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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원 Jun 04. 2024

2화: 복수의 검, 각성

잠부딥바의 중심부에 위치한 빛의 탑은, 밤이 되면 더욱 찬란하게 빛을 발했다. 마치 어둠을 몰아내려는 듯 탑 꼭대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도시 전체를 감싸 안았다. 그러나 화려한 불빛 아래에는 깊고 어두운 그림자가 숨어 있었다.


지훈은 빛의 탑 앞에 섰다. 거대한 탑은 수정으로 만들어진 듯 희미하게 빛을 발했고, 밤하늘의 별빛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탑 주변에는 다양한 종족들이 모여 있었다. 동물의 귀와 꼬리를 가진 수인족, 몸 전체가 금속으로 된 기계족, 그리고 등에 날개가 달린 천족까지. 마치 판타지 소설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이질적인 존재들이었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지훈과 같은 불안감이 서려 있었다.


지훈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탑 안으로 들어섰다. 탑 내부는 외부 못지않게 화려하고 신비로웠다. 벽면에는 알 수 없는 고대 문자와 기하학적인 그림들이 희미하게 빛을 발하며 새겨져 있었고, 천장에는 별자리를 닮은 빛들이 반짝였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지훈은 긴장된 마음으로 탑의 중심부에 있는 제단 앞에 섰다. 제단 위에는 검 한 자루가 놓여 있었다. 검은 칠흑 같은 어둠으로 뒤덮여 있었지만, 자세히 보면 희미한 붉은 빛이 칼날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 마치 억눌린 분노가 끓어오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것이 당신에게 부여된 능력, '복수의 검'입니다."


제로의 목소리가 탑 내부에 울려 퍼졌다.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지만, 동시에 슬픔과 연민이 느껴졌다.


"복수의 검은 타겟이 저지른 악행의 크기에 비례하여 데미지를 입히는 능력입니다. 악행이 클수록 검의 위력은 강해집니다."


지훈은 조심스럽게 검을 들어 올렸다. 검은 놀랍도록 가벼웠지만, 동시에 엄청난 힘이 느껴졌다. 검을 쥐는 순간, 지훈의 머릿속에 채린의 모습이 떠올랐다. 끔찍하게 살해당한 채린의 모습, 그리고 차에서 내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쉐도우의 섬뜩한 미소. 지훈의 눈빛이 분노로 타올랐다. 그의 손등에는 핏줄이 불거졌고,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쉐도우... 네놈을 반드시 찾아내서 죗값을 치르게 할 거다."


지훈은 이를 악물고 다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떨렸지만, 그 안에는 끓어오르는 분노와 깊은 슬픔이 담겨 있었다. 그는 채린의 복수를 위해, 그리고 잠부딥바를 위협하는 그림자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해 싸울 것이다.


지훈은 복수의 검을 힘껏 휘둘렀다. 검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기운이 제단을 감싸며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폭발의 여파로 탑 내부가 흔들렸고, 사람들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지훈은 폭발 속에서도 굳건히 서 있었다. 그의 눈빛은 더욱 날카로워졌고, 복수심은 더욱 강렬해졌다.


"이제 시작이다. 복수의 시간이."


지훈은 복수의 검을 쥐고 탑을 나섰다. 잠부딥바의 낯선 풍경이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화려한 도시의 불빛과 기괴한 생명체들,그리고 그 아래 숨겨진 어둠의 그림자. 하지만 그의 시선은 오직 하나, 쉐도우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복수의 검은 지훈의 손에서 붉게 빛났다. 마치 채린의 억울한 죽음을 기억하고, 그 복수를 돕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잠부딥바의 한 어두운 골목길. 쉐도우는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의 뒤에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고, 불길한 기운이 감돌았다. 낡은 건물 벽에는 핏자국이 흩뿌려져 있었고, 공기 중에는 썩은 내와 피비린내가 뒤섞여 역겨운 냄새를 풍겼다. 쉐도우는 잠부딥바에서도 악행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악의 정령들을 소환하여 사람들을 괴롭히고, 도시를 혼란에 빠뜨렸다.


"지훈... 네놈이 감히 나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어리석은 놈."


쉐도우는 지훈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잠부딥바에서 그는 더욱 강력한 힘을 얻었고, '악의 정령'이라는 무시무시한 존재를 소환할 수 있었다. 그의 눈은 탐욕과 광기로 번뜩였고, 입가에는 비릿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네놈의 복수는 실패할 것이다. 나, 쉐도우는 잠부딥바의 어둠을 지배하는 자다."


쉐도우의 웃음소리가 골목길에 섬뜩하게 울려 퍼졌다. 메아리처럼 울리는 웃음소리는 마치 악마의 속삭임 같았다. 하지만 지훈은 굴하지 않았다. 그는 복수의 검을 굳게 쥐고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의 심장은 쿵쾅거렸지만, 눈빛은 결연했다. 복수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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