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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퓸힐러 이주용 May 12. 2020

퍼퓸힐러 향료를 말하다.

내가 쓰는 향료를 정리하면서

스위트오렌지 Sweet Orange _ 탑 노트

어릴 적에 마시던 오렌지 주스는 꼭 진짜 커다란 유리병에 기다란 라벨이 붙어있고 손으로 잡기 편하게 오목한 부분이 있는 그런 병에 담긴 게 가장 맛있던 거 같네요, 조금은 오래된 물건들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들이 가끔 회자하는 걸 보면서 오렌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향수를 만들 때 쓰이는 향료 중에는 같은 계열에 조금씩은 다른 향기를 가진 향료들이 많이 있어요, 품종이 다르거나 원산지나 생산지가 다르거나 또는 생산하는 방식이 다르거나요,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향료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누군가의 선택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죠, 종류가 은근히 많은 오렌지 중 처음으로 이야기하는 스위트 오렌지는 저의  기억이 많이 떠오르는 향료 중 하나인 거 같군요.


어릴 적 냉장고 속에 차갑게 있는 병을 열고 한 컵 가득 마시던 그 맛, 왠지 요즘은 그 맛이 안 나는 거 같아서 아쉽기만 하네요, 기억의 맛과 현실의 맛은 어쩔 수 없이 조금은 달라지는가 봐요.


마실 때 느껴지는 상큼한 맛과 목으로 넘어가면서 느껴지는 무언가 달콤한 끝 맛은 향기를 만드는 저에게 가장 중요한 기억과 체험이 아닐까 하네요, 누구나 기억을 돌아보면서 향기를 만드는 게 당연하다는 말처럼 편하게 기억을 열어 그 달콤함을 향기에 담는 과정은 비교적 매우 쉬운 거 같아요, 생각 없이 과감히 넣어보면 정말이지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 주스를 주룩 흘려 목 어딘가 묻은 끈적임과 어지러울 정도로 달콤한 향이 계속해서 나를 귀찮게 하는 향부터, 부드럽고 편안하기 전해지도록 만들고 싶을 땐 최대 6% 정도까지만 넣는 것으로 해서 꽃향기를 더욱더 향기롭게 하거나 편안한 나무의 향기를 담담하게 보여준다거나 아니면 젠틀한 이미지를 조금은 더 상냥한 모습으로 만들어 완성하는 게 제가 주로 쓰는 방식인 거 같군요.


이렇게 하나씩 향료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적다 보면 평소에 정리하지 못한 것들을 정리하는 것 같아서 참 좋은 거 같아요, 바쁘다는 이유로 책상 정리를 어느 날로 몰아서 하고 그 모습을 보듯이 뿌듯하네요. 오렌지가 가진 색감은 누구나 알고 있는 주황색! 즐거움 가득한 색상으로 활력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색상이라 배웠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많은 곳에서 이 오렌지를 정말 밝고 활력 넘치며 즐거운 그리고 무언가 긍정적이고 희망찬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을 때 많이 쓴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역시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린다는 게 맞는 말인 거 같아요. 수없이 많은 좋은 의미가 있는 색을 담고 있는 오렌지는 분명 분위기를 바꿔주고 지친 마음을 조금씩 채워주는 무언가가 있는 게 확실한 거 같아요, 이러한 것을 전달하고 싶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명한 향수에 들어간 이 오렌지는 늘 명랑하면서도 유쾌한 인상을 주니까요.


향수를 만들 때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게 어떤 걸까? 저의 처음을 생각해보면 향료들을 많이 섞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향기가 만들어지면 어떡하지? 라는 고민과 향수를 만들다 실수하면 어떻지? 이 2가지인 거 같더라고요, 답은 딱! 하나 또다시 만들면 된다는 거!! 탑 노트 시트러스 노트 중 하나인 스위트 오렌지는 기본적으로 매우 달콤한 주스 같은 향기가 가장 큰 특징이죠, 그래서 비율이 너무 높으면 꼭 주스 같은 느낌이 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건 중요한 건 비율!! 누구나 똑같이 같은 비율에서 주스 같다고 느끼는 건 아니에요, 저마다 기준이 다르다 보니 한 가지의 향기를 모두 다 다르게 느낀다는 것! 물론 어느 정도 서로 공감되는 표현과 그 분위기를 알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다 해결되는 건 결코 아니니까요. 늘 고민하면서 찾은 저만의 답은 실수하면 다시 만들면 되고, 만들다 불안해도 끝까지 다 넣은 다음 또다시 만들면서 하나씩 수정해 가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것을 찾은 거 같아요.


분명 누구나 처음은 어렵고 막연하고 실수를 두려워하죠, 그런데 막상 하다 보면 일상으로 만들면 하나의 습관으로 만들어 버리면 늘 해온 일처럼 정말 고치기 어려운 습관처럼 어느새 내 몸에 배어서 어렵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러니 만약 진짜 하고 싶다면 그냥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해보세요,

꼭. 하루에 단 하나를 하더라도


어떤 향기를 만들던 기조제라 이야기하는 향료들은 부담 없이 편하게 쓸 수 있어서 좋은 거 같아요.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향료 중 많이 써도 부담 없는 향료들로 하나씩 나만의 향기를 실수해도 좋으니 만들어 보는 건 분명 재미있으니까요. 달콤한 과일 향을 자유롭게 만들고 싶다면 다른 과일 향료들과 꼭 같이 이 스위트 오렌지를 써보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렇게 편안하게 글을 써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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