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 통영 여행 첫 코스는 <박경리 기념관>이다. 가는 날 오후와 다음 날에 걸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실내에서 즐길 만한 코스를 알아보던 중 알게 된 곳이다. 월요일은 휴관이라 가는 날 일요일에 들렀다.
박경리 선생님은 일제 시대에 태어나 격동의 세월을 살아내며 평생 글을 쓰셨다. 요즘 글을 쓰지 못하고 있어 그분의 기운을 받고 싶었다. 나를 일깨우고 꾸준히 쓰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완독하지 못한《토지》를 조만간 다시 시작하게 될 것 같다.
2. 이순신공원
통영이라는 지명은 삼도수군통제영에서 유래했다. 삼도수군통제사 1대가 이순신 장군이다. 우리의 통영 여행 두 번째 코스는 <이순신공원>이다. 남편과 똑같은 신발을 신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걸었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함께 걸을 수 있기를 바랐다. 구름 낀 날씨라 걷기엔 오히려 좋다. 쉬엄쉬엄 산책하기 좋은 코스다.
3. 통영중앙시장의 30년 전통 <시골밥상>
4시 입실인 우리 숙소 <통영 호텔 그레이>에 양해를 구하고 좀 일찍 주차를 했다. 걸어서 통영중앙시장으로 향했다. 오는 길 덕유산 휴게소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었지만 너무 일찍 출발하고 이미 두 코스를 다녀온 터라 배가 고팠다. 아무런 정보 없이 시장 골목에 있는 작은 식당 <시골밥상>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처음 보는 메뉴 대구아제비구이를 주문했다. 상은 푸짐하고 맛은 담백하다. 낮술로 소주 한 병씩 마시며 여행 첫날의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4. 세병관
배를 든든히 채웠으니 또 걸어야지. 1605년 충무공 이순신의 전공을 기념하기 위하여 세웠다는 <세병관>에 가보기로 했다. 탁 트인 전망에 조용해서 산책하기 좋았다. 꽃나무가 특이하고 예뻐서 찾아보니 배롱나무란다. 사면이 다 트여있어서 세병관 마루에 잠시 앉아 쉬어 가기에도 좋다.
5. 통영중앙시장 <팔복식당>에서 저녁
통영항 주변을 걸었다. 도심에서는 느낄 수 없는, 항구 마을의 정취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통영중앙시장을 구경하다 시장 입구에 있는 <팔복식당>에서 비교적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개운한 탕을 먹고 싶다는 우리에게 사장님께서는 메뉴판에도 없는 섞어탕을 끓여 주셨다. 그날 잡힌 물고기들로 담백하게 끓여낸 탕이었다. 먹느라 미처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바닥이 보일 정도로 국물을 남김 없이 먹었다.
다른 안주 하나를 시키고 싶었는데 꼴뚜기가 신선하다고 권하셨다. 돌아가신 아빠가 좋아하시던 건데... 한 접시 주문해서 먹는데 아빠가 사무치게 그리워져서 눈물 참느라 혼났다. 그날 잡힌 소라가 있다고 서비스로 소라회도 주셨다. 인천 종합어시장에서 즐겨 먹던 참소라와는 식감이 달랐다. 훨씬 부드럽고 고소하다. 평소 소라를 좋아하는 내게는 최고의 안주였다. 구수한 사투리와 훈훈한 인심으로 우리 부부의 통영 여행 첫날 밤이 저물어갔다.
6. 낮과는 다른 통영항 주변 야경 감상하며 산책하기
10월 통영의 밤은 시원하고 운치있다. 짭쪼름한 바다 냄새, 바다에 정박한 크고작은 배, 물에 비친 상가의 불빛들까지 여행자를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든든한 남편이 곁에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고 외치며 행복한 기분을 소리내어 표현하고 싶었다. 여행 기록을 남기고 있는 지금, 난 잠시 통영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7. 통영 첫날 밤 숙소는 <통영그레이호텔>
여행 가는 길에 유튜브에서 가성비 좋은 통영 숙소를 보다가 알게 된 곳이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았다. 가장 좋았던 건 방과 침구류에서 담배 냄새 같은 게 전혀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쾌적하게 잘 잤다. 욕실이 생각보다 넓어서 그 점도 좋았다. 게다가 아침 조식까지 제공하는데 그 퀄리티가 기대 이상이다. 토스트, 삶은 계란, 우유와 주스 그리고 커피, 시리얼까지 다음 날 아침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주말엔 이용객이 많아 가격이 좀 오르긴 하겠지만 일요일 1박을 4만원 대에 해결했다. 그래서 우린 마지막 날 1박도 이곳에서 묵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