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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May 01. 2022

5월 1일, 결심을 권한다!

4/19~7/27 다시 100일 단주!

 4월 19일이었다. 4·19 혁명을 의식한 건 아니었지만 내 삶의 획기적인 변화를 도모하기에 딱 좋은 날이라고 의미 부여를 했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 지는 너무나 명확했다. 다시 단주다! 2021년 10월 어느 날에도 문득 술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전날 밤까지 술을 마시고 다음 날 아침 숙취와 함께 후회의 쓰나미가 밀려왔던 날이었을 것이다. 그놈의 술 때문에 내 인생 곳곳에 오점이 생겼다. 하지 않아야 할 말들, 하지 말았어야 할 행동들, 결국 끝이 안 좋았던 관계들, 틀어진 계획들까지... 지난 일 후회하면 뭘 할거냐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만큼 큰 상처도 있다. 물론 나이 50을 넘긴 지금은 술 때문에 말실수를 하거나 기억나지 않는 행동으로 곤란한 일을 겪지는 않는다. 그만큼 과음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간 관계가 단순해져서 술 마실 상대가 다양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 자꾸만 단주를 생각하는 이유는 나의 자제력 부족 탓이다. 적당히 즐길 정도로만 마시거나 약속이 있을 때만 마시는 정도의 횟수면 좋을 텐데 나는 한 번 술잔을 들기 시작하면 중간에 멈출 수가 없다. 그날의 감정이 희로애락 중 무엇이더라도 그 끝을 향해 술과 함께 달려간다. '인생, 뭐 있어. 이렇게 즐기며 사는 거지.'라는 멘트로 나 자신을 합리화하며 술에 취하고 기분에 취한다. 그렇게 한 번 풀어지고 나면 쉽게 죄어지질 않는다. 어느 휴일엔 남편이 따라주는 낮술도 마시고 식구들이 없는 조용한 집에선 혼술에 젖어들기도 한다. 술을 안 마셔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술을 곁에 두고도 별탈 없이 굴러가는 일상을 산다. 


 그래도 단주다! 별탈이 없다는 거지 만족스럽다는 건 절대로 아니다. 술 마신 다음 날에는 읽지 못한 책들, 쓰지 못한 글들이 생각나 책상에 앉는 게 두려워진다. 잘 하고 싶던 일들이 이 정도면 괜찮은 일들이 돼버리고, 목표나 성공 이런 말들은 내게서 멀어진다. 과음 다음날 아침엔 나잇살에 술살까지 덕지덕지 붙은 몸이 보기 싫어서 샤워 후 거울 보는 게 두렵기까지 하다. 얼굴 곳곳에는 울긋불긋 트러블이 생기기도 하고 못 견딜 정도는 아니지만 숙취로 화장실을 들락날락 하기도 한다. 전날 밤까지 먹었는데도 아침이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리고 주체할 수 없는 허기가 밀려온다. 아침엔 뜨끈한 국물로 속을 달래고 점심엔 시원한 냉면을 폭풍 흡입하며 그제야 속이 진정되는 걸 느낀다. 빵빵한 배를 보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든다. 정말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날이 작년 10월이었다. 그래서 나의 단주는 시작되었고 여수 낭만포차의 유혹에도 굴하지 않으며 100일 단주를 마쳤다. 마치지 말았어야 했다. 30년 마셔온 술을 100일이나 마시지 않은 나를 기특해하며 기념 삼아 마신 술이 다시 시작이 되었다. 전보다 술은 더 달았고 술자리에서 나는 훨씬 더 즐거워 보였다. 3개월, 술과 함께 적당히 괜찮은 날들이 계속되었다.  


 다시 단주다! 문득 2022년을 이대로 보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탈 없이 굴러가는 일상이 지겨워졌다. 적당히 괜찮은 날들에 싫증났다. 잔잔한 내 삶에 큰돌을 던져서 파문을 일으키고 싶었다. 4월 19일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게 무슨 신의 계시라도 되는 양 서둘러 다이어리를 폈다. 4월 19일 날짜에 빨간색 펜으로 동그라미를 그리고 진하고 크게 '다시 100일 단주!'라고 썼다. 부적처럼 효과가 나는 것 같았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힘이 들어갔다. 달력의 날짜를 셌다. 4월 19일부터 100일이 되는 날까지 1일, 2일, 3일 ...., 99일, 100일. 세상에! 100일째 되는 날이 7월 27일이다. 그날이 무슨 날이길래 이러냐고? 바로 내 생일이다. 나의 51살 생일, 만으로 50이 되는 날인 것이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맥박이 빨라졌다. Revolution, 혁명, 이런 단어들이 머릿속에 떠다녔다. 내 인생 마지막 전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막 대단한 의미를 갖다 붙이고 싶었다. 그렇게 나의 100일 단주는 다시 시작됐다. 


 단주를 하는 날이 쌓여갈수록 내 통장에는 돈이 쌓여가고 독서 기록장에 책도 쌓여간다. 단주를 시작하면서 카카오 통장을 하나 더 만들어 매일 단주 성공을 자축하며 10,000원씩 저축하고 있다. 어제까지 120,000원. 100일 단주에 성공하게 되면 7월 27일 내 생일에는 100만원이 든 통장이 생긴다. 오롯이 나를 위해 쓸 생각이다. 작년 10월에 시작한 100일 단주로는 5kg 감량을 했었는데 술을 다시 마시면서 한 달 만에 다시 쪘다.  이번에는 좀 더 욕심을 내서 8kg 이상 감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어려운 단주를 해냈다는 성취감에 날씬한 몸까지 덤으로 얻은 내게 예쁜 옷 한 벌을 선물할 생각이다. 단주 시작과 함께 매일 새벽 기상아침 산책도 시작했다. 술을 마시지 않은 다음 날은 좀 더 일찍 하루를 마중나간다. 우리 집 뒤에 있는 청량산은 날마다 올라도 지루함은커녕 새로운 아이디어와 상쾌한 기운을 아낌없이 제공한다. 바람, 새소리, 나무, 꽃들이 나의 계획과 다짐을 실행해가는데 든든한 지원군이다. 


 5월 1일!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의 첫날이다. 시작이라는 말과 잘 어울리는, 결심하기 좋은 날이다. 4월 한 달 논술 수강생이 조금 늘었고, 내 수입도 조금 올랐다. 어제까지 무사히 4월 논술 수업을 마무리했고 5월 5일까지 5일이나 쉴 수 있다. 며칠 후엔 요양병원에 있는 엄마 면회도 하고 우리 네 형제 오랜만에 저녁도 함께 하기로 했다. 나의 100일 단주 계획은 잘 진행되고 있고 오늘 아침 남편과 함께 아침 산책도 다녀왔다. 술이 빠진 내 일상이 술술 풀리는 기분이다. 이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다. 난 7월 27일까지 100일 동안 나의 결심을 잘 지켜낼 것이고 내 인생의 건강한 전환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5월이 시작되는 날, 좋은 결심 한 가지씩 해보는 건어떨까? 5월 1일, 결심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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