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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퓸힐러 이주용 May 14. 2020

퍼퓸힐러 향료를 말하다.

내가 쓰는 향료를 정리하면서

라임 Lime _ 탑 노트

술 한잔 못 하는 나이지만 꼭 한 번쯤 마셔 보고 싶은 몰디브!!


모히토나 가서 몰디브나 한잔할까? 엄청 자연스러운 대사가 떠오르는 그래서 나도 모히토보단 몰디브라 이야기하는 칵테일 상큼한 라임 과즙과 민트의 상쾌함이 소다수 가득 담긴 그리고 잘 모르는 술이 적당히 들어 있는 상상만 하는 걸 꼭 한번 경험해보고 싶다. 


내가 찾은 라임은 더운 멕시코에서 나고 자란 라임의 껍질에서 추출한 향료입니다. 알고 보니 멕시코 라임의 엄청 품질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요, 일상에 쉽게 접하지 않던 과일이라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써보면 써볼수록 라임의 매력에 중독되고 있는 거 같아요.


이제 조금 있으면 여름이 훌쩍 올 거 같아요, 그전에 좋아하는 사람과 재미있는 곳으로 놀러 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네요, 민속촌이나 에버랜드 로즈가든이라든지 아니면 잠실이라든지 마음만 가득하네요, 이런 마음으로 라임을 활용한 향수를 만들 때면 왠지 더 활기찬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거 같아요, 스위트 오렌지와 오키드(난 꽃) 여기에 튤립과 블루베리로 싱그러운 활력을 심으면 에너자이저처럼 지치지 않는 그런 향기들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이것들 말고도 체리 블러섬, 제라늄, 뱀부파인 우드, 티트리, 파인애플 수없이 떠오르는 향료들의 조합들에 라임으로 선명한 인상을 주면 왠지 모두 다 시원하고 넓은 들판에 이는 시원한 바람 같은 인상을 느끼게 되는 거 같아요. 


라임은 제가 쓰고 있는 향료 중 비 터(신 또는 쓴맛) 같은 인상이 가장 진한 향기예요, 그만큼 사용하기가 조금은 어렵기도 하고요, 자칫 다른 향료들과의 균형이 좋지 않게 만들어지면 그냥 라임만의 독특한 신 향기만 강하게 느껴져 꼭 식초처럼 느껴질 수 있거든요, 이건 천천히 다양한 비율로 샘플을 만들면서 만드는 사람만의 기준을 하나씩 확인하고 정해야 해결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음... 저의 경험을 기억하자면 전 시트러스 노트만 한 4개월 정도 여러 가지 비율로 만들면서 연습과 연구를 하였어요, 처음을 시트러스로 정하고 하루에 5~6시간 정도 퇴근 후 지하의 작업실에서 하루를 정리하면서 천천히 만들었던 거죠.


물론 모두 다 저처럼 할 수는 없죠, 그래서 이렇게 저의 경험을 글로써 남기는 것이고 저의 경험을 공유면서 그 과정을 단축하려는 것이죠. 


이러한 모습에 스스로 뿌듯한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거 같아요. 이렇게 어느 정도 정리하면서 지금 천천히 준비하고 있는 것이 저의 공방에서 영상을 찍어 조금 더 가깝게 전달하는 건데 쉽지가 않네요, 다음 주나 다다음 주 주중에 시작해서 꾸준히 하고 싶은데 혼자서 하려다 보니 실수도 잦고 더디면서 뭔가 답답한 마음이네요, 이럴 때 라임의 향기가 저에게 충전제인 거 같아요, 잠깐만 착 향 해도 진한 커피를 마신 것처럼 심장이 다시 뛰면서 무언가 기운이 나니까요. 근데 이거 괜찮은 건가?


취향이 겨울 향수인 분들이 공방에 많이 찾아오시는데 그 취향 그대로 여름에도 편안하게 쓸 수 있도록 만들어 드리는 게 저의 사명인데 그것을 해결할 방법의 하나가 이 라임이에요, 일단 겨울에 쓸 수 있는 진하게 잔잔하면서 약간은 거친 분위기가 특징인 우디 향수에 라임으로 더 가볍게 하면 전체적으로 조금은 투명하게 바뀌는 효과가 있어요, 탑 노트 향료의 특징이 빠르고 가벼운 발행 감은 상대적으로 매우 무거운 우드 노트들의 향료들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려(=lifting) 주면서 무거운 인상까지도 가볍게 느껴지게 하여 주는 것이죠, 메 마린 듯한 향기가 강한 드라이 우드 노트들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향수들에 시트러스 노트를 넣어서 텁텁하거나 답답하게 느낄 수 있는 향기만 옅게 만들고 나무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최대한 방해하지 않는 방법의 하나가 라임이니까 기억하면 좋을 거 같아요.


또 하나 포근한 인상과 따스함을 가득 머문 파우더라 한겨울 향수도 여름에 쓸 수 있게 라임으로 변화를 줄 수 있어요, 파우더라 향료의 대표 격인 엠버는 꼭 베이비파우더의 향기 또는 파운데이션의 향기 같은 것이 특징이에요, 여기에 머스크와 바닐라 또는 통카 넛 아니면 재스민이나 미모사, 아이리스, 라다덤 같은 향료의 비율이 높은 것에 라임으로 비율을 조정하면 역시나 포근한 느낌은 그대로이지만 조금은 답답하기 전해지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자극적이지 않게 가볍고 상대적으로 투명하게 만들어 여름에도 편하게 쓰는 향수로 이미지를 바꿔주니까요, 혹시 라임으로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베르가모트와 같이 쓰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입니다.


혼자서 좋아서 시작한 향료들에 대한 조사와 실험 연구는 분명 저에게 가장 즐거운 행위였어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일이 아니라 인생을 즐기는 저만의 방법을 우연히 발견하고 찾아서 즐긴 것이죠, 누구나 시간이 흐르면 어른이 되고 어른이 되면 꼭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마음의 부담이 생기는 거 같아요, 저마다의 모습으로 크기로 그리고 중압감으로 그 부담을 느끼셨을 우리네 어버이들은 잘은 모르겠지만 그냥 하루하루 진짜 열심히 살아가면서 살았던 거 같아요, 그게 마냥 행복했던 건 아니었지만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바라본 모습은 그랬어요, 지친 모습도 많았고 슬픈 모습도 많았고 웃을 일도 많았던 거 같아요.


저는 그래요!! 한 번 사는 삶 더 많이 즐겁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거예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같이 살아가면서 하루하루 그 사람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싶다는 그 마음 하나로 하루를 고민하고 노력하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채워가고 싶네요. 향기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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