부심을 느꼈다.


시그니처 메뉴를 물으면 하나가 둘, 셋으로 늘어나곤 했는데 사장님에게는 어느 것 하나 애정 없는 메뉴가 없을 테니 그 마음을 알 것도 같아 모두 받아 적었다. 김밥 하나에 든 시행착오의 시간과 고민, 정성을 듣고 나면 꼬다리 하나도 남길 수가 없다.


'사장님, 목포의 자랑은 뭘까요?' 가게 얘기에 반짝이던 사장님들이 고민에 빠지는 순간이다. 음- 아마도 거창하고 화려한 걸 꺼내야 할 것 같아 그러셨던 것도 같다. 고민 끝에 꺼낸 말은 '그냥 목포 있는 그대로가 좋아요. 뭐가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편안함을 주거든요. 나로 있는 그대로 살아가도 괜찮은 곳이에요'



목포에서 나고 자란 사람, 타지에서 목포로 온 사람, 목포에서 태어났지만 타지로 떠났다 다시 돌아온 사람. 목포사람들은 목포가 살기 괜찮은 곳이라 했다. 유달산 일등바위에서 바라보는 다도해 노을과 도시의 야경이 공존하는 곳이라 좋고, 물산이 모이는 곳이라 맛난 음식이 많아 좋고, 정감 있는 사람 사는 동네가 좋다고. 나도 그런 목포가 좋았다.



어느 사장님이 그러셨다. '민어를 진득하게 푹 고아 먹으면 한 해를 보상받는 것 같아요. 맛 자체로만 보면 우럭, 송어에 밀리지만 담백함이 일품이든요. 뜨거운 여름에 한 그릇 먹으면 보양이 돼요.' 나에게 목포는 여름 끝지락에 진하게 고아먹은 민어지리였는가 싶다. 담백한 목포에서 한해의 고단함을 잊을 만큼 마음이 튼튼해져서 돌아왔다.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 좋은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dwv_official & @localroot.co



*쿠키 덧글

엄마 내가 목포에서 이러저러 요모조모 이러쿵저러쿵 엄마 엄마 냉탕 가지 말고 내 얘기 좀 들어보소~ 엄마 팥칼국수? 목포에 팥쉐이크가 있는데~


"그래그래 목포맛이랑 어떻게 다른지 먹어봐 얘기만 하지 말고"


졸졸졸 목욕탕, 시장, 식당 따라다니며 조잘대는 모든 이야기는 목포로 귀결됩니다. 곧 엄마 귀에피가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당분간은 목포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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