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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퓸힐러 이주용 May 18. 2020

퍼퓸힐러 향료를 말하다.

내가 쓰는 향료를 정리하면서

유자 Citron _ 탑 노트 

따스하고 달콤한 맛과 기분 좋은 상큼함 감기가 왠지 찾아오는 느낌이 들 때 딱 한 잔으로 가볍게 털어내는 겨울의 필수품!! 


어릴 땐 추워지기 시작할 때 마루에서 유자 몇 덩이를 사 와 넉넉하게 큰 유리병에 설탕과 함께 내 멋대로 썰어 투박하게 담아 며칠 정도 서늘하게 보관했다가 잊어버리면 안 되니까 식탁 구석에 올려서 휴식으로 한 잔, 피곤할 때 한 잔, 아픈 듯할 때 한잔 겨울을 알차게 보냈는데 지금은 마트에서 아담한 용량을 사서 편하게 마시는 재미를 누리고 있네요.   


언제부터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베이킹파우더와 구연산을 일상에서 많이 쓰기 시작했죠? 주방에서 욕실에서 청소용으로 세척용으로 기존에 보편적으로 사용하던 세제를 대신하여 조금 더 무해하고 안전하면서 세척력도 좋은 하나의 방법으로 말이죠.


근데 구연산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산? 신 거? 이거 잘못 쓰면 피부 녹는 거 아니야? 무서운데...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근데 우리는 구연산을 이미 일상에서 많이 쓰고 있었어요. 식품의 첨가물로써 어릴 적 먹던 불량식품으로 구연산은 하얀색의 결정화된 가루로 많이 있는데요, 이 구연산이 유자와 같은 상큼한 시트러스 즉 감귤류 과육에 많이 있어요! 물론, 이미 알고 있는 분들도 있겠지만, 모르는 척하면서 계속 봐주세요.


구연산은 음료나 식품의 신맛을 내기 위해 많이 사용해요, 더 맛있게 만들기 위한 하나의 필수 제라 보면 좋아요, 한 번쯤 먹어 볼 법한 '아이셔'의 신맛이 바로 구연산입니다. 신 젤리의 하얀 가루 오렌지주스의 신맛이 거의 구연산으로 만든 것이에요. 


근데 왜 나에겐 유자가 늘 달콤하고 계속 먹고 싶은 그런 생각난 것으로 남아있을까요? 그건 아마도 나의 기억 하나의 경험이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게 아닌가 생각해요, 유자를 그냥 먹은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그것을 잘게 썰어 설탕에 버무리고 시간을 드려 숙성한 후 따스한 물에 타 먹으면 그게 그렇게 달고 맛났으니까요.


향기는 그런 거 같아요….


지금까지의 나의 기억과 경험 그리고 그것을 새로이 정리하며 남김으로 향기를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에게 향기는 기억의 단어이고 그 기억이 가장 중요하고 그것이 없이는 향기를 만들 수 없을 거 같아요. 올해로 8년 차에 접어든 저에게 향기는 더 어렵고 더 모르고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은 것이어서 늘 공부를 하고 생가하고 그것을 글로써 정리하고 또 기억하기 위해 연구하고 실험하고 작은 유리병을 늘 세척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더 향기로운 향기를 만들고 싶은 마음 때문에요. 


유자를 주로 사용하고 추천하는 계열은 가을과 겨울이에요, 그 따스한 기억이 그 맛과 풍미가 더운 날보단 추운 날 더 잘 어울리니까. 만약 유자차를 모르고 살았다면 다른 나라에 사람이었다면 유자를 다르게 기억하지 않겠냐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화려함보단 익숙함으로 그리고 아주 무겁지 않은 향기는 취향이 아닌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지만, 시트러스의 다양한 향미와 풍미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한 번씩은 추천하는 향료예요, 꽃의 향기와도 과일의 달콤함과도 부드러운 머스크 선명한 머스크에도 그 어떠한 이미지의 향기와도 어색하지 않게 잘 어울리는 거 같거든요, 타바코 같은 아주 독특한 향기에도 유자의 향기는 자연스럽게 이미지는 만들고 향기롭게 느낄 수 있게 하여 주는 늘 하는 표현으로 약방의 감초 같은 향료입니다.


무언가 기억으로 또는 추억이라는 단어로 남아있는 경험을 다시금 불러오고 싶다면 먼저 단 하나의 열쇠를 찾아보세요. 나만의 알 수밖에 없는 열쇠를 모양도 크기도 색도 나만이 알아볼 수 있는 열쇠를 그 열쇠를 손에 쥐면 그때 이미 향기는 당신에게 손에 있는 거니까. 열쇠만으로도 분명 기억은 더 선명해지고 어느 순간 그곳에 있는 나를 발견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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