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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Aug 05. 2024

셸리 리드 장편소설 『흐르는 강물처럼』

인생, 자연, 여성의 삶...

2박 3일 속초로 짧은 휴가를 다녀오고 그동안 미뤘던 얼굴과 목 편평사마귀를 모두 제거하는 시술을 했다. 바이러스성이라 그냥 놔두면 계속 더 커지고 퍼질 거라는 말에 이번 휴가 기간에 큰맘을 먹었다. 워낙 개수가 많아서 비용도 꽤 들었고 회복 기간도 좀 걸릴 것 같다. 햇빛을 보면 안되고 씻는 것도 조심스럽게, 그리고 땀 흘리는 운동도 하면 안된다는 말을 넙죽 받아 8일 동안 병원 진료차 외출 2회 빼놓고는 행복한 칩거 생활 중이다. 답답하지 않냐고 묻는다면 NO! 호흡이 끊어질까봐 선뜻 시작하지 못했던 장편 소설을 도서관에서 빌려다놓고 읽고 있다. 한 마디로 너~무 좋다. 


셸리 리드 『흐르는 강물처럼』은 400페이지가 훌쩍 넘는 꽤 긴 장편소설이지만 단 이틀 만에 다 읽고 독서노트에 좋은 구절들을 옮겨 적으며 다시 되새겼다. 오랜만에 딱 내 취향의 이야기를 만났다.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자연의 위대함을 느낀다. 그리고 어떤 역경 속에서도 강인하게 살아남는 여성을 통해 용기를 얻고 삶의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재미와 감동, 교훈과 깨달음까지 모든 걸 갖춘 소설이다. 


『흐르는 강물처럼』 독서노트1.
『흐르는 강물처럼』 독서노트2.



내가 정리한 줄거리

빅토리아는 어릴 적(12살)에 어머니, 캘 오빠, 이모를 한꺼번에 사고로 잃었다. 무뚝뚝한 아버지, 사고뭉치 남동생 세스, 전쟁으로 다리를 잃고 폐인처럼 살아가는 이모부와 함께 살며 집안의 유일한 여자로서 많은 것들을 감당하며 살았다. 우연히 만난 인디언 윌슨 문과 사랑에 빠졌지만 윌은 죽고 아이만 그녀에게 남았다. 도저히 아이를 키울 수 없었던 17살의 빅토리아는 한 가족에게 아들을 맡기고 집으로 돌아간다. 집에 혼자 남았던 아버지마저 죽고 그녀는 복숭아 과수원과 함께 터전을 옮겨 20여 년을 살다 아들을 키운 여자와 극적으로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한 아들의 엄마로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빅토리아는 마침내 아들을 마주하게 된다.


♣ 독서노트에 필사한 구절과 단상♣


윌슨 문은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온 사람이었다. 결코 서두르거나 초조해하는 법이 없었고, 사람 사이에 생기는 긴 침묵을 수다로 채워야 할 어색한 그릇으로 여기지도 않았다. 그는 좀처럼 미래를 생각하는 일이 없었고, 과거를 돌이키는 일은 그보다도 없었으며, 후회도 아쉬움도 없이 오로지 현재의 순간만을 두 손에 소중히 담고서 작은 것 하나하나에 경탄하는 사람이었다. (p.29)

그는 내게 본질을 제외한 모든 것을 비운 삶이야말로 참된 삶이라는 사실을, 그런 수준에 도달하면 삶을 지속하겠다는 마음 외에 그다지 중요한 게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p.32)

어제 그의 눈동자에서 내가 본 것은 생각지도 못한 부류의 남자 한 명이 아니었다. 그 안에서는 새로운 내 모습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의 나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p.100)


