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중1 아이들과 함께 읽은 책

by 유쾌한 주용씨

올해 중1 논술 수업의 마지막 책은 『청소년을 위한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이다. 유명하지만 아직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책이었다.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기대 이상이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라지만 성인인 내가 읽기에도 손색이 없다. 느끼고 반성하고 결심하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마음에 새기고 싶은 문장이 쏟아져 색연필로 밑줄 그어가며 입으로 소리내어 읊기도 했다. 한해가 저물어가는 연말에 과거의 나를 돌아보고 새해 다짐을 하며 읽기에 참 좋은 책이다. 이 책을 읽고나면 좀 무리가 된다 싶은 계획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생긴다. 나는 그랬다. 나와 논술 수업을 하는 중1 아이들에게도 이 책의 울림이 크게 전달되었기를 바란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돌아온 빅터 프랭클은 유대인이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체포되어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기며 마침내 살아돌아왔지만 부모, 아내, 남동생 모두 수용소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책의 앞부분을 읽으며 수용소에서의 생활이 얼마나 끔찍했을지 상상하느라 여러 번 인상을 찌푸렸다. 나라면 과연 참아낼 수 있을까 생각하다 그만뒀다. 이것이 실제 이야기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이 책을 보면서 모든 인간은 악하게 태어났는데 환경의 영향이나 교육을 통해 선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성악설에 힘이 실렸다.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입니다.
-니체의 말-


시련, 고통이나 죽음과 같은 부정적 단어에 대해 다르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세상에서 두려워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내 고통이 가치 없는 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 도스토옙스키처럼 고통을 거쳐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 고통도 기꺼이 받아들일 정도로 담대한 사람이 되고 싶다. 며칠 전 컨디션이 안 좋아 출근하기 싫은 날이었다. 학원까지 태워다 주는 남편에게 책에서 읽은 니체의 문장을 읊어주려는데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아 "나를 죽이지 못한 고통은 나를 성장시킨다"라고 했더니 "으아~" 하며 감탄했다. 차에서 내리며 멋지게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속으로"라고 인사하며 학원으로 들어갔다. 그날 나는 아이들이 내 안 좋은 몸상태를 느끼지 못할 만큼 에너지 넘치는 수업을 해냈다. 힘든 걸 견뎌내며 최선을 다해 내 할 일을 해냈으니 분명 나는 강해졌고 성장했을 것이다.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갈 수 없다.
p.113

진정한 자유를 위해서는 돈과 시간, 건강까지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20대에는 돈이 없고, 30대에는 시간이 없고, 40대에는 건강이 삐그덕거렸다. 50대가 된 지금, 난 20대에 비하면 넉넉한 편이고 30대보다는 일을 덜 하니 시간 여유도 있다. 40대보다 건강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나이 탓하며 쉽게 주저앉지는 않을 것이다. 만족할 만큼 경제적으로 부유하지도, 시간이 충분하지도, 몸이 쌩쌩하지도 않지만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빅터 프랭클의 말처럼 지금 내게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길을 선택하고 태도를 결정하는 자유는 오직 내 것이니까 말이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니체의 말-


내 필요에 딱 맞는 책이 있다. 『청소년을 위한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가 바로 그랬다. 12월 들어서 무엇 하나 제대로 한 것 없이 올해가 다 갔다는 생각에 아쉽고, 새해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지 못하고 있어 초조했다. 일상에서의 태도도 좀 느슨해져 있어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해봐야지 하는 결심이 선뜻 서질 않았다. 그때 이 책을 읽으며 '이주용, 너는 왜 살아야 하는 거니?' '네 삶의 의미는 뭐니?' '네가 글을 쓰고 싶은 이유는 무엇이니?' '네가 하는 논술 수업의 목표는 정확히 뭐니?' 등등, 수없이 많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확실하게 답을 찾은 것도 있고, 아직 불분명한 것도 있지만 내가 어떤 길을 가야 할지 조금씩 선명해지고 있다. 그리고 2023년은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말고 제대로, 치열하게 한 번 살아봐야지 싶다.


인간은 가능한 한 세계를 더 나은 쪽으로 바꿀 수 있고, 필요하다면 자기 자신을 더 좋게 변화시킬 수 있다.
p.175


올해 끝자락에 선 지금의 나보다 1년 후 2023년의 끝에 선 내가 훨씬 더 좋아졌기를 바란다. 내 가족, 일, 독서, 글쓰기 등 나의 세계가 더 나아져 있기를 원한다.


『청소년을 위한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독서노트


중1 아이들과 수업하며 아이들이 뽑은 명문장을 서로 감상했다. 어린 줄만 알았는데 멋진 구절에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며 설명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했다. 너무 편한 환경에서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는 이 아이들이 빅터 프랭클의 수용소에서의 고통을 어느 정도나 공감할 수 있을까? 한 번도 육체적 고통을 느끼지 않은 아이들이 부럽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다. 매일 학교와 집, 학원만 돌아다니며 놀 시간조차 없는 요즘 아이들이 타인의 고통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그렇다고 고통을 자처할 필요는 없으니 이렇게 좋은 책을 통해서라도 공감력을 키웠으면 좋겠다. 나와 함께 하는 논술 수업을 통해 따뜻한 어른으로 자라길 바란다. 그래야 우리가 사는 세상이 더 나은 세상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