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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Mar 27. 2022

영화 <레이디 버드>리뷰

10대 자녀와 부모가 함께 보면 좋은 영화

 학원 수업이 없는 날에는 읽고 싶은 책, 보고 싶은 영화가 너무 많다. 일주일에 3일만 수업하니 남들은 4일이나 쉰다고 부러워할지 모르지만 매주 수업이 없는 4일은 너무나 짧기만 하다. 읽어야지 했던 책을 반도 못 읽은 채 수업 준비를 하고, 보고 싶은 영화 중에 한두 개만 고르느라 고심을 해야 한다. 책을 읽고 영화를 봤으니 리뷰도  남기고 싶은데 시간은 왜이리 빨리 가는지… 


 개봉 당시 놓친 영화 중에 괜찮은 평가를 받은 영화를 찾아본다. 이번 주는 큰아들의 선택에 따라 <레이디 버드>(2018)를 넷플릭스로 감상했다. 성장하는 10대 딸과 생활력 강하고 성격 쎈 엄마의 이야기다. 아, 경제적 능력이 좋지는 않지만 자상하고 따뜻한 아빠도 등장한다. 피어싱이 너무 많아 살짝 거부감이 들지만 이 영화의 재미 요소를 담당하는 아들과 그의 동거녀도 있다. 전에 영화의 포스터를 봤을 때는 우리나라 영화 <마녀>와 같은 걸크러쉬 영화일 거라 예상했는데 실제 영화 내용은 성장 영화다. 가족이 함께 봐도 좋을 만큼 건전하다. 


네이버 영화 포스터

 <레이디 버드>의 감독은 2020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작은 아씨들>의 그레타 거윅이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젊은(83년 생) 여성 감독이다. 주인공 시얼샤 로넌은 <작은 아씨들>에서 조 마치였다. 두 여성이 2년에 걸쳐 두 작품에 함께 했고 둘 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  <레이디 버드> <작은 아씨들>은 감독과 주인공이 같다는 공통점 외에 여성의 이야기, 그리고 가족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도 같다. 내가 큰아들과 함께 본 것처럼 두 영화 모두 엄마와 10대 청소년 자녀가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 


 레이디 버드는 주인공이 자신에게 붙여 준 이름이다. 엄마아빠가 지어준 원래 이름 대신 자신의 이름으로 살고 싶은 마음, 청소년기가 너무 오래 전이기는 하지만 어렴풋이 알 것 같다. 그 시절에는 나를 걱정하는 부모의 시선과 잔소리가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지나고 나면 어른들 말이 맞다는 걸 알게 될 거라는 아빠의 충고나 딱 너같은 자신 낳아봐야 부모 마음 알게 될 거라는 엄마의 협박(?)이 그때는 들리지 않았다. 

 영화를 보면서 나의 10대를 떠올리며 웃기도 하고, 내 곁에 있는 22살 큰아들을 보며 '너는 어땠니?'라고 속으로 묻기도 했다. 나도 주인공처럼 내가 자란 시골을 좋아하면서도 가끔은 답답해서 벗어나고 싶기도 했다. 내가 떠나고 싶을 때 그럴 듯한 이유로 떠난 고향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 돌이켜보면 아픔 반, 그리움 반이다. 내가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낸 그곳에서의 난 지금의 나를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게 불행인지, 다행인지…


네이버 영화 <레이디 버드> 포토

 두 아들을 키우며 중년이 된 나에게는 10대의 주인공보다 엄마에게 더 공감이 되었다. 자신의 뜻과는 다른 선택과 결정을 하며 조금씩 부모에게서 멀어져가는 딸을 바라보는 엄마가 안쓰럽고 애틋했다. 자식의 말투나 행동, 옷차림까지 맘에 안 들 때가 너무 많지만 못 본 척 넘어가주고 그저 지켜봐주고 때로는 괜찮다고 응원해주는 게 엄마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3이 된 우리 둘째아들은 중학생이 된 후부터 머리 손질을 거의 혼자서 한다. 반곱슬 머리에 무척 신경을 쓰고 머리를 짧게 자르는 것을 아주 싫어해서 지금 머리는 뻥튀기 해 놓은 것처럼 부풀어져 있고 앞머리는 눈을 찌를 지경이다. 처음에는 미용실에 가서 좀 자르라고 설득도 해보고 직접 데리고 가 보기도 했는데 본인이 영 마음에 들어하지 않고 불편해했다. 5년 동안 미용실에 간 적이 열 번도 채 되지 않는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나는 빠르게 포기하고 그냥 아들의 스타일을 인정해주는 것으로 노선을 정했다. 잘 생긴 얼굴이 머리에 가려진다며 가끔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우리 아들의 프리스타일이 멋있어 보이기까지 한다.


 아이들은 어느 순간부터는 스스로 성장하는 듯하다.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부모가 해 줘야 할 일은 점점 줄어든다. 새벽 기상을 하며 부지런을 떠는 엄마의 눈에는 두 아들이 너무 게으르고 의욕 없어 보일 때도 있었지만 지금 와 생각해보면 각자의 생활 방식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는 것 같다. 내 속으로 난 자식이지만 겉만 낳지 속까지 낳은 것은 아니라서 아이의 마음을 다 알 수도 없고 다 알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그저 언제 어디서든 부모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 쿨한 표현, 깔끔한 인정, 무한 응원이 필요할 뿐이다.  


좋은 영화를 보고 좋은 책을 읽으며 늦게나마 괜찮은 엄마로 성장해가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두 아들과 우리 부부는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고 우리 집 분위기도 평화롭다.  <레이디 버드>를 보며 모자란 엄마를 잘 견뎌가며 별탈 없이 커가는 아들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 힘든 일도 겪고 방황하는 날들도 있겠지만 언제나 내 곁에서 쉬고 힘을 낼 수 있도록 난 좀 더 든든한 엄마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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