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 자력갱생
자려고 누웠는데 문득 과거 일터에서 근로계약을 두고 겪었던 불합리한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첫 정규직 채용이 되었던 곳에서 세부 내역이 쓰이지 않은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한 뒤에 월급여를 사전에 협의했던 금액보다 현저하게 낮게 책정하고, 사전 협의나 양해 그 어떤 설명 없이 결정을 고지했습니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찾아가 이유를 물으니 '형평성'을 들이대며 이해해 달라 했습니다. 평직원은 저 한 명인데 형평성의 기준은 무엇이며, 왜 가장 낮은 직급의 가장 적은 급여를 받는 제가 뭘 위해, 무엇을 이해해야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당시 그만둘 용기를 내지 못했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간 자리였고, 주변에서 3년은 버텨야 경력직으로 이직이 수월해지니 참으라 했습니다.
그때 그 시절 하루하루는 참 귀한 것이었는데, 저 자신조차 저를 귀하게 대접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싸우더라도 내 권리를 찾고 제대로 인정받겠다는 기세는 없었고. 괜히 주눅이 들어 뭐든 하다 보면 배우는 게 있겠지, 나아지겠지, 알아주겠지 하는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상황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는 사이 타인이 평가하는 나의 가치를 그대로 내면화했습니다.
불합리한 상황을 바로잡는 대신 자기 합리화로 제 자신을 끼워 맞추고 불편함을 애써 외면한 채 그렇게라도 안정감을 찾으려는 저의 오류는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에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이번에도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또 오롯이 손해를 감당하게 됐습니다.
'다시는 계약서 작성 전에 일부터 시작하지 않겠다!' 다짐합니다. 효력이 얼마나 있는 다짐일지 확신은 들지 않습니다. 그보다 중요한 건 제 할 말 똑똑히 하며 제 권리 야무지게 찾는 본체 업그레이드일 테니까요.
제가 제 가치를 스스로도 인정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해서 다른 사람들도 저를 그렇게 보는 걸까요?
자체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얼마간 자뻑이 필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