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에 대한 존경을 담아...
큰아들이 용산 아이파크몰 CGV IMAX관으로 <탑건:매버릭>(2022)을 예매했다. 우리나라 영화관 중 가장 큰 규모와 스크린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 설렜다. 영화를 보러가기 하루 전 한껏 들뜬 마음으로 내가 16살 때 개봉했던 영화 <탑건>(1987)을 복습했다. 너무 오래된 영화라 큰 기대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다. 톰크루즈를 다시 보게 되었다.
35년 전 영화라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몰입했다. 무엇보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잘생김, 잘생김투성이인 톰크루즈에 홀딱 반해버렸다. 흠 잡을 데라고는 한 군데도 없는, 이 완벽한 배우가 지금은 60세가 되었단다. 같은 제목의 영화를 20대에 찍고, 나이 60이 되어 다시 출연하는 기분은 어떨까? 대단하면서 부러웠다. 어느 분야에서든 이토록 오랫동안 건재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일 테니까 말이다.
<탑건>(1987)은 남편과 나와 같은 50대 중년에게 잠시 과거의 젊은 날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앳된 느낌의 톰크루즈와 추억의 영화 음악, 그리고 클래식한 느낌의 로맨스 장면 등을 감상하며 기억조차 희미해진 예전의 어느 날들을 그리워했다. 20대에 자주 갔던 시끌벅적한 맥주집이 떠올랐고, 대학 선배가 테이프에 녹음해준 팝송을 흥얼거렸고, 짝사랑했던 선배의 미소가 생각나 마음이 간질거렸다. 마음은 그때 그대로인 것 같은데 이제 곧 군대에 갈 아들을 두었으니… 우리 아들만큼 젊은, 영화 속 톰크루즈의 모습을 보며 너무나 빨리 흘러버린 세월이 야속했다.
<탑건>에는 땀내 폴폴 풍기는 건강한 젊음이 있다.
<탑건>에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뜨거운 꿈이 있다.
<탑건>에는 따뜻하고 끈끈한 우정이 있다.
<탑건>에는 정열적이고 낭만적인 사랑도 있다.
젊음, 꿈, 우정, 사랑.
절대로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것들!
한동안 우리 부부는 클린튼 이스트우드의 영화를 보면서 '노장은 살아있다'는 말을 확인하며 즐거워했다. 나이가 들어도 왕성하게 활동할 뿐 아니라 작품성 있는 영화로 좋은 평가를 받는 나이 90의 배우를 보면서 노후에 대한 불안이 잠시나마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도 저렇게 나이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었다. 우리도 한 번 멋진 노인이 되어보자고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탑건:매버릭>의 톰 크루즈는 클린튼 이스트우드와는 좀 다른 느낌의 존경심을 갖게 했다. 클린튼 이스트우드는 돌아가신 아빠 연세보다도 많은 배우라 감히 흉내낼 수 없는 경외감 비슷한 감정이었다면 톰 크루즈는 좀 더 생생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나의 10대에 잘생기고 멋진 배우로 나를 가슴 떨리게 했던 그가 나와 함께 나이를 먹었는데도 여전히 잘생기고 멋져서 나이 50이 된 나를 설레게 했다. 35년이라는 세월은 톰 크루즈를 잘생기고 멋진 배우에서 존경을 받아도 마땅할 만한 어른 남자로 성장시켰다.
톰 크루즈는 내한 기자회견에서 <탑건1>을 보고 속편을 기다렸던 중년 관객들에게 “울어도 된다. 여러분을 위한 것”이라고 했단다. 정말 울컥했다. <탑건1>과 유사한 오프닝 장면과 귀에 익은 음악을 들으며 35년의 세월이 사라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이 50이 된 내가 다시 10대로 돌아간 듯 펄떡이는 맥박을 느꼈다. 강하게 요동치는 내 안의 무언가를 느끼며 낯설지만 반가운 느낌으로 손끝이 찌릿했다.
<탑건:매버릭>의 톰 크루즈는 여전히 멋있다. 잘생긴 얼굴은 타고났다 해도 나이 60에 탄탄한 몸매를 유지하는 데에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선글라스에 항공 점퍼를 입고 바이크를 타는 모습은 멀리서 보면 20대와 다를 바가 없을 정도다. 꾸준히 자신을 관리하고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나이 먹은 우리는 아니까 그의 한결같은 모습에 진심으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렇게 나이드는 게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아주 훌륭한 예다.
<탑건:매버릭>에서의 톰 크루즈는 좋은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이가 들면 나의 뒤를 따르는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얹어지는 것 같다. 부모로서, 스승으로서, 어른으로서 자식에게, 제자에게,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알려주고 보여주고 잘 따라오도록 이끌어주는 게 나이 든 사람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책임감이 때로는 무거운 짐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것을 감내해내는 것도 어른으로서의 의무다. 영화 속 톰 크루즈를 보면서 두 아들의 엄마로서 더 단단해져야겠다고, 어린 아이들에게 논술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더 노력해야겠다고, 아직 가보지 않은 인생을 두려워하는 후배들을 위해 당당한 뒷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마음을 다졌다. 나도 내 삶이라는 무대에 유일한 배우니까 말이다.
처음 가본 용산 CGV 아이맥스관에서 <탑건:매버릭>을 관람했다는 게 우리 부부에게는 아주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최대의 스크린에서 최고의 음질로 마치 전투기 게임을 실제로 하고 있는 듯한 생동감을 느꼈다.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의 몰입감과 심장 박동이 힘차게 요동치는 긴박감으로 2시간 동안 영화다운 영화를 감상한 기분이 들었다. 엄마아빠를 위해 좋은 자리를 예매해 준 우리 큰아들에게 너무 고마워서 영화를 본 날 저녁, 우리 가족은 기분 좋게 시끌벅적한 외식을 했다.
<탑건:매버릭>은 나이 들어가면서 힘이 빠져 우울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기력증에 빠져있는 중년들에게 특히 권하고 싶은 영화다. 듣는 즐거움, 보는 재미뿐만 아니라 톰 크루즈라는 배우가 전해주는 에너지, 어떻게 나이들어 갈 것인가라는 방향성까지 전해주는 아주 좋은 영화다. 톰 크루즈는 올해 7월이면 만 60이 된단다. 7월에 만 50이 되는 나보다 딱 10살이 많다. 톰 크루즈를 본보기 삼아 건강하고 멋진 나의 50대를 계획한다. <탑건:매버릭>은 여러모로 쓸모있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