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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Mar 23. 2022

영화 <스펜서> 리뷰

다이애나 왕세자비 영화가 여성의 삶에 미치는 영향

 영화 <스펜서>는 너무 유명한 다이애나 왕세자비에 대한 이야기라 그 뻔한 사건을 다시 설명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분명 다른 관점에서 다른 이야기를 할 거라고 기대했다. 큰아들과 영화공간주안에서의 영화 관람은 언제나 후회가 없다. 아들과 함께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북적거리지 않는 곳에서 오로지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 덕분이기도 하다.  


네이버 영화 <스펜서> 포스터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미모는 눈부셨다. 영화의 분위기와 의상, 그리고 음악까지 여배우과 잘 어울려 영화라는 장르가 가진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TV 드라마와는 다른 영화만의 색깔, 집에서 브라운관을 통해 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극장 스크린만의 촉감, 공간을 꽉 채운 웅장한 사운드까지 영화관에서 좋은 영화를 감상하는 일은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세상을 여행하는 것처럼 설레고 몽환적이다. 

 다른 사람이 되어 다른 삶을 살아보는, 배우라는 직업이 참 매력적이다. 직업으로서의 고충은 크겠지만 현실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인물로 잠시 살아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러울 때가 있다. 이번 영화  <스펜서>의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보면서 역사 속 인물이 되어버린 다이애나로 사는 기분이 어땠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너무 잘 어울리고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네이버 영화 <스펜서> 포토 중에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모습
네이버 영화 <스펜서> 포토 중에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모습


 다이애나의 삶은 행복하지 않았다. 자유로운 영혼의  그녀에게 왕세자비의 삶은 화려함 뒤에 숨겨진 구속일 뿐이었다.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없고 하기 싫어도  왕세자비로서 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기보다는 공적으로 보여주는 삶을 살아해 했던 그녀는 그렇게 조금씩 병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곁에 있었지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었고 그마저도 자유롭게 만날 수 없었다. 

 '평양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는 속담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 화려해 보이고 남들이 우러러보는 지위에 있다 하더라고 자신이 편하지 않다면, 행복하지 않다면 다 소용없는 일이다. 인간에게는 무엇보다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고 싫어하는 일을 거부할 수 있는 자유. 우리도 그 자유를 위해 힘든 일을 참기도 하고 돈을 벌려고 애쓰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무튼 다이애나의 불운한 삶을 애도하며 노력에 따라 자유의 범위를 넓혀갈 수 있는 내 평범한 삶에 안도했다. 


 다이애나라는 이름으로 행복하지 않았고, 한 여자로서도 사랑받지 못했던 그녀는 엄마로 있을 때 가장 많이 웃었고 가장 편안해 보였다. 여자는 약해도 엄마는 강하다고 했던가. 힘 없는 여자도 엄마의 역할을 자각하면 전사가 될 수 있다. 자식을 키우는 엄마로서의 삶은 책임과 의무로 고되기도 하지만 깨달음의 기회와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거머쥐기도 한다. 엄마라서 못 하는 일보다는 엄마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 다이애나처럼 스펜서라는 자신만의 이름을 찾고 새로운 꿈을 꿀 수도 있다. 나를 비롯해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찾고 조금만 더 힘을 내길, 더 많이 행복하길 바란다. 


네이버 영화 <스펜서> 포토


 영화 <스펜서>의 결말은 우리가 다 아는 다이애나의 죽음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의 어렸을 적 이름을 찾았고, 사랑하는 두 아들과 함께 있었고, 가장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노래했다.  영화 <스펜서>는 누구나 다 아는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잘 알려진 이야기가 아니라 스펜서라는 한 여자의 아픈 내면을 보여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버리지 말기를 바라는 응원 같은 느낌의 영화였다.  


 나에게 영화는 예술로 머물지 않는다. 좋은 영화는 영화를 보기 전의 나와 보고 난 후의 내가 달라지는 경험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영화 <스펜서>를 보고난 후 난 무엇이 달라졌을까? 자유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히 느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도 아니고 화려한 생활은 더더욱 아니지만 나는 다이애나가 그토록 살고 싶어했던 평범한 삶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과 경제적 자유를 조금씩이나마 늘려가고 있다. 내가 처한 현실에 대해 고마워하는 마음이 생겼다. 별거 아닌 것들이 하찮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내가 가진 작은 것들에도 감사하며 행복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기특한 다짐까지 하게 되었다. 이 정도면 영화 <스펜서>는 나에게 아주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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