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06
친애하는 그대에게
조금 있으면 이곳도 첫눈이 온다고 합니다, 전 아직까진 그다지 춥지 않아 셔츠로 가벼운 출근을 하고 있는데 이것도 이제 며칠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곳이 겨울이 조금 더 가까이 왔을까요? 저의 오늘은 왠지 허한 시간이 많은 하루였습니다.
클래스들도 바쁜 마음보단 쉬 가볍게 여유로운 마음으로 진행하였고요.
아! 물론 오늘도 저는 지각을 하였습니다, 물론이란 말이 이제는 없어야 하는데 말이죠.
좋은 날씨와 시간은 제법 많은 이들을 불러들였고, 어디론 거 떠나는 길 위는 저의 출근길을 조금 더 길게 만들었네요, 이럴 때면 늘 고객님에게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조금은 늦은 클래스의 시작은 향긋하게 끝맺고 그 시간들을 차분하고 여유롭고 안정적이었습니다.
그러한 클래스가 끝난 후 여유시간이 남아 두 달 만에 빈 시간에 54번째 헌혈도 하였고요, 지금 두 개의 반창고가 작은 상처를 가리고 있고요, 누군지 모르지만 제 시간으로 생명에 도움을 준다는 마음은 늘 뿌듯하기만 하네요.
그러한데 왜 전 마음이 허할까요? 빈 마음이 순간 방심한 저에게 또다시 다가와 저를 삼키고 깊은 물속의 한 자리에 그렇게 저를 두고 있네요.
이러한 저의 삶의 시간은 대부분은 저의 뜻으로 채워지고 있지만 단 하나 채우지 못 한 그것이 오늘 더욱 선명하게 저를 헤아릴 수 없는 그 무엇처럼 마음 어딘가 샘솟은 그 온갖 감정들이 저를 쉼 없이 허하게 만들었습니다.
피곤함은 없었지만 쉬 행하지 못하였고 그 언젠가 그대가 보았던 의미 없던 눈길로 멍하니 시간을 채우던 그리 흘려보내듯 저의 그 감정이 오늘 또다시 왔습니다.
늘 무시하고만 싶었던 그 감정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흡사 수많은 생을 품고 무심히 흐르는 물처럼 감정은 많은 감정을 품고 흘러 어느새 저를 깊은 그곳에 잡아
허하게만 하였습니다.
단순한 저의 삶에 허함을 채울 방법을 몰라 오늘은 이렇게 푸념하듯 안부를 여쭐 뿐입니다.
뭐라 할 수 없는 마음에 죄송한 안부만 여쭙게 되어 송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