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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원 Sep 18. 2024

연휴 마지막 날, 엄마랑 빙수 먹기

추석연휴 끝자락. 무더웠고, 느긋했고, 실컷 자고, 양껏 먹으며 안온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제와 마음에 걸리는 건 스스로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웠으나 가족들에게는 다정하지 못했던  입다. 특히, 엄마에게.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아진다는 엄마의 말에 점점 무신경하게 반응했습니다. 사소한 질문에 짜증을 내기도 하고, 주로 '싫어' '몰라' '안 먹어' 3종으로 대답을 했던 것 같습니다. 철딱서니가 참 없습니다.


엄마가 맛있게 드셨다고 자랑한 빙수가 있었습니다. 연휴 첫날부터 가보자 하셨지만 저는 빙수가 먹고 싶지 않아서 시큰둥했습니다. 연휴 마지막날, 엄마말 하나는 들어드려야 할 것 같아 다녀왔습니다. 너무 차고 달고 저는 입술이 다 파래졌지만 엄마가 맛있게 드셨으니 됐습니다.


더위에 약한 엄마와 추위에 약한 저, 적정온도부터 성격, 좋아하는 음식 등등 모녀지만 참 다르다 생각하며 카페를 나오는데 사장님께서 저더러 그러시더라고요. "따님이세요? 어머님이랑 닮으셨어요."


달리면서 생각해 봤지만 어디가 닮은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의 초점이 다른 부분만 응시하고 있는가 봅니다. 그래서 부드러운 다정이 아닌 거친 감정이 튀어나오는 걸지도요. 또는 사회생활 속에서 조여뒀던 눈치와 긴장을 걷어낸 편안한 상황에서 나오는 솔직한 감정표현일 수도 있고요.


이렇든 저렇든 성숙질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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