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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Mar 29. 2022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윌 스미스 영화 <킹 리차드> 리뷰

교육의 힘, 가족의 사랑, 꿈에 대한 의지

 우리나라 시간으로 어제 오전 8시 50분부터 2022 아카데미 시상식이 있었다. 영화를 공부하고 있는 우리 큰아들은 알람까지 맞춰놓고 일어나 혼자 탄성을 지르기도 하고 기립 박수까지 치며 정말 열심히 시청했다. 일요일에 우리 부부는 큰아들과 함께 CGV에서 윌 스미스의 <킹 리차드>를 보고 왔다. 세 사람 중 가장 감동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 바로 나다. 평소 좋아했던 윌 스미스의 돋보이는 연기에 빠져 웃고 울었다. 그래서인지 어제 시상식에서 윌 스미스의 남우주연상 수상은 무척 반가웠다. 


 지금은 윌 스미스의 남우주연상 수상보다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진행자의 뺨을 때린 행동이 더 큰 이슈가 돼 버렸다. 직접 시상식을 보고 있던 큰아들도 처음에는  연출인가 했단다. 그런데 전후 사정을 들어보니 아픔이 있는 아내를 상대로 농담을 하는 진행자에게 윌 스미스가 진심으로 화를 냈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윌 스미스의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 또 한편으로는 공식적인 석상이고 영화인들의 축제와도 같은 자리이니 만큼 좀 과한 반응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아무튼 윌 스미스는 생애 처음으로 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눈물과 함께 감동적인 소감을 전했다. 

네이버 영화 포스터


<킹 리차드>는 테니스의 전설이라 불리는 비너스, 세레나 윌리엄스 자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영화 마지막에 실제 인물들의 모습이 나오는데 영화 속 배우들과 너무 닮아서 깜짝 놀랄 정도였다. 실제로 갖은 어려움을 극복해내고 두 딸을 세계 테니스 최강으로 키워낸 아버지 리차드 윌리엄스는 포스터의 말처럼 '신화를 이끈 진정한 챔피언'이었다. 같은 부모지만 나는 절대로 저렇게까지 할 수는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식의 능력을 알아보는 안목이 있었고,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계획한 바를 이뤄내겠다는 불굴의 의지가 전설을 만들어냈다. 


교육의 힘


 중1 논술 수업에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함께 읽었다. 구조적 기아에 허덕이는 빈민국을 어떻게 구해낼 것인가를 이야기하며 교육의 역할을 강조했다. 경제적 원조만으로는 그들을 가난과 죽음의 늪에서 건져낼 수 없다. 노숙자에게 인문학 강의를 듣게 했더니 구직을 하고 삶의 의욕을 보였다는 사례처럼 교육만이 사람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킹 리차드>의 가정 교육은 흑인 빈민촌에서 다섯 명의 딸들이 자존감을 갖고 꿈을 키우며 당당히 성장하게 했다. 부모는 딸들 앞에서 힘들어 하거나 절망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언제나 유쾌하고 파이팅 넘치는 부모 덕분에 딸들은 위험 속에서도 안전했고, 다르게 보는 시선 속에서도 자신감 넘치는 아이들로 자랐다.  


세상은 날 무시했지만 너흰 달라, 존중 받게 할 거다



가족의 사랑


 밤과 낮을 번갈아가며 엄마와 아빠는 일하고 딸들을 돌본다. 헌신적인 아빠와 현명한 엄마 덕분에 아이들은 가난한 형편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우애도 깊다. 30여년 전 나의 10대에도 그랬다. 단칸방에서 다섯 식구가 살면서 우린 많이 웃었고 지금도 그때의 이야기를 나눌 만큼 추억도 많다. 넷이나 되는 자식을 키우면서 빚까지 짊어지고 살아야 했던 나의 부모는 우리에게 절망을 물려주지 않았고 자존감을 잃지 않도록 씩씩했다. 가난했지만 그때의 우리 가족은 지금보다 훨씬 서로를 걱정하고 챙겼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가족의 사랑이 아닐까 싶다.


  <킹 리차드>의 부모를 보며 두 아들을 대하는 엄마로서의 나의 태도를 돌아봤다. 나는 우리 아들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나, 우리 두 아들은 엄마를 통해 무엇을 느끼고 배울까. 내가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도 리차드 윌리엄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잘 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히 자신을 갈고 닦을 수 있는 의지와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마인드가 필요하다. 영화 속 아빠처럼 철두철미한 계획을 가지고 있거나 엄마처럼 강인한 정신력을 보여주며 살아가고 있진 않지만 우리 부부는 아이들에게 자유와 여유를 주려고 노력한다. 다그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기다리고 지켜봐주는 것, 그것이 우리 부부가 부모로서 보여주는 자식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다. 


꿈에 대한 의지


 요즘 조금 게을러 있었다. 내 꿈에 대한 간절함이 덜해졌고, 건강한 자기 관리에서 멀어졌고, 계획을 세우는 일에 좀 진력나 있었다. 그래서인지 살이 쪘고 숙면을 하지 못했고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몰입은 떨어지고, 논술 수업을 마치고 나면 힘이 쭉 빠지곤 했다. 내 책 출간을 꿈으로 품었을 때만 해도 의지가 불탔는데 요즘은 내 꿈이 무엇인지 확신도 들지 않고 나이 50에 하루하루를 계획하며 빡빡하게 살아가는 게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곤 했다. 남은 인생 끝장나게 잘 살아보자는 다짐과 그냥 이대로 만족하며 맘편하게 살지 뭐 하는 내려놓음 사이에서 방황하는 중이었다.


  <킹 리차드>를 보며 다시 가슴이 뜨거워졌다. 꿈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가슴 시리게 아름다운 것인지, 간절함이라는 것이 얼마나 설레는 감정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다시 내 꿈을 찾고 싶다. 꿈에 대한 의지로 게을러진 내 일상에 다시 불을 지피고 싶다. 영화 속 비너스의 대사처럼 누구를 닮고 싶어하며 그 대상을 부러워하기 보다는 이제 누군가 나를 닮고 싶어하도록 살아봐야하지 않나 싶다. 두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로, 논술 수업을 하는 아이들에게 바람직한 가치관과 옳은 태도를 가르치는 교육자로,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당당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 다시 힘을 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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