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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퓸힐러 이주용 May 15. 2020

퍼퓸힐러 향료를 말하다.

내가 쓰는 향료를 정리하면서

비터 레몬 Bitter lemon _ 탑 노트

피곤하면 생각하는 비타민 C 작은 포장에 상큼하게 담겨있는 가루를 톡톡하고 목으로 털어놓고 천천히 녹여 그 맛을 음미하면 선명하게 느껴지는 그 향기와 맛은 정말이지 잊을 수 없죠! 학생 때 오전에는 연구소에서 일하고 오후에는 공부하러 다시 학교로 가는 길에 습관처럼 하루 하나씩 먹던 비타민 C. 


지금은 작업실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향료를 공부하고 새로운 향료를 구해서 샘플들을 만들고 향료마다 조화를 확인하고 또 확인 과정에서 피곤이 찾아오면 아니 피곤함이 힘겨울 시간에 또 습관처럼 하나씩 먹는 비타민은 무언가 '그래! 열심히 하고 있구나! 잘하고 있어.'라는 스스로 전해는 메시지인 듯하네요.


비터 레몬의 향기는 레몬보다 더 선명하고 가벼운 느낌이 특징! 딱 레모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레모나 향기 그래서 지금까지 만든 향수 중에 비 터 레몬이 들어간 향수들은 조금씩 더 활기차고 조금씩은 더 어린 이미지의 향수들인 거 같아요. 뭐 물론 그런 이미지들을 상상하고 만든 향기니까 당연하겠지만, 향료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단어들 중의 하나인 'sharp' 즉. 예리하고 뾰족한 듯한 향기를 말하는 것인데요, 시트러스 노트 중에서도 신 향기가 매우 강한 향료들의 표현으로 많이 써요, 시향지에 한 방울 살짝 떨어뜨리고 에탄올을 날린 후 코끝과 입술에 닿지 않게 맡으면 코를 강하게 찌르듯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게 되는 향료들에 딱 맞는 표현인 거죠.


여름이라고 모든 곳이 덥고 찝찝하지는 않죠? 단지 여름이니까 뭔가 너무 더우니까 그 더위를 가볍게 해 줄 것 같은 향기를 많이 찾는 거죠, 대리만족이려나... 


여름이면 흔히 찾게 되는 스포티한 분위기의 아쿠아틱 시프레 타입 향수나 아쿠아틱 프루티 타입의 향수들 저는 여기에 비터 레몬을 조금 더 비율을 높여 만드는데 그럼 진짜 여름의 향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가볍게 그리고 투명하게 시원하게 느껴지는 상큼한 향기는 생각보다 지속력도 길어서 하루에 오전에 1번 오후에 1번 정도 뿌려주는 것으로도 좋더라고요, 여름은 정말 제한적인 향료로 더 제한적인 이미지의 향수를 만들 수밖에 없다 보니 상대적 우울함이 늘 조금씩 남아요, 180여 가지 향료 중 여름에 쓸 수 있는 게 고작 50가지 정도이니….


시더우드나 베티버, 또는 프랑켄센스나 미르 같은 메마르고 복합적인 나무의 향기가 특징인 우드 노트는 왠지 조금은 올드한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 비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더욱이 남자만의 향기인 거 같고, 더 나이 들어 보이고 화려함보단 담담하게 가벼움보단 차분하면서도 무겁게 보이도록 하는 거죠. 이러한 분위기가 나쁜 건 전혀 아니지만, 여기에 비터 레몬을 넣어서 분위기를 바꿔버리면 깔끔하면서도 도시적인 그리고 알맞게 정리된 인상을 주어서 젊은 나이만이 가진 자신감과 매력을 더욱 어필할 수 있게 향기로 마무리하는 거죠. 이런 향은 자기의 위치에서 늘 당당하고 멋지게 일을 하며 자연스럽게 그 모습을 주위 사람들에게 각인하는 사람의 향기인 거 같아요, 물론 저만의 상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또 하나 코롱으로써의 비터 레몬도 분명 개성 있는 향기지만 향수로서 아쉬움이 많은 것도 사실이에요, 빠른 확산력과 짧은 지속력 지속력이 길어야만 이 더 좋은 향수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의 취향도 이왕이면 지속력이 긴 향수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특징으로 이야기하네요, 전체의 70% 정도가 탑 노트 그중에서도 시트러스 노트이다 보니 분명 더 선명하고 명확하게 향기의 이미지는 아주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뿌리고서 조금만 지나도 뭔가 심심하게 끝나버리는 향기의 잔향 감은 꼭 풀고 싶은 숙제입니다. 분명 방법이 있는데 아직 찾지 못한 거니까. 오늘도 고민하고 찾고 공부하면서 더 상큼함이 오래가는 향기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레몬 계열의 향료들은 누구나 어! 하면서 이거 레몬이다.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향료입니다. 천연 조합 합성 그리고 식품 향기에까지 거의 모든 향료로 존재하죠, 그것 그만큼 쓰임이 많다는 것이고 공부할 것도 그만큼 많다는 걸 이야기하는 거겠죠?? 공부하는 거 좋아하세요? 학교 공부는 저도 재미없었지만, 재미있어서 알고 싶어서 공부하는 건 많이 힘들지는 않은 거 같아요. 


누군가에게 공부의 즐거움을 전해주고 싶다면 그 누군가가 무엇에서 즐거움을 느끼지는 어떠한 지식을 대할 때 즐거워하는지 천천히 보면서 그 후에 이야기해 주면 더 좋을 거 같아요. 너무 공부! 공부! 만 하지 말자고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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