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외로움을 느끼는 날이다.
파란 하늘만 봐도 행복하고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날이 있는 반면, 집에서 나 홀로 저녁식사를 간단히 해 먹고 노래도, 유튜브도 틀어놓지 않은 채로 고독에 침잠한 오늘 같은 날이면 한없이 기분이 가라앉곤 한다.
작은 진동도 울리지 않는 핸드폰을 무의미하게 바라보다가 카카오톡에 들어가 오래된 지인들의 바뀐 프로필을 그제야 눌러본다. 아, 이 친구는 아이를 낳았구나. 엄마를 닮았네. 아, 이분은 이번에 여행을 다녀오셨구나. 이 오빠는 그때나 지금이나 그대로네. 사진 속 사람들은 외로워하는 나를 비웃듯 모두 행복하고 무탈해 보인다.
그게 잘못된 생각인 줄 알면서도, 몇 년간 동일한 연인 또는 배우자와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는 지인들의 사진을 보면 씁쓸한 자기 연민에 휩싸이게 된다. 나도 전남편과 계속 살았으면 아이를 낳았을까? 혹은 내가 다른 사람과 인연을 맺고 결혼했으면 어땠을까? 지금 남자친구랑 나는 계속해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까? 무의미한 공상에 불과한 질문들이지만 그것들은 꼿꼿한 나뭇가지가 되어 내 마음속을 찌른다.
물론, 행복과 불행은 영속적인 상태가 아니며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도 신나는 노래 한 곡이나 귀여운 고양이 동영상 하나에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걸 안다. 그리고 과거를 곱씹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가장 바보 같은 일 중 하나라는 것도. 나에겐 전화하면 언제든 다정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인간은 누구나 혼자며 어쩌면 그렇기에 다른 사람과의 소중한 시간이 주어졌을 때 진심을 다해 손을 내밀고 눈을 맞춰야 한다는 것도.
그러니까, 잠깐만 슬퍼하고 외로워하자. 그리고 귀여운 고양이 영상을 보고 솜털처럼 부드러워진 마음으로 깊은 잠에 빠져들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