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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퓸힐러 이주용 May 20. 2020

퍼퓸힐러 향료를 말하다.

내가 쓰는 향료를 정리하면서

자몽 Grapefruit _ 탑 노트

진짜 자몽의 맛을 아는 건 쉽지 않다고 누군가 내가 말해준 적이 있어요, 잘 익은 자몽을 잘라서 한입 먹을 때 느껴지는 첫맛은 텁텁하고 뒷맛은 달콤함이 가득, 그걸 즐길 줄 알아야 자몽을 100% 즐기는 거라고 이야기하였죠.


향료로 쓰이는 자몽도 몇 가지 종류가 있어요, 일반적인 자몽, 붉은 자몽, 하얀 자몽 저마다 자몽이면서 자몽 아닌듯한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매우 재미있어요, 향수를 만들 때는 그날의 끌림 마음이 가는 방향으로 그냥 자유롭게 만드는 걸 추천하죠. 뭐 다 써도 좋고요.


자몽의 향기는 어떠한 미사여구를 써도 다 표현할 수 없어서 아쉬움이 큰 향료입니다, 많은 책을 보고 읽고 쓰고 생각하고 어떠한 단어를 써서 자몽의 향기를 전달할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지만 늘 부족한 저의 모습을 반성하는 것으로 끝나네요.


첫 향기는 진하면서도 편안하게 느껴지는 가장 좋은 거 같아요, 그 적당한 달콤함과 쌉싸름한 향기는 어! 이거 진짜 자몽이다! 말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공방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한 번쯤 권하는 향료입니다. 더운 여름날 흔히 찾은 상큼함이 지루하다면 자몽을 포인트로 한 코롱 향수도 좋은 거 같아요, 술을 잘 모르기에 자몽 시럽을 넣은 칵테일이 있을까 하지만, 뱅쇼처럼 이국적인 문화 속 향기처럼 묘하게 끌리는 향수를 만들 수 있으니까 일단 자유롭게 상상하는 향기를 찾고 만들어 보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일반적으로 시트러스 노트 향료들은 다른 노트에 비해 그 이미지가 선명하면서도 빠른 확산성을 가지고 있어서 가볍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자몽만큼은 조금 더 화려하고 풍성하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어디선가 본 듯하면서도 처음 느끼는 향수를 만들 때 포인트로 추천해요, 뻔한 것 같으면서도 편안한 그러면서도 fun 한 향기를 만들고 싶다면 꼭 한번 고려해보세요.


또 하나의 이야기를 뭐로 할까 고민하다 타바코와 자몽의 조화를 해볼까 해요.

타바코 흔히 알고 있는 담배의 강렬한 향취는 아주 조금의 비율만 있어도 아주 매력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줘요, 여기에 자몽의 쌉싸름한 향기로 묘한 매력을 더욱 올리면 이 또한 향기로워서 특별함을 선사하죠, 라스트 노트에 조금은 더 드라이한 베티버나 시더우드를 주로 사용해서 조금 더 남자다운 인상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좋고, 머스키의 화려함을 선명하게 하여 부드러움 속에 강렬함을 완성하는 것도 매우 재미있어요, 향기에는 그 어떠한 경계도 한계도 없다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다면 언제나 늘 새로움을 만날 수 있어요.


전 실제로 자몽을 한두 번 먹어 본 게 전부인 거 같아요, 보통은 음료나 카페에서 탄산수를 넣은 에이드로 많이 마셨죠, 그러한 경험에서의 영향일까요? 상대적으로 자몽을 사용한 향수에서 늘 맛있게 마시던 음료를 떠올리게 돼요. 조금 더 자몽으로 다양한 경험을 한다면 앞으로 만들 향수들도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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