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 논술 수업 소설 『아몬드』
논술쌤처럼 독서 기록장 쓰기
송원평 장편소설 『아몬드』는 영어덜트(young adult: 12~18세 청소년), 즉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설이다. 제 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수상작이며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2018 독서릴레이를 위한 소설로 지정되어 당시 도서관 곳곳에 현수막과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청소년을 위한 소설이라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가 오랫동안 교보의 베스트셀러 코너에도 진열되어 있어서 한 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어쩌면 10대 우리 아들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함께.
『『아몬드』의 주인공은 알렉시티미아(감정 표현 불능증)라는 정서적 장애를 가진, 선윤재라는 고등학생 남자 아이다. 아몬드는 알렉시티미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편도체(아미그달라)를 지칭한다. 우리 뇌에 있는 이 편도체 2개가 꼭 아몬드를 닮아서 붙여진 제목이다. 편도체의 크기가 작을 경우 감정 중에서도 특히 공포를 잘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윤재가 바로 무서울 게 없는 아이다. 윤재는 크리스마스 이브 자신의 생일에 한 남자의 난동으로 할머니를 잃었고 엄마는 식물인간이 되었다. 자신의 눈 앞에서 벌어진 그 끔찍한 일에도 감정의 동요를 보이지 않았던 아이는 곤이와 도라를 만나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삶이 장난을 걸어올 때마다 곤이는 자주 생각했다고 한다. 인생이란, 손을 잡아 주던 엄마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잡으려 해도 결국 자기는 버림받는 거라고.
곤이는 상처 입은 맹수같다. 서너살 때 놀이공원에서 엄마 손을 놓쳤고, 보육원을 거쳐 입양과 파양을 경험하고, 소년원에까지 갔다왔다. 13년 만에 잘 사는 교수 아빠를 만났지만 마음을 열지 못했다. 엄마는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문제아로 낙인 찍힌 곤이는 사람들의 평가에 부응하듯 곳곳에서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켰다. 선재만이 곤이의 친구가 돼 주었다.
도라는 곤이의 정반대 지점에 서 있는 아이였다. 곤이가 고통, 죄책감, 아픔이 뭔지 알려 주려 했다면 도라는 내게 꽃과 향기, 바람과 꿈을 가르쳐 주었다. 그건 처음 듣는 노래 같았다. 도라는 누구나 알고 있는 노래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꿔 부를 줄 아는 아이였다.
사랑은 힘이 세다. 게다가 아름답기까지 하다. '사랑은 예쁨의 발견'이라는 책 속 구절이 참 적절하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열일곱 살 윤재에게 도라는 첫사랑의 감정을 불어넣었다.
몸이 더웠다. 맥박이 귀밑에서 팔딱거렸다. 손끝에서도 발가락 끝에서도, 작은 벌레들이 몸을 기어 다니는 것처럼 간질간질했다. 별로 상쾌한 느낌은 아니었다. 머리가 아팠고 어지러웠다. 그런데도 그 순간을 자꾸만 떠올렸다. 도라의 머리카락이 내 얼굴에 닿는 순간. 그 감촉과 냄새와 공기의 온도를.
내가 처음 이성에게 가슴 설렜던 때를 떠올렸다. 그저 그런 세상이 하나씩 예쁨으로 바뀌는 놀라운 경험! 첫사랑의 추억은 언제든 날 미소짓게 한다.
구할 수 없는 인간이란 없다. 구하려는 노력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이 책에서 가상의 인물인 사형수 출신 미국 작가, P.J.놀란이 한 말이라고 소개한다. 의미가 있다. 아이들을 키우거나 가르치다 보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몇 번 지적을 하기도 하고, 나아지겠지 하고 기다려 보기도 하지만 기준에 못 미치면 포기하거나 외면한다. 어쩜 그 아이들은 자신을 포기하지 않기를, 한 번만 더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지도 모른다. '쟨 어쩔 수 없는 얘야' 하며 고개를 돌리기 전에 한 번만 더 손을 잡아주었더라면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사회 부적응자처럼 보이는 윤재와 곤이도 결국 변했다.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 윤재는 누구보다 정의롭고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친구 곤이를 구하려는 노력을 그만두지 않았다. 곤이는 집으로 돌아왔고, 윤재는 울고 웃을 수 있는 아이가 되었다. 그리고 엄마가 깨어났다.
나는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도, 괴물로 만드는 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손원평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논술쌤으로 적극 공감하는 말이다. 소설을 읽을 때마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살면서 한 번도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은 인물들을 알게 되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진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 덜 당황하게 되고, 기존에 알고 있던 사람들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하기도 한다. 소설을 한 권씩 읽을 때마다 나의 세상이 한 뼘씩 넓어지는 느낌이다.