오로지 지금, 여기, 이 순간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자신을 괴롭히고 불안하게 만드는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윌은 빅토리아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게 했다. 바람직한 삶으로 인도하는 사랑,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자신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는 사랑. 나이가 들었다고, 이미 오래 된 사이라고, 이런 사랑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자연의 모든 피조물은 저마다의 본성과 수천 년간 만들어온 습관에 따라 움직였고, 나도 내 일상을 그 리듬에 맞추기 시작했다. 자연에 존재하는 다른 피조물처들처럼 나도 뜨고 지는 태양에 맞추어 살아갔다.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잠을 잤다. 폭풍이 치면 치는 대로, 달이 차면 차는 대로 기울면 기우는 대로, 그렇게 자연의 리듬대로 살아나갔다. (p.186)

내가 산에서 얻은 가르침이 있다면, 그건 땅은 지속된다는 것, 필요한 때가 되면 인간의 어리석음을 없애고, 가능할 때 제 모습을 되찾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이었다. (p.279)

우리 삶은 지금을 지나야만 그 다음이 펼쳐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도가 없고 초대장이 없더라도 눈앞에 펼쳐진 공간으로 걸어 나가야만 한다. (p.281)


4년 후 결혼 30주년이 되는 때에 남편과 나는 도시를 떠나 우리만의 제 2의 인생을 살아보자고 약속했다. 출근했다 퇴근하고, 월급날과 휴일을 기다리며 참고 일하는 반복적인 일상,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하는 일들에서 벗어나 그냥 흐르는 물처럼 살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자연의 리듬대로 살고 싶어서 도시가 아닌, 자연 가까운 지방을 생각하고 있다. 그때는 지금과는 다른 고민과 어려움이 있을지 모르지만 두렵지 않다. 빅토리아처럼 내 안에는 강인함이 있을 거라고, 남편과 함께라면 모든 걸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으니까. 삶은 산처럼, 땅처럼 아무튼 지속된다.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알 수 없지만 내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면 될 일이다. 


나는 하루하루 내가 선택한 삶을 만들어나가고 있었고 그건 좋은 삶이었다. 내게 없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동시에 내 앞에 놓인 것들에 감사했다. (p.309)

숲에 깃든 태곳적 혜안은 너무 깊고 복잡해 오롯이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내게 꼭 필요했던 지혜를 다시금 떠올릴 만틈은 헤아릴 수 있었다. 숲은 내게 말했다. 모든 존재를 그 자체로 가치있게 만들어 주는 건, 바로 겹겹이 쌓인 시간의 층이라고. (p.415)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고 내가 가진 것은 잊고 내가 갖지 못한 것, 남이 더 많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고 욕심낸 적이 많다. 그런 마음을 품을 때마다 자존감은 무너지고, 짜증이 나서 자신은 물론 곁에 있는 사람까지 불편하게 만들곤 한다. 내 과거를 부정하고 싶은 적도 있다. 가난한 시절이야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내 판단과 선택으로 얼룩진 일들은 다시 깨끗하게 지우고 싶을 만큼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기 힘든 날도 있었다. 하지만 어쩌랴. 그것도 나인 걸. 과거의 나를 받아들이고, 오늘 내가 만들어가는 삶에 충실하는 것만이 나를 더 가치있게 만들어 가는 일임을 생각한다.


강인함은 작은 승리와 무한한 실수로 만들어진 숲과 같고, 모든 걸 쓰러뜨린 폭풍이 지나가고 햇빛이 내리쬐는 숲과 같다. 우리는 넘어지고, 밀려나고, 다시 일어난다. 그리고 최선을 희망하며 예측할 수 없는 조각들을 모아가며 성장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방식으로 성장한다는 것 하나만으로 우리 모두는 함께였다. 
p.416

『흐르는 강물처럼』을 읽고 누구의 인생도 함부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각자 자신의 삶을 만들어갈 뿐이다.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세상 모든 존재는 그들만의 히스토리를 품고 있다. 내 인생도 마찬가지다. 누구의 눈치를 보며 세상의 기준을 가늠하며 살 필요는 없다. 빅토리아가 갖은 역경 속에서 넘어지고, 밀려나고, 다시 일어나며 자신만의 삶을 살아냈듯이 나도 그녀의 강인함을 본받아 나만의 인생을 만들어가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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