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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퓸힐러 이주용 May 13. 2020

퍼퓸힐러 향료를 말하다.

내가 쓰는 향료를 정리하면서

만다린 오렌지 Mandarin orange _ 탑 노트

귤 좋아해? 겨울에 한 봉지 사서 생각 없이 하다 보면 언제 다 먹었는지? 껍데기만 탁자 위에 자유로이 널브러져 있고 그러다 그냥 말려서 나중에 차로 마셔야지 하면서 그냥 두었다, 맞다 이거 농약 있어서 못 먹지 하며 마지못해 하나둘 모아서 쓰레기 봉지에 버리던 기억이 있네요. 입이 심심하면 생각나는 제주 감귤은 늘 맛있던 기억이 있어요, 조금 많이 사서 이따 보면 멍든 게 간혹 있어서 그 부분만 교묘하게 때어 버리고 앙! 하고 한입에 먹으면 은근 더 달았던 거 같아요.


감귤이라고 알고 있는 귤의 품종이 먼 옛날 중국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네요. 우연히 한번 접할 기회가 있어서 먹어 본 적이 있는데 왠지 맛은 별로이었어요. 분명 묘하게 비슷한데 다른 맛의 기억, 만다린 오렌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조막만 한 씨앗이 중간에 떡하니 있는 만다린 오렌지의 향기는 편안해요, 제가 쓰는 오일은 그 껍질을 압착하여 추출 가공한 향료고 특유의 색과 향기가 특징이죠, 편안하고 잔잔하게 느껴지는 향기는 식탁 위 조그만 바구니에 담긴 오렌지를 생각나게 하는 향기예요, 마냥 달지도 시지도 않으면서도 은은하게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향기, 시원하거나 차가운 향기보단 그냥 덥지 않게 차분한 분위기의 향기가 아주 가볍게 쓰고 싶은 은은한 향수의 포인트로 살짝 첨가하는 정도로 쓰기 좋은 향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늘 향료를 쓸 때마다 이건 참 차분해서 꼭 휴식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 향료라서요, 물론 저만의 생각이고 주관적인 기준으로 정리한 것이지만요.


Citrus note는 두 가지로 쉽게 구분할 수 있어요, Sweety 와 Bitter 즉, 달콤한 감귤류와 신 감귤류로 나눌 수 있다는 거죠, 더 쉽게 맛있는 것과 맛없는 것으로 편안하여도 차분한 분위기는 달콤한 시트러스로 조금 더 활기차고 명랑한 인상은 상큼한 시트러스로 이 기준을 머리에 기억하고 다양한 향료를 익숙하게 기억하게 되면 그때부턴 각기 쓰고 싶은 대로 비율을 설정하고 하나씩 만들어 보면서 묘하게 어우러져 있는 향기를 가지고 상상만 했던 향수를 만들 수 있는 거죠.


레몬과 라임에 붉은 자몽으로 포인트를 하거나 반대로 자몽의 풍성한 향기에 살짝 베르가모트로 균형을 잡고 먹음직스러운 한라봉의 향긋함으로 신축함을 만들어서 향수의 첫인상을 만들거나 아니면 한 입 못하는 모히토나 가서 몰디브나 한잔할 거 같은 상큼한 라임의 독보적인 향기를 만들거나 하니 싹 천천히 향료에 관해서 공부하면서 상상하고 실수하면서 만들어보고 하나씩 정리하면 저처럼 분명 늘 새로운 향기를 만들고 싶은 마음과 그러한 향기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시트러스 향료들은 천연이든 조합이든 그 향료의 가격은 그렇게 부담스럽지는 않아요. 물론 마냥 싼 가격은 아니라서 가지고 싶어도 손쉽게 살 수 없다는 분들도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고요, 저 또 한 가지고 싶은 향료를 사려고 열심히 알바도 하고 일해서 모은 돈으로 하나씩 사모와 공부하고 샘플도 만들었으니까요. 중요한 건 향료가 어떻게 만들어지든 내가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거예요, 향료가 천연이면 무조건 좋은 인공이면 무조건 나쁜 거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를 시향 하면서 같은 이름의 향료라 하여도 그 다른 점을 기억하고 구분하고 내가 쓰고 싶은 목적에 따라 선택하여 구매하여야 한다는 거예요.


보통 조합 향료는 향료의 색이 투명한 것이 많아요, 물론 옅은 색을 띠고 있기도 하지만 선명하게 색을 가지고 있는 것은 드물고 비교적 천연향료의 색이 더 선명하니 참고하면 좋을 거 같아요, 제가 쓰고 있는 만다린도 매우 천명한 오렌지빛을 가지고 있어서 간단히 여과한 후 희석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저에게 만다린은 가을 남자의 편안한 향기 그리고 커다란 오렌지 나무에 드리워진 시원한 그늘 같은 향기를 만들 때 꼭 쓰고 싶은 향료예요, 과하지 않게 느껴지는 편안한 오렌지의 향기는 인위적이지 않고 자극이 덜해서 뭔가 자신을 굳지 꾸미지 않아도 멋있는 남자 같고 제주도의 오름처럼 나지막한 동산 위 커다란 나무 같거든요, 전 향긋한 향기가 자연스럽기 전해지는 향수를 가장 좋아하고 자주 만들어요, 가보지는 않았지만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 듯한 장소의 향기, 수목원의 한길 천천히 걷는다고 본 나무 같은 향기, 늘 사랑하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한결같은 남자의 향기. 그런 향기를 좋아하다 보니 늘 만드는 게 왠지 모르게 은은하게 풍성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모나지 않은 향수를 만드는 것 같네요.


어떤 향기를 좋아하시나요? 궁금하네요...

단 한 줄이라도 좋으니 알려주시면 고마워요...

향기가 좋아서 공부하다 이제는 작은 공방에서 절 찾아주는 사람을 위한 향기를 안내하는 일을 하다 보니

늘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하거든요...

나에게 늘 편안한 만다린 향기처럼 당신은 어떤 편안함을 기억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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