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끝자락. 무더웠고, 느긋했고, 실컷 자고, 양껏 먹으며 안온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제와 마음에 걸리는 건 스스로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웠으나 가족들에게는 다정하지 못했던 점 입니다. 특히, 엄마에게.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아진다는 엄마의 말에 점점 무신경하게 반응했습니다. 사소한 질문에 짜증을 내기도 하고, 주로 '싫어' '몰라' '안 먹어' 3종으로 대답을 했던 것 같습니다. 철딱서니가 참 없습니다.
엄마가 맛있게 드셨다고 자랑한 빙수가 있었습니다. 연휴 첫날부터 가보자 하셨지만 저는 빙수가 먹고 싶지 않아서 시큰둥했습니다. 연휴 마지막날, 엄마말 하나는 들어드려야 할 것 같아 다녀왔습니다. 너무 차고 달고 저는 입술이 다 파래졌지만 엄마가 맛있게 드셨으니 됐습니다.
더위에 약한 엄마와 추위에 약한 저, 적정온도부터 성격, 좋아하는 음식 등등 모녀지만 참 다르다 생각하며 카페를 나오는데 사장님께서 저더러 그러시더라고요. "따님이세요? 어머님이랑 닮으셨어요."
달리면서 생각해 봤지만 어디가 닮은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의 초점이 다른 부분만 응시하고 있는가 봅니다. 그래서 부드러운 다정이 아닌 거친 감정이 튀어나오는 걸지도요. 또는 사회생활 속에서 조여뒀던 눈치와 긴장을 걷어낸 편안한 상황에서 나오는 솔직한 감정표현일 수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