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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May 08. 2022

가족이 함께 보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 <나의 해방일지> 

 언제부터인가 가족들이 함께 볼 만한 TV 프로그램이 없어졌다. 물론 가족마다 사정이 다르고 상황이 다르고 취향도 다르겠지만 우리 네 식구는 저녁 먹으며 볼 게 없다고 주말마다 투덜거렸다. 우리 가족은 노래 듣는 걸 좋아하고 드라마나 영화도 꽤 즐기는 편이다. <싱어게인>은 본방 사수를 했고, 유튜브로 <비긴 어게인>을 가끔 듣고, 넷플릭스로 지난 영화와 드라마를 골라 본다. 


 우리 부부의 최애 드라마는 <나의 아저씨>였고 나 혼자 눈물 콧물 흘리며 본 드라마는 <디어 마이 프렌즈>였다. 우리 두 아들은 <또 오해영>을 재미있게 봤고 지금도 그 OST를 듣곤 한다. 오래 전부터 나는 노희경 작가를 좋아해서 그녀의 드라마는 거의 다 봤다. 그리고 한동안은 박해영 작가의 <나의 아저씨>에 빠져서 얼마전에 출간된 드라마 대본집까지 살 뻔했다.(두 권이라 가격이 좀 부담스러워 마음을 접었다.) 아무튼 믿고 볼 만한 노희경과 박해영 작가의 드라마가 동시에 시작한다길래 기대했었다. 게다가 두 드라마 모두 넷플릭스로 볼 수 있다니 한동안 우리 가족에게 볼거리가 생긴 것 같아 반가웠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것일까. 아직까지는 "와" 할 정도로 기대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하고 있다. 남편은 <나의 아저씨>를 따라올 만한 드라마는 없다며  벌써부터 심드렁해졌다. 영화 매니아 큰아들은 드라마가 너무 뻔하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나는 솔직히 노희경 작가의 <우리들의 블루스>를 더 기대했는데 지금까지는 <나의 해방일지>에 마음이 더 쏠리고 있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네 식구가 밥 먹을 때 함께 본다. 다양한 인물들의 각기 다른 색깔의 희노애락을 보며 우리 네 사람도 각자 다른 생각을 하는 듯하다. 숟가락 젓가락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우리의 말소리도 시끌벅적해진다. 남편은 저 여자가 이상하다고 하고, 큰아들은 예쁘니까 괜찮다고 하고, 작은아들은 연기를 잘 한다며 칭찬하고, 나는 제주도에서 살고 싶다고 앙탈을 부린다. 덕분에 주말 우리 가족의 저녁 시간이 좀 길어졌다.


 <나의 해방일지>는 우리 둘째아들과 조용하게  본다. 고3인데 드라마 볼 시간이 어디 있냐고 할 지 모르지만 나는 우리 아들과 드라마를 함께 보며 감성을 공유할 수 있어 좋다. 입시 공부에 지쳐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리는 것보다는 가끔 가슴을 데워주는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엄마랑 함께 하니 더욱 좋지 아니한가.   

 이 드라마의 주제를 한 단어로 말하자면 "말"인 것 같다. 말이 너무 없는 사람들, 말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말이 너무 없는 사람도, 말이 너무 많은 사람도 다 외로워 보인다. 효율성으로 따지자면 말을 많이 하는 게 하나도 좋을 게 없다. 힘들여 말하지만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은 별로 없고, 어차피 혼자가 되면 말이 없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외로워진다. 

 큰아들은 이 드라마에 나오는 '추앙'이라는 단어가 과하다 했다. 하지만 나는 박해영 작가가 이 단어를 고집(?)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지겹게 평범한 일상에는 흔하지 않은, 별나고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했을 것이다. 사랑 말고 '추앙', 그냥 원하는 게 아니라 '갈구'. 이 드라마는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하는지에 집중하며 보게 된다. 대사에 더욱 귀를 기울인다. 


  <우리들의 블루스> <나의 해방일지>를 본방 사수할 정도로 엄청난 애정을 갖고 보지는 않지만 넷플릭스로 아껴가며 본다. 분위기에 따라, 함께 보는 사람에 따라 골라 볼 수 있는 드라마가 있어 아무튼 좋다. 주말만큼은 가족과 함께, 먹고 보고 이야기 나누며 보내야 하지 않을까. 이 맛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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