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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Jun 10. 2022

주용아! 잘 지내고 있니?

요즘 난...

 새벽 기상이 습관이 되었다. 매일 5시 전후로 일어난다. 알람 소리를 듣기 전에 눈이 떠져서 매번 알람을 내가 끈다. 다른 사람보다 먼저 일어나 하루를 맞이하는 기분이다. 하루 24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새벽 기상으로 그 시간을 좀 더 길게 쓰려고 애쓴다. 새벽 5시부터 아침 8시까지 그 시간에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다. 전에는 하타요가원에 다녔고 한동안은 맑은 정신으로 글을 쓰자며 커피와 함께 책상에 앉아 있기도 했다. 요즘 난 새벽에 산책을 한다. 이것저것 해보다 결국 새벽에 걷기로 했다. 



 새벽 산책을 한다. 우리 집 뒤에 있는 172m의 청량산 정상을 오르는데 등산이라 하기엔 걸리는 시간이 좀 짧고, 산책이라 하기엔 숨이 차고 땀도 난다. 삼성 헬스 앱에 따르면 약 7000 걸음, 4.5km 조금 넘는 거리, 200kcal 정도의 열량이 소모된다. 하루를 내 몸에 플러스가 되는 운동으로 시작하면 뭔가 든든하다. 게다가 운동을 하는 장소가 꽉 막혀있는 헬스장이나 요가원이 아니어서 더욱 좋다. 매일 아침 탁 트인 산에서 호흡하며 자연이 주는 기운을 받고 하루를 연다.  나에게 영향을 받은 남편이 얼마 전부터 새벽 산책을 함께 하고 있다. 



 살람바시르사아사나(머리서기, 물구나무서기)를 수시로 한다. 하루에 2,30분 가량 발이 아닌 머리로 서서 음악과 함께 명상을 한다. 요가원에서 몇 초  잠깐 섰다 내려오는 것도 어려워하던 내가 지금은 30분 넘어서까지 다리를 하늘로 향하고 꼿꼿하게 서 있다. 연습의 효과다. 반복의 힘이다. 무엇이든 처음 시작할 때는 낯설고 어색하고 서툴지만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하다보면 어느새 익숙해지고 편해지고 잘하게 된다. 살람바시르사아사나를 하며 머리에서 발끝까지 내 근육의 속삭임을 듣는다. 오늘은 여기가 불편하다고, 이쪽은 좀 더 펴 달라고, 아직도 이곳에 근육이 많이 뭉쳐있다고, 내 몸 곳곳에서 나에게 말을 건다. 그 소리에 귀기울이다 보면 그동안 잘 보살피지 못한 몸에 미안해지고 앞으로의 건강한 생활을 다짐하게 된다. 



 논술 수업에 열심이다. 진심을 다한다. 돈을 버는 수단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정성을 쏟는다. 예전에 학원을 운영할 때도 갖지 못했던 열정이다. 매주 공들여 수업 준비를 하고, 매달 학부모 상담을 하며 나보다 젊은 엄마들의 고민을 듣는다. 전보다 책을 더 많이 읽게 되었다거나 한 줄도 쓰지 않던 아이가 논술 과제로 원고지 몇 장을 쓰는 게 용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게 가르치는 보람이지 싶다. 반대로 고집스럽게 변하지 않는 아이들은 끝까지 친절하게, 책과 친해지고 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연륜과 내공을 발휘하는 중이다. 신기하게도 돈에 대한 집착을 버리니 돈 버는 일이 재미있어졌다. 



 단주 중이다. 30년 음주 생활 중에 단 한 차례 100일 단주에 성공했다. 그 이후 와르르 무너졌다가 다시 힘겹게 마음을 다잡고 100일 단주에 재도전하고 있다. 오늘이 53일 째, 단주 성공을 기념하며 하루에 만 원씩 통장에 저축을 했는데 어느새 52만원이 찍혀 있다. 7월 27일 만 50세 내 생일이 100일이 되는 날이자 군대에 가는 큰아들과 3박 4일 제주도 여행에서 돌아오는 날이기도 하다. 2022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해이자 50번째 생일은 오래오래 기억될 것만 같다. 이번에 100일 단주에 성공하게 되면 내년 내 생일까지 1년 계획을 세워볼 생각이다. 20대에도 챙기지 않았던 기념일을 나이 50이 되어서 기다린다. 



 글을 못쓰고 있다. 나의 하루 24시간은 잘 굴러가고 일상은 무탈하고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로운 날들을 누리고 있는데 정작 내가 가장 잘하고 싶은 글쓰기는 내 하루의 어디에도 안착을 못하고 휘청대고 있다. 그래서 마음 한구석이 개운치 않고 잠자리에 들 때마다 아쉬움으로 뒤척이곤 한다. 완벽하지 못한 글도 계속 쓸 수 있는 뚝심이 간절하다. 조금씩 나아지는 글을 기대하며 글을 쓰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 나는… 그런 대로 잘 살고 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기 위해 애쓰고, 오늘보다 내일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오늘의 나를 관찰하고 내일의 나를 계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가득 채워지지 않는 하루를 산다. 어느 날은 몸이 좋지 않고 어느 날은 마음이 편하지 않고 어느 날은 또 사람들이 불편하다. 그래도 괜찮다. 이젠 부족한 상태를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완벽하지 않아서 노력할 수 있고, 채워지지 않아서 간절할 수 있다. 요즘 나는 나를 사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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