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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원 Aug 04. 2023

정관사 'the', 부정관사 'a/an'의 뿌리

이야기로 배우는 쉬운 영어

사진: UnsplashClint McKoy


뿌리라고 하니 벌써부터 고리타분하게 느껴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번 단 한 번뿐입니다. 정관사 'the'와 부정관사 'a/an'을 이해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정관사 'the'


'the'는 이전에 언급한 대상이나 개념을 구체화할 때 사용합니다. 이런 비유가 맞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실생활에서 흔히 오가는 대화 중에


A "아 그거 있잖아 그거."

B "그게 뭔데?"


할 때의 '그거'에 해당합니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 알고 있는 대상이나 개념입니다. 다만 저 경우에 B의 속은 터지겠지만요.


the는 고대영어의 'þe'에서 유래합니다. '그것'을 의미하죠. 영어의 'that'과 쓰임이 일치합니다. 그러고 보니 생긴 것도 발음도 닮지 않았나요?


영어와 가까운 언어인 독일어에는 the에 해당하는 정관사가 16개나 있습니다.



영어에서도 이렇게 격에 따라, 수에 따라 정관사 the의 모양과 발음이 바뀌다가 문법적 성이 붕괴되며 중세영어 시기부터는 모든 성별에 대해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정관사가 '그것'을 가리키는 더 구체적인 예로는 프랑스어를 들 수 있습니다.


남성 단수 명사 앞에 오는 정관사 'le'를 예로 들면, le soleil(태양), l’être(존재)처럼 정관사로 쓰이기도 하지만, 'Je le sais(나는 그를 안다)'처럼 인칭대명사로 쓰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인도유럽어족의 관사는 특정한 '그것'을 가리키는 대명사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부정관사 'a/an'


영어의 부정관사에는 'a/an'이 있습니다. 영어와 가까운 독일어에는 부정관사 또한 12개나 있습니다.



다행히도 영어에서는 정관사와 마찬가지로 부정관사 또한 문법적 성이 붕괴되며 'a/an' 하나만 남게 되었습니다.


잠깐, 분명 'a'와 'an' 두 개인데, 하나라니요?


언어학에는 '이형태'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같은 형태소이지만, 모종의 이유로 다른 형태로 쓰이는 것을 말합니다. 기본 형태인 'a'와 별개로 모음 앞에서 나타나는 이형태 'an'이 있고, 각각의 발음은 강세가 올 때 ['eɪ], [ˈæn]로 나타나고 강세가 오지 않을 때는 [ə], [ən]으로 나타납니다. 뒤에 오는 단어가 자음으로 시작하는지, 모음으로 시작하는지에 따라 모양만 살짝 바뀔 뿐, 그 명사의 문법적 성이나 수, 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별개의 부정관사로 취급하지 않는 것입니다.


'the'가 'that'을 뜻하는 'þe'에서 유래했듯, 'a'는 대놓고 '하나'를 뜻하는 'one'에서 유래했습니다. 첫 형태는 'an'이었고, 발음이 약화되며 'a'가 된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건 그냥 어느 하나를 가리킬 때 씁니다. 'the'와는 달리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 아는 대상이나 개념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동화 '어린 왕자'에 빗댄다면, 자기가 사랑과 정성으로 키운 한 송이 장미(the rose)가 아니라, 어디에나 피어있는 장미 중 한 송이(a rose)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내가 사랑으로 키운 그 한 송이 장미(the rose)와, 어디에나 피어있는 장미(a rose),


이상 어원을 통해 살펴본 영어의 정관사와 부정관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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