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송 빨래의 날
날씨가 하루의 기분을 정해주기도 합니다. 며칠 흐린 날을 보내다가 환하게 빛나는 아침을 맞으니 뭐라고 해야겠단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마음을 흘려보내면 여느 때와 비슷하게 늘어지는 주말을 보내게 될 것 같아서 마음이 바뀌기 전에 후다닥 세수는 건너뛰고 옷만 갈아입고 쓰레기를 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쓰레기 버리고 편의점에 들러 좋아하는 음료수도 샀습니다. 오늘 뭘 할까? 궁리하며 집에 오는 길에 코인세탁소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들어가서 살펴보니 바로 쓸 수 있도록 비어 있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었습니다. 그때 오늘의 할 일을 정했습니다. 겨울옷&이불빨래. 더위와 추위가 오락가락하는 통에 겨울 옷과 이불을 정리하지 미뤄두었었는데 드디어 날이 되었습니다.
집에 가서 이불, 옷을 커다란 가방에 담아 양손 가득 챙겨 나왔습니다. 27kg 세탁기 두 대에 넣고 세탁실행. 집에 돌아와 따로 분리해 둔 소소한 옷가지 세탁실행. 빨래의 날입니다. 세탁을 하는 동안 설거지, 방청소, 욕실청소, 겨울옷 정리, 여름옷 정리. 앉았다가 일어났다가 요리 갔다가 조리 갔다가 자그마한 집 안을 수백 번 오갔습니다.
청소 중간에 코인세탁소에 가서 세탁된 이불을 꺼내 건조기에 넣고, 집에서 세탁한 빨래는 널고, 청소하다 보니 빨래거리가 생겨서 또 세탁하고, 집에 돌아와 청소하다가 건조기 종료시간 맞춰 코인세탁소 가서 빨래 찾아오고, 찾아온 빨래정리하고, 덜 마른 겨울옷은 구둣주걱으로 빵빵 쳐서 옷걸이에 걸어 말리고. 살림은 끝이 없습니다.
쓸고 닦고, 안 하던 방걸레질을 하니 손목이 다 시큰합니다. 그 옛날 세탁기, 건조기, 청소기 없던 시절은 얼마나 혹독했을지 상상도 안 됩니다. 무한루프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빨래와 청소가 다행히 해지기 전에 일단락되어 밥 먹고, 씻고, 편안히 누워 글을 씁니다. 뽀송한 이불에 누우니 기분이 좋습니다. 적당히 노곤한 것이 꿀잠 예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