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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May 15. 2022

단주 결심을 도와주는 책! 『금주 다이어리』

나의 '100일 단주'를 응원한다!


 4월 19일, 4·19 혁명에 맞춰 '100일 단주' 스타트! 7월 27일 만 50세 내 생일이 딱 100일이 되는 날! 하늘의 계시라는 생각이 들어 소름, 100일 단주를 끝내고 나면 나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 것 같은 기대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100일 단주를 성공한 경험이 있으니 이번에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때는 술 대신 빵을 즐기고 자주  과식을 한 탓에 겨우 3,4kg 감량에 그쳤다. 그것마저도 다시 음주 생활로 돌아가자 한 달 만에 원상태로 돌아왔다. 이번엔 그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4, 19, 7, 27, 100, 이런 숫자들이 내 머릿속에서 박수를 치며 응원을 보냈다.  


 5월 15일, 칼로리 높은 술을 27일 째 안 마시고 있는데 몸무게는 겨우 1,2kg 정도 빠졌을 뿐 눈에 보이게 달라진 건 없다. 게다가 이번에는 새벽마다 청량산 정상에 올라갔다 오는데도 체중 변화는 전보다 더 더디기만 하다. 빠지라는 살은 안 빠지고 힘이 빠진다. 이번에는 100일 단주를 넘어 1년, 가능하다면 평생 술 없이 살아보자 했건만 흔들림 없는 체중에 내 마음이 흔들린다. 김영하의 『작별 인사』를 읽다가 같은 출판사 복복서가의 책들 중에 『금주 다이어리』가 눈에 띄었다. 멋지게 금주에 성공하고 내가 이런 책을 쓰고 싶었는데 그 기회를 빼앗긴 것 같아 잠시 서운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고집쟁이 체중 때문에 짜증나서 '에라, 모르겠다 술 한 잔 먹자' 할 것 같은 위기다. 나를 붙들어줄 무언가가 절실했다. 도서관으로 달려가 『금주 다이어리』를 빌려와 읽기 시작했다.


나 자신과 거래를 한다. 앞으로 74일 더, 총 100일 동안 금주하자. 100은 참 멋지고 단호한 숫자잖아. 100일 후에도 나아지지 않으면 그만두는 거야.

26일째 p.63


 『금주 다이어리』의 저자 클레오 풀리(당시 40대 후반, 세 아이의 엄마)는 단주 26일째에 100일 단주를 결심했다. 나는 오늘이 27일째이다. 100일 후에 달라져 있을 나를 상상한다. 반드시 100일을 채우고 그날의 기쁨과 자축 파티를 기록하겠다고 마음먹는다. 100일이 되는, 나의 만 50세 생일 7월 27일은 평생 잊지 못할, 내 운명의 날이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런 멋진 계획을 중간에, 절대로 포기할 순 없다.


와인 한 병에 평균 12.5파운드 정도 지출했다. 그리고 일주일에 열 병 정도 마셨다. 그러면 일주일에 125파운드, 한 달이면 500파운드가 넘는다! 총생활비에서 어마어마한 비율을 차지한다.
p.88~89


 오늘 파운드 환율로 계산해보니 한 달 500파운드면 우리나라 돈으로 780,000원 정도다. 와, 장난 아니다. 나는 이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매일 소주 2병(오해는 하지 말기를, 물론 매일 이 정도는 아니다, 아니 아닐 것이다…)으로 계산해봤다. 슈퍼에서 사면 4,000원 정도지만(그것도 아끼겠다고 마트를 이용했다. 마트에서는 소주 2병을 3,000원에 살 수 있다.) 집에서 마시게 되면 안주를 준비해야 하는 비용과 시간이 들고 밖에서 마시게 되면 소주 값만 8,000원 그리고 안주값은 1차에서 최소 4,5만원 정도는 된다. 술값 안주값 합쳐서 평균 50,000원이라 치고 매일은 아닌 것 같아 이틀에 한 번 15일로 계산하니 750,000원이다. 저자나 나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외모 치장에 크게 신경쓰지 않으니 우리는 소박한 부부라고 자부했는데 술로 사치를 부리며 살았다.


 100일 단주를 결심하며 통장 하나를 개설했다. 매일 단주 성공 기념으로 10,000원씩 모으는 중이다. 어제까지 260,000원이다. 100일째 되는 7월 27일 내 생일에 100만원으로 무엇을 할 지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난다. 술 안 마시는 대신 한 달 30만원 저축하고 식구들 반찬값도 좀 넉넉히 쓸 수 있다. 체중 변화가 너무 더뎌서 짜증이 났었지만 돈 생각을 하니 단주의 이유가 더욱 분명해진다. 100일만 하고 그만 두기엔 단주로 얻는 이점이 너무 많다. 그리고 사실 100일 견딘 게 아까울 것 같다. 『금주 다이어리』의 저자도 100일째에 나와 같은 생각을 했다.


