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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연일 Jun 20. 2021

30세 백수로서의 마지막 일기(2)

변환점에서



<대학을 10년 다닌 여자> 매거진을 보신 분이라면 알 거다. 16살 때 기도하며 결심한 나를. 21살 때 전공을 바꾸기로 결심한 나를. 그 모든 선택의 순간에는 하나님이 계셨다. 30살의 이 순간에도 하나님은 여전히 함께 하신다. 오랜 시간 동안 이 길이 맞으면 나를 책임져 달라고 기도하고 있었는데, 이 길이 맞나 보다. 이 길을 가라시는 건가 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우리는 하나님을 과소평가하게 된다. 우리가 할 수 없으니까 하나님도 하실 수 없을 거라고 착각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건 명백한 오산이다.


몇 주에 그런 질문을 들었다. 기도 응답이 되지 않을 때는 언제인가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하나요? 나는 대답했다. 기도 응답을 하시지 않는 때는 없으신 것 같다고. 기도의 응답에 시간이 걸릴지언정, 아예 응답을 하시지 않는 때는 없는 것 같다고. 큰 기도의 응답에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작은 기도에는 늘 응답하신다고. 기도해 보고 전공을 바꿨으면서도, 준비하는 동안 상황이 열리는 걸 봤으면서도, 나는 대학에 있는 6년간 하나님께 되물었다. 내가 진짜 여기에 있는 게 맞냐고. 이 길이 맞냐고. 하나님은 그 기도에는 응답하지 않으셨다. 하지만 하나님은 매주 내 기도를 들으셨다. 진짜 힘들었을 때도 주일에 예배 가면 그렇게 나를 위로해주셨다. 내가 기도 응답을 듣지 못한 유일한 때는 내가 기도하지 않을 때였다.


나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송구영신예배 말씀 뽑기에서 늘 비슷한 말씀을 뽑았다. “여호와의 계명을 지키라.” 2년 연속으로 나왔을 때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3년이 되니까 나한테 정말 심각한 주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도대체 구체적으로 어떤 계명을 지키라는 건지 모르겠어서 당황스러웠다. 그때부터 지지부진했던 말씀과 기도를 다시 제대로 시작했다. 계명은 이것이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 여기서 나한테 이웃은 특히 가족이었다. 용서하기로 결심한 지는 몇 년 됐는데 다시 사랑하는 건 너무 어려웠다. 몇 년간 눈앞에 주어진 폭풍 같은 일들에 밀려 사랑하라는 계명은 나에게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지 오래였다. 하나님도, 가족도, 친구들도 힘껏 사랑할 수 없었다. 그래서 주신 말씀이구나 싶었다. 그 후로 예수님의 사랑을 달라는 기도를 많이 했다. 질질 짜면서.


2021년에는 드디어 다른 말씀을 뽑게 되었다.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됨 같이 네가 범사에 잘 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 (요한 3서 1:2)’ 갑자기 취직을 했다고 이런 글을 쓰고 감사를 드리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취직이 감사한 것보다도, 언제나 그랬듯 여전히 나와 함께 하신다는 것이, 그리고 내가 엄한 길을 가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원하시는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기쁘다.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고, 하나님이 기도를 응답하시지 않는 것 같은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찬양 2곡을 추천하고 싶다. <나의 기도하는 것보다>와 <주가 일하시네>(클릭하면 이동). 요 몇 달 사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찬양이었다. 주가 일하시네 찬양 앞부분에 이런 가사가 있다. ‘날이 저물어 갈 때 빈 들에서 걸을 때 그때가 하나님의 때’ 나는 그 부분에서 나이 든 이삭을 떠올렸다. 많은 가축과 너른 들판을 가졌어도 대를 잇는 가족 문제로 고통받던 이삭. 그러던 이삭은 말년에야 변한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더 깊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하나님 안에서 우리 가족도 언젠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다.


제발 그 어느 때든 하나님 앞에만 가기를.

그렇게 바라본다.


그리고 구독자분들께는 앞으로 30세의 직장인으로서 쓰는 세상 일기도 많이 사랑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씀드리겠다. 다른 이야기들로 찾아오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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