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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퓸힐러 이주용 Jan 3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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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작 그리고 스무 송이

새로움...

목표가 무엇인가요? 간혹 아주 좋은 기회가 올 때면 자연스레 이렇게 여쭈는 게 버릇이 되었네요.

하고 싶은 게 무엇이세요? 바라는 게 어떤 거죠? 이야기해주시겠어요?  

음,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생각하는 선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제가 늘 그렇게 살아와서 그런 거 같아요. 정말 부족한 게 많은 사람인 거죠.


향기를 만드는 일을 시작하면서 이루고 싶은 목표를 늘 생각하기에 다른 사람의 목표도 궁금한 건 고치기 힘든 버릇이 아닐까 해요.


향료학을 공부하면서 직접 향수를 만들 때가 되면 Floral note( =꽃 향료)만으로 향수를 만들겠다는 다짐.


새해가 시작하면 달력에 기념일을 써넣듯 처음 설정한 향료 코드는 늘 플로럴 타입이에요. 탑 미들 라스트 잔잔히 사라지는 시간 끝자락까지 꽃의 향기만이 가득한 그런 향수를 상상하면서 즐겁게 설정하는 거죠, 

그럼 왠지 즐거운 숙제를 하듯이 작은 작업실 테이블 위에 하나씩 고르던 향료를 바르게 줄 세우고 작은 유리병에 순서대로 정량을 하나씩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게 만들어요.  


그렇게 올해도 아 무건가가 아쉬운데 하며, 미완인 향수를 선반 위에 올려놓는 거죠, 선택한 향료 하나씩 다시 바라보며 20가지의 향료를 하니씩 다시 머리에 지워지지 않게 바라보며, 지난번 향기를 다시 바라보며 손목에 살짝 다시 그렇게 느끼면서요.


새로움은 좋은 거 같아요, 지난날 지친 나를 다시 채워줘서 그래도 다시 앞으로 갈 수 있게 해 주니까요. 


분명 어제는 많이 힘들었는데, 짜증도 나고, 답은 없고, 흔히 말하는 절망 넌 이해할 수 없는 거라고, 난 진짜 힘들어 그러니까 도와줘! 너만 힘든 거 아냐 나도 힘들어 자랑하듯이 이야기하는 푸념, 체념, 지치는 나의 모습에 성질나는 마음 덤덤했던 마음이 상대적 박탈감이 순간 터질 것 같은 순간들만 있었던 날들이...

세상이 싱숭생숭하네요, 분명 내일도 쉽지 않은 날일 거예요, 그리도 바보 같은 말이지만 도움이 될 거만 생각은 결코 아니지만 조금 더 그대가 이루고 싶은 목표로 한 발짝 더 나갈 수 있도록 응원할게요.

  

그래도 새로움이라는 단어가 종이 한 장만큼은 가볍게 해 준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하나씩 할 수 있는 만큼, 늘 이루고 싶은 향기를 찾아가는 저처럼 


천천히 길가에 핀 꽃을 보며.

 

흐르는 구름도 잠깐씩 보며.


보이지 않던 바람을 바라보길.


첫 시작 그리고 스무 송이

향기를 말하다...

탑 노트는 메이로즈프리지어 그리고 네놀리로 색색이 다른 꽃으로 아름다운 꽃다발을 생각하며 시작했어요, 노란색의 프리지어가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이면 좋을 거 같아서 조금 더 비율을 높였고요.


미들 노트는 늘 이 향수의 주인공이기에, 어떻게 꽃다발을 만들까 늘 고민했어요. 장미, 재스민, 일랑일랑, 은방울꽃, 라일락 꽃, 미모사, 아까시, 가드니아, 바이올렛, 수선화, 벚꽃, 등나무 꽃, 금목서, 튤립 이렇게 선택했어요.  조금은 많죠? 20가지 향료를 선택하고 자유로이 비율을 고민하고 결정하고 그 모든 게 세상 가장 향기로운 꽃 향기, 세상 가득한 꽃 향기, 하나뿐인 꽃 향기를 만들고 싶어서에요. 


여기서도 튤립수선화를 투톱으로 정하고 봄날의 사랑스러운 꽃 향기로 만들기로 했죠. 특히나 색색이 아름다운 튤립의 기억이 좋아서 튤립의 향기를 조금 더 향긋하게 올리게 되었어요, 정말 좋은 날에 우연히라도 튤립을 보게 된다면 잠시만이라도 가만히 바라보는 건 어떨까요? 그곳에 핀 꽃을 바라보는 당신은 분명 꽃 보다 더 아름다울 거예요, 분명   


라스트 노트는 라일락아이리스 튜베로즈(월하향)로 마무리했어요, 비율이 조금은 낮아서 지속력이 짧은 게 흠이지만 그래도 조금 더 진한 향기를 가진 향료들로 장식했어요, 봄날의 향기니까 조금은 짧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만들고 나서 들더라고요, 다음에는 조금 더 긴 여운이 지나가는 향수를 만들겠다는 다짐과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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