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즉넉함 그 평화를 느끼며..
계절마다 명소를 잘 아는 지인의 소개로 가게 된 화엄사.. 기대보다 좋았다.
그날따라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그래서 더 좋았다.
내가 사는 세종에서 출발해서 거의 도착 전 잠깐 차를 세웠다.
이름 모를 집 텃밭에 누군가를 기다리 듯 수선화가 곱게 펴 있다.
시골의 마을 마을을 지나 목적지인 화엄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초록으로 완연히 물든
숲 속으로 내 몸을 보낸 지 20분 정도 지나면 목적지에 도달한다고 했다
절간에 이르기까지 과정에서 목도한 길가여기 저기에 난삽하게 야생화가 피어있었다.
간간히 숨어있는 수줍은 야생화를 보며 느린 걸음을 옮기었다.
할미꽃은 고개를 숙인 채 잎날개를 살포시 내민다.
이름 모를 야생화 새싹은 봄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옆에 흐르는 냇가에서 나는 물소리 반주에 바람에 살랑이는 새싹이 춤을 추는 듯했다.
꽃에 일부러 보라색을 그러데이션 되게 색칠한 듯 별꽃이 나를 반긴다.
테두리가 진하게 칠해져 있어 더욱더 도드라져 보인다.
보라색을 그리 좋아하진 않는데 이런 연보라색은 자연이 만든 작품이 아닐까
계곡물소리를 벗 삼아 데크 계단길을 걷다 보면 화엄사 팻말이 나온다.
낡은 철판에 안도현 님의 화암사라는 글도 반가웠고 소박한 절의 모습이 우리를 반긴다.
어떻게 이렇게 자연친화적으로 절을 만들었을까 싶다.
이끼가 껴서 원래 이 자리에 오랜 시간 존재해온듯한 계단을 오르며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보물 제662호인 우화루는 정면 3칸, 측면 3칸의 다포계 맞배지붕이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자연석 축대 위에 세워진 누각이다.
탁 트인 다른 사찰과 달리 우화루 좌측, 여염집 대문으로 들어가면 된다고 한다.
전북 사칠 화임사 극락전은 예전에 보물 663호였는데 검색해 보니 국보 316호라고 설명되어 있다.
우리나라 단 하나뿐인 아양식 구조인 극락전이다.
역시 오래되어 보이는 벚나무의 잎새가 곁들여져 풍미가 더해진다.
발길을 옮기다가 무심히 눈길을 주는 장면이 있었다.
오래된 돌 길 사이로 피어난 야생화의 생명력에 고귀함마저 느꼈다.
냇물에 꽃잎이 모여 어디론가 동행한다.
그냥 물에 흘러가는 게 있는가 하면 무엔지 아쉬워 바위에 걸쳐 앉아있는 잎도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약수 바가지도 가지런히 걸려있어 절간에 고요함을 더한다.
목어는 정말 사찰 화암사의 역사를 말해주 듯 잘 익어가고 있다.
이 오래된 대나무 기둥의 역할은 무엇일까? 물방울이 똑똑 떨어져 운치를 더한다.
튓마루에 걸려있는 연꽃에 문양이 너무 곱다.
어느덧 어스름히 하루의 끝이 다가오며 하산을 하게 되었지만 아쉬움이 컸다.
둘러보는데 맘만 있으면 10분도 안 걸릴 소규모지만
무념무상을 위해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문명의 이기를 던지고 그냥 작은 바위에 걸쳐 앉아
바람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곳이다.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곳 냄새가 강하게 느껴진다. 내 잔상에 고이고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