100일까지 한 다음 포기할지 말지 결정하자는 조건을 달았던 것이 이제야 생각난다. 나는 100일쯤 되었을 때 더 수월해지지 않으면 술을 끊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생각 같다. 절대, 절대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지 않다. 그러므로 오늘부터 다시 100일을 위해서 힘내자. 난 준비가 되어 있다.
100일째 p.149


  『금주 다이어리』를 읽다가 드디어 찾아냈다. 내 체중이 쉽게 줄지 않는 이유를. 그리고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어찌 생각해보면 너무도 당연한 결과였다.


술을 끊으면 초대형 유조선이 방향을 바꿀 때처럼 우리 몸이 경로를 조정할 시간이 필요하다. (…) 우리는 대부분 갈망을 잠재우기 위해서 설탕에 의존한다. 설탕은 알코올처럼 도파민을 유발하고, 그러므로 역시 중독성이 있다. 게다가 위안도 준다. 제길,이렇게까지 자제하는데 보상을 누릴 자격이 있는 거 아니야? 나는 술을 끊고 처음 몇 주 동안 내 머리통보다 큰 조각 케이크를 종종 먹었다.
123일째 p.182~183


 3개월 전 100일 단주를 끝내고 또다시 3개월 동안 음주 생활로 돌아간 뒤 다시 100일 단주를 결심하고 술을 안 마신 지 이제 겨우 27일째다. 내 습관의 초대형 유조선이 방향을 바꾸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30년 넘게 음주 생활을 했는데 한 달도 안 되는 단주로 내 몸이 확 달라지기를 바란다는 건 말도 안되는 욕심이다. 이성적인 사고가 필요할 때다. 게다가 나도 술 대신 쿠키나 단팥빵 등 전에는 잘 먹지 않았던 간식거리에 자꾸만 손을 대고 있다. 술 대신 이거라도 먹자는 심리인 것 같은데 그러니 체중이 빠질 리 만무하다. 이유를 알았으니 조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천천히 습관을 바꿔가는 수밖에 없다. 오래 걸리겠지만 반드시 변화는 있을 거니까 포기만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결과를 보게 될 것이다.


강하고, 끝내주고, 야심 찬 여자들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 우주를 구하려고 약에 취할 필요가 없다. 더 나은, 더 중요한 할 일이 있다. 알코올은 방해만 될 뿐이다.

나는 이제 마흔 살보다 쉰 살에 더 가깝지만 강한 여자가 되고 싶다고-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결론을 내렸다. 나는 술을 끊었고, 이제 싸울 수 있는 체중으로 회복중이다. 달리기를 진지하게 해보자. 요가도 해서 강하고 유연해지자. 그런 다음 세상을 바꾸자.

136일째 p.202

 쉰 살이 되었지만 나도 지금보다 더 강하고, 끝내주고, 원하는 것을 결국 성취해내는 여자가 되고 싶다. 술은 방해만 될 뿐이다. 나는 술을 끊고 있고, 더디지만 조금씩 목표 체중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그리고 매일 새벽에 일어나 산에 오르고 일 평균 만보를 걷는 강철 체력이다. 요가 강사 자격증까지 취득한 유연성 있는 몸으로 거의 매일(며칠 전 허리 통증으로 잠시 쉬고 있기는 하지만) 머리서기를 20분 이상 한다. 단주 100일을 마치고 다시 목표를 정할 때는 나뿐만 아니라 세상에도 도움이 되는 계획을 세워볼 생각이다.




나는 지난 12개월 동안 한 바퀴를 빙 돌아 원래 자리로 온 느낌이다. 천천히, 천천히, 나를 겹겹이 가렸던 것들이 다시 벗겨졌다. 그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그 밑에는 이십대 후반의 내가 있었다.

그리고 내 몸도 찾았다. 체중이 13킬로그램 줄어들었고, 최소 5년은 젊어 보인다는 말을 듣는다. 나의 자존감, 용기, 매력도 다시 발견했다. 이제 다시 나 자신이 좋아졌다.

365일째 p.460

  『금주 다이어리』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100일을 넘어 12개월 후의 나를 그렸다. 어쩌면 그곳엔 서른 살의 내가 있을 지도 모른다. 지금보다 훨씬 날씬해진 몸으로 멋진 옷을 차려입고, 강연자로 당당히 서 있는 나를 상상한다. 사람들에게 영국의 클레어 풀리 이야기 대신 대한민국 이주용의 단주 이야기를 자신있게 들려줄 그날을 떠올린다. 나는 오늘 술이 없는 휴일 저녁에 여유롭게 독서 시간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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