3년 전에 읽었던 소설 『아몬드』 를 이번에 또 한 번 읽었다. 전에는 인기 많은 소설이 궁금해서 호기심으로 서점에서 눈으로만 읽었고, 이번에는 오르다국어학원 중1 논술 수업을 위해 밑줄 치며 꼼꼼하게 읽었다. 3년 전 리뷰를 보니 지금 밑줄 친 부분이 상당 부분 겹친다. 좋은 문장은 언제든 눈에 띄게 마련인가 보다. 색연필로 밑줄 쳐가며 읽으니 전에 보이지 않던 부분들이 새롭게 보이기도 했다. 특히 책과 글에 대해 서술한 부분에서 많은 공감을 하고 좀 오래 머물렀다. 헌책방이라는 공간에 대한 향수, 매일 책을 읽고 평생 글을 쓰고 싶은 사람으로서의 어쩔 수 없는 끌림 같은 건가보다.
헌책방은 현실적인 엄마가 내린 가장 비현실적인 결정이었다. 그건 엄마가 오랫동안 품고 있던 꿈이기도 했다. 한때는 할멈의 소망대로, 엄마에게도 작가가 꿈인 시절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인생이 할퀴고 간 자국들을 엄마는 차마 글로 쓸 수가 없다고 했다. 자신의 삶을 팔아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없다고, 그건 작가의 깜냥이 아닌 거라고 했다. 그 대신 엄마는 다른 사람들의 책을 팔기로 했다. 이미 시간의 냄새가 밴 책들. 때 되면 들어오는 신간들 말로, 이왕이면 엄마가 하나하나 고를 수 있는 것들로. 그게 헌책이었다.
p.48
책은 내가 갈 수 없는 곳으로 순식간에 나를 데려다주었다. 만날 수 없는 사람의 고백을 들려주었고 관찰할 수 없는 자의 인생을 보게 했다. 내가 느끼지 못하는 감정들, 겪어보지 못한 사건들이 비밀스럽게 꾹꾹 눌러 담겨 있었다. 그건 텔레비전이나 영화와는 애초에 달랐다.
p.49~50
책은 달랐다. 책에는 빈 공간이 많기 때문이다. 단어 사이도 비어 있고 줄과 줄 사이도 비어 있다. 나는 그 안에 들어가 앉거나 걷거나 내 생각을 적을 수도 있다. 의미를 몰라도 상관없다. 아무 페이지나 펼치면 일단 반쯤 성공이다.
p.50
할멈의 표현대로라면, 책방은 수천수만 명의 작가가 산 사람, 죽은 사람 구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인구 밀도 높은 곳이다. 그러나 책들은 조용하다. 펼치기 전까진 죽어있다가 펼치는 순간부터 이야기를 쏟아 낸다. 조곤조곤, 딱 내가 원하는 만큼만.
p.132
갑자기 마음속에 탁, 하고 작은 불씨가 켜졌다. 행간을 알고 싶었다. 작가들이 써 놓은 글의 의미를 정말 알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다. 더 많은 사람을 알고 깊은 얘기를 나누고 인간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p.206
책은 나를 넓은 곳으로, 깊은 곳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마음껏 여행하라고 날 던져 놓는다. 책을 읽을 때 가장 자유롭고 편안하다. 아니, 때로는 몰랐던 진실을 알게되어 불편하기도 하고 이 세상이 두려워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책을 읽는 건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도 있고, 나이가 들수록 더해가는 호기심 때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인간과 세상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책을 읽어갈수록 내 안의 사랑은 커져가고 내가 한 뼘쯤 더 성장하는 기분이 든다. 나와 함께 논술 수업을 하며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아이들도 독서를 통해 자유와 성장의 즐거움을 맛보길 바란다.
주용쌤이 쓴 『아몬드』 독서 기록장
주용쌤처럼 독서 기록장 쓰기 1.
주용쌤처럼 독서 기록장 쓰기 2.
이번 주 논술 수업 과제는 『아몬드』 를 읽고 주용쌤처럼 독서 기록장 쓰기다. 내가 쓰고 있는 ICONIC 독서 기록장 형식을 빌려 간단하게 양식지를 만들어줬다. 수업 시간에는 아이들의 독서 감상평을 들어보고 감정 사전을 만들어볼까 한다. 『아몬드』에서 '사랑은 예쁨의 발견'이라고 했다. 나는 매주 논술 수업에서 아이들을 통해 예쁨을 발견한다. 논술쌤이라는 내 직업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