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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Apr 20. 2022

영화 <코다> 리뷰

온몸으로 사랑하는 가족의 이야기! 눈물쌤 자극!

 학원 수업이 없는 날! 2022 아카데미 작품상, 남우조연상, 각색상까지 3관왕을 거머쥔 영화 <코다>를 보고 왔다. 지난 주에 친구와 먼저 보고 온 큰아들은 눈물 닦을 휴지를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나와 큰아들이 애정하는 공간 <인천공간주안>에서는 평일 관람료가 6,000원이다. 커피 한 잔 값으로 눈물 펑펑 흘리며 카타르시스를 제대로 느끼고 왔다. 책 한 권, 영화 한 편으로 이전과는 다른 내가 되는 이런 기분, 참 고맙다. 


 

 영화의 제목 coda는 청각장애인 부모를 둔 비장애인 자녀를 뜻하는 'Children of Deaf Adults'의 약자이며 영어 단어로는 (악곡·악장 등의) 종결부를 뜻하기도 한다. 주인공 루비 조시(에밀리야 존스)의 아빠, 엄마, 오빠는 모두 청각장애인이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들 사이에서 그녀만 비장애인이다. 영화 속 인물들만이 아니다. 아카데미 조연상을 수상한 트로이 코처(아빠)와 말리 매트린(엄마), 다니엘 듀런트(오빠) 세 배우가 실제로 농인이란다. 게다가 트로이 코처와 말리 매트린은 실제 부부다. 이들과 연기하기 위해 주인공 에밀리야 존스는 9개월 동안 수어를 배웠다고 한다. 네 사람의 연기와 노력에 진심으로 존경의 박수를…


가족

 영화 <코다>의 가장 큰 주제는 가족이다. 청각장애인이 세 명인 루비의 가족은 살아가는 게 참 힘겹다. 생계를 위해 가족 모두 부지런히 일하지만 가난에서 벗어나는 건 쉽지 않고, 듣지 못하는 가족은 다른 사람과 소통이 가능한 루비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루비는 자신의 꿈을 좇고 싶지만 가족을 외면하고 떠날 수 없다. 평범한 가족에게는 당연한 사랑 표현이 이들 가족에게는 어렵기만 하다. 


 노래 부를 때 가장 행복하다는 딸이 무대에 섰다. 딸의 노래에 다른 사람들은 박수를 치고, 어깨를 흔들고, 감동의 눈물까지 흘린다. 그런데 아빠와 엄마, 오빠에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영화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단 몇 분, 아주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나는 몹시 무서웠다. 듣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을 감히 짐작할 수조차 없어 그저 무작정 미안해지고 슬펐다. 자식의 재능을 마음껏 즐기고 기뻐할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이라니… 



스승과 제자

 나는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원 강사였다. 그리고 지금은 어린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논술쌤이다. 그래서인지 영화에 나오는 스승의 역할에 몰입하게 된다. 학생의 재능을 알아보고 기꺼이 자기 시간을 할애하며 제자의 성장을 돕는 음악 선생은 멋졌다.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선생인가를 생각하며 스승으로서의 자세를 점검한다. 내가 하는 논술 수업이 아이들의 성장에 기분 좋은 자극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흔들릴 때 든든하게 기댈 수 있는 좋은 선생이 되어야겠다. 




 

풋풋한 사랑


 10대의 건강하고 풋풋한 사랑에 미소짓게 된다. 어린 나이에 너무 무거운 짐을 지고 있던 루비에게 다정한 남자 친구가 생겨서 정말 다행이다. 마일스는 루비의 열악한 가정 환경보다 루비 가족의 사랑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졌다.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꿋꿋하게 자기 삶을 살아가는 루비는 여자 친구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우리 두 아들의 여자 친구도 루비처럼 씩씩하고, 중심이 잡힌 아이였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영화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보면 가슴이 설렜는데 이제는 아들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기분 참 묘하다. 



진짜 좋아하는 것


 음악 선생이 노래를 부를 때 어떤 기분이냐고 물었더니 루비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듯 수어로(몸짓과 표정으로) 보여줬다. 진짜 좋아하는 것을 대하면 그런 것 같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가슴 벅차는 그 기분 말이다. 나를 비롯해 세상 사람들이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을 것을 하며 살아가는 세상을 바랐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대부분 하고 싶은 것보다는 해야 할 것, 진짜 좋아하는 것보다는 돈이 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좋아보이는 것을 택한다. 나는 이제 그러지 않기로 했다. 우리 두 아들에게도 진짜 좋아하는 것을 하라고 강조한다. 루비가 노래 부를 때의 표정처럼 진짜 좋아하는 것을 하며 충만한 사랑과 행복을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다. 



다시 가족


  영화 <코다>의 마무리는 다시 가족이다. 딸의 노래를 귀로 들을 수는 없지만 아빠는 손으로 눈으로 딸의 노래를 감상한다. 그리고 딸의 꿈을 응원한다. 다른 관계에서는 볼 수 없는 희생과 무조건적인 사랑, 그것이 가족이 갖고 있는 힘이다. 항상 가까이 있기에 더 많이 싸우고 더 많이 상처 받지만 결국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뭉치고 더 뜨겁게 사랑한다. 



  혼자 영화를 보며 실컷 울었다. 가슴이 뜨거워지는가 싶더니 맺힌 것이 풀어지는 듯 개운해졌다. 두 아들의 엄마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 내 삶의 주인으로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은 것 같다. 불만이었던 내 상황에 감사하는 마음마저 생겼다. 지금 내 모습 이대로 '다시 시작'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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