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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Oct 28. 2024

요즘 나는...

다시 꿈!

요즘 나는 답답하다. 가슴 한가운데에 묵직한 돌이 놓인 것처럼 무겁다. 과식 탓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 듯하다.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음식을 찾고, 배가 부른데도 계속 먹게 되는 건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테니까. 그래서 생각해본다. 요즘 나는... 왜 이런지... 뭐가 문제인지... 내가 원하는 상태는 어떤 건지... 속이 뻥 뚫린 것처럼 시원해질 방법은 있는 건지... 그래서 결국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이다. 


요즘 나는 제대로 된 글을 쓰지 못한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글을 쓰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것이 먼 옛날 같다. 책을 읽어도 영화를 봐도 그 감상을 쓰는 일조차 쉽지 않아 계속 미룬다. 답답한 마음을 글로 풀어내면 좀 시원해질 텐데 속얘기를 하는 게 뻘쭘하다. 내가 쓴 글이 재미없고, 무엇을 위해 쓰려는 지도 잘 모르겠고, 내 글을 누가 읽고 어떤 생각을 할 지도 걱정된다. 잘 쓰지 못한 글에 대한 비난이 두렵다기보다는 나 자신도 공감하지 못하는 감정을 말로 풀어내는 게 어렵다. 


요즘 나는 운동을 하는데도 몸이 무겁다. 살이 빠지지 않는다. 당연하다. 과식과 음주를 반복하고 있으니 살이 더 찌지 않는 걸 고마워할 지경이다. 머리가 복잡하면 먹고 마신다. 꼬여 있는 문제를 차근차근 풀어야 하는데 그게 싫어서, 당장은 피하고 싶은 거다. 배가 부르면 졸리고, 술에 취하면 부끄럼 없이 울고 웃을 수 있다. 물론 음식과 술은 어떤 문제도 해결해 주지 않는다. 다음 날, 나 자신에 대한 실망과 무거운 몸덩어리에 눌려 전날보다 더 쪼그라든 나로 깨어난다. 눈 뜨기 싫다.


요즘 나는 일에서도 재미를 좀 잃었다. 논술 수업을 하면서 여전히 아이들과 웃고 떠들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이게 네가 진짜 원하는 거야?'라는 소리가 들린다. 가난, 불평등, 불공정, 결핍, 상실, 고통, 슬픔 등을 가슴 깊이 공감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아쉽다. 정답지에 있을 법한 뻔한 소리를 정성스럽게 써내는 아이들의 글이 지루하다. 학원, 수업, 숙제의 틀 안에서 사고의 확장과 자유로운 표현을 외치는 내 목소리가 공허하게 들린다. 그러면서도 수강생이 늘면 좋아하고 줄면 서운해하는 내 얄팍한 감정에 정떨어진다. 


왜 이럴까? 뭐가 문제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요즘 나는 간절함이 없다. 뚜렷한 목표가 없다. 하루를 계획하고 가벼운 다짐을 하지만 꾸준히 실천하지 못한다. 그리고 합리화한다. 이 정도면 괜찮은 거라고, 짧은 인생 너무 아등바등 살 필요는 없다고, 하루 즐겁게 살면 되지 장기적인 목표는 부질없다고 말이다. 6년 전에 아빠, 2년 전에 엄마, 그리고 올해 큰언니까지 떠나보내면서 죽음은 가깝고 삶은 허망해졌다. 아니, 비겁한 변명이다. 손쉬운 핑계다. 가족의 죽음이 내게 게으른 삶을 가르치지 않았다. 분명, 남겨진 너는 보다 더 나은 삶을 살라는, 슬프고도 값진 교훈을 남겼을 게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그저 오늘 하루 무탈한 것에 안심하며 사는 건 재미없다. 100세 시대에 겨우 50을 넘겼을 뿐이다. 꿈, 도전, 실행, 실패, 다시 꿈, 또 도전, 실행력, 작은 성취... 이런 것들이 썩 잘 어울리는 나이다. 아~ 이럴 수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내가 쓴 앞에 놓인 단어들을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며칠 전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붙은 자기계발서, 고명환의 『고전이 답했다』를 읽었다. 그동안의 내 게으름을 반성했다. 장바구니에 담아 두고 고민고민하다 내년 2025년에 쓸 PDS 다이어리를 주문해 지금 내 책상 앞에 놓여있다. 올해 남은 두 달 제대로 준비해서 치열한 내년을 살겠노라, 그래서 성취하는 한 해를 만들겠노라 결심한다. 다시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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