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레스토랑
오늘 하기 싫어 미뤄뒀던 일 세 개를 완료한 기념으로 맛있는 걸 먹으러 갔습니다. 뭘 먹어야 한껏 보상받는 느낌이 들까? 고민고민한 끝에 파스타로 결정했습니다. 너무 여러 가지를 생각하다 보면 엉뚱한 답이 나올 때가 있는데, 오늘 크림 파스타가 그런 경우입니다. 크림 파스타는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조차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선호도 하단에 있는 음식인데 오늘은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의심해 보건대 근래에 본 영상에서 비슷한 음식이 나온 것이 무의식에 긍정적으로 기억되었다가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어찌 되었든 보상심리를 꽉 채워주는 저녁식사를 하고 싶었던 저는 주변에 있는 유명한 파스타집을 검색해 리뷰까지 꼼꼼히 읽으며 맛과 양, 분위기까지 고르게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는 한 곳을 찾아냈습니다. 고심 끝에 선택한 메뉴까지 마음에 담고서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오후 늦게 내리기 시작한 비의 영향인지 가게 안을 한산했습니다. 덕분에 기다림 없이 자리를 잡고 미리 생각해 두었던 청양고추가 들어간 빠네 크림파스타를 주문했습니다.
크림소스가 흥건한 접시 위에 얹어진 동그란 빠네 속에 가득 채워지다 못해 흘러내리는 파스타면과 크림소스, 맨 위에 얹어진 계란 노른자와 소복이 쌓인 눈꽃치즈, 노릇하게 구워 얹어 놓은 빵 뚜껑과 속살, 접시 가장자리에 뿌려진 파슬리 가루와 새싹 채소까지. 어디서부터 먹어야 할지 난감할 정도로 보기 좋고 양이 대단한 음식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요리조리 살피며 맛을 보려는데, 어디선가 접시가 깨질 듯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다른 손님들이 떠나고 저 혼자 식당에 남은 시점에는 주방 바닥을 솔질하는 소리까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시간이 8시경으로 식당 마감까지는 한참 남았는데도 곧 문을 닫을 것처럼 정리와 청소를 했습니다. 처음 식당에 들어섰을 때 잔잔하게 들려오던 음악소리가 소음에 묻혀 들리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나중에 보니 접시가 깨질 듯 부서지는 소리는 직원이 도자기 접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무심히 쌓고 던지듯이 내려놓으며 생기는 소리였습니다. 불안을 자극하는 소음, 부산한 분위기에 음식 식는 속도보다 빠르게 입맛이 달아났습니다.
보기만 해도 흡족했던 음식에 대한 인상은 너무 느끼하고 뻑뻑하고 다시는 찾지 않을 음식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불안불안 조마조마한 분위기에 신경이 예민해진 탓인지 속이 좋지 않아 집에 돌아와 소화제를 먹었습니다. 음식, 서비스, 분위기를 기대하며 찾아가 적지 않은 금액을 내고, 시간을 들였는데 대실망입니다.
물건 부딪치는 소리에 한참 시달리고 나서 얻은 교훈이 있습니다. 물건을 다룰 때 신경질적인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