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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Oct 05. 2021

 "나이 드는 게 두렵지 않아!"

안티에이징 독서, 박웅현의 『여덟 단어』


 어릴 때부터 따라하기를 잘 했습니다. TV에 나오는 드라마 주인공을 따라하며 내가 배우의 기질이 있는 거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죠. 개그맨 흉내를 내서 친구들을 웃기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여고 동창들은 저를 아주 웃긴 애로 봅니다. 함께 읽고 싶은, 제 인생책 박웅현의 『여덟 단어』는 강의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제 직업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강사이다보니 이런 식의 글도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박웅현을 따라해 보려고요. 이 세상에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박웅현처럼 잘 쓰지는 못 해도 봐 줄 만한 정도만 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글보다는 말이 편합니다. 제가 말을 하면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고 재미있어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글은 쓸 때마다 힘들고, 쓰고 나면 어색하고 재미도 없습니다. 책 한 권을 출간했지만 저는 항상 글쓰기에 대한 열등감이 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20년 훌쩍 넘게 해 왔고 글을 쓰기 시작한 건 3년밖에 되지 않은 까닭일 거라고 원인을 찾습니다. 글쓰기도 꾸준히 하면 언젠가 편해지는 때가 올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이제 박웅현의 『여덟 단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박웅현의 『여덟 단어』를 처음 읽은 건 4년 전이었습니다. 23년 동안 해오던 학원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된 지 몇 개월이 지난 가을이었죠. 박웅현의 다른 책 제목『책은 도끼다』처럼 제게 도끼와 같은 충격과 깨달음과 기쁨을 함께 선사한 책입니다. 돈을 벌지 않는 제게 인생에서 가치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었습니다. 피부의 탄력은 잃어가지만 마음의 근육은 더 단단해지는 기분, 한 마디로 안티에이징 독서였습니다. 책 한 권이 세월 앞에 무력해지는 저에게 무기가 되었습니다. 제 첫 책에도 이 책을 소개했고 이번에 독자와 갖는 두 번째 강연에서도 함께 읽고 싶은 책으로 『여덟 단어』를 추천했습니다. 제 강연을 듣는 분들에게 젊음을 선사하는 책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4년 만에 박웅현의 『여덟 단어』를 다시 꼼꼼히 읽었습니다. 살짝 느슨해졌던 마음에 팽팽한 긴장감이 생겼습니다. 손으로 꾹꾹 눌러 썼던 노트를 꺼내 놓고 책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치며 마음에 새기고 싶은 문장들을 타이핑했습니다. ‘아, 그래 이거지. 이걸 놓치고 있었네. 삶에서 중요한 건 이거였어.’를 연발했습니다. 그야말로 돈오점수(頓悟漸修), 갑자기 깨닫고 그 깨달은 바를 점차적으로 수행해 갈 것을 결심하게 됩니다.   

   

 박웅현의 『여덟 단어』 중 첫 번째 단어는 ‘자존(自尊)’입니다. 나보다 잘난 사람, 많이 가진 사람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당당하게 살기 위해 꼭 필요한 태도입니다. 내 안에 자존감이 장착되면 나와 다른 사람들도 존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며 상처받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은 그들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의 별로 빛나는 인생, 너무 멋지지 않나요?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절대로 변치 않는 가치, 여러분의 본질(本質)은 무엇인가요? 현대인들은 돈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건 정말 재미가 없더군요. 저는 요즘 ‘재미’를 추구합니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재미없는 일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런 일은 오래 지속할 수도 없으니까요. 인생에 반 이상을 살고 나니 ‘인생, 뭐 있나? 오지게 재미나게 사는 게 최고지’ 싶습니다. 세상엔 재미있는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심심할 틈이 없어요. 다행스럽게도 재미있는 일을 하며 돈도 벌고 있습니다.     

 오래된 것들을 좋아합니다. 몇 십 년이 지나도록 같은 자리를 지켜내고 있는 단골 술집이 고맙고, 마이클 잭슨의 음악은 언제 들어도 반가워서 눈물이 납니다. 대형 서점에서 신간을 보는 것보다 동네 도서관에서 고전을 읽는 재미가 훨씬 더 큽니다. 박웅현은 고전(古典)에 대해 시간을 이겨냈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멋진 말입니다. 아직 클래식 음악을 듣는 귀와 명화를 볼 줄 아는 눈을 갖지 못했지만 앞으로 그것에도 관심을 갖고 즐겨 보려고 합니다. 고전과 함께 늙어가는 내 삶이 얼마나 풍요로울지 정말 기대됩니다.    

  

 일하는 여자로 사는 23년 동안 제대로 보고 제대로 듣지 못했습니다. 3년을 쉬면서 진짜 ()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몸으로 깨달았습니다. 시간에 쫓겨서 보지 못한 것들을 눈에 담느라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 산책을 합니다. 탄생 이래 동일한 날씨를 반복하지 않았다는 지구는 날마다 제게 기적을 보여 줍니다. 해마다 새로 피는 진달래꽃,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나뭇잎을 보며 저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되었습니다.     


 카르페 디엠, 너무 흔한 말이지만 생각 많은 인간에게는 참 쉽지 않습니다. 과거를 돌아보느라, 미래를 계획하느라 오히려 현재(現在)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세요. 지금 내가 있는 이 곳, 이 시간에 최선을 다 하려고 노력합니다. 몰입의 짜릿함을 맛본 이후로 제 삶은 단순해졌습니다. 미래를 걱정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좋으면 그만입니다.      


 ‘동의되지 않는 권위(權威)에 굴복하지 말고 불합리한 권위에 복종하지 말자’는 박웅현의 말보다 더 멋진 말을 찾을 수 없어 그대로 옮깁니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비겁한 어른으로 살지 말자고 다짐합니다.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나를 믿고 따라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으려면 좀 멋진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20년 넘게 중고등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다 얼마 전부터 초등학생 아이들과 논술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학부모를 만나는 일이 부담스러웠는데 요즘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무릎을 굽혀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수다를 떱니다. 작은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큰 어른이 아이들은 좋은가 봅니다. 아이들이 나와 함께 있을 때  많이 웃습니다. 진심을 다해 듣고 말합니다.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이 나이 먹어서야 진짜 소통(疏通)을 하는 것 같습니다. 

 

 『여덟 단어』의 마지막 단어는 인생(人生)입니다. 인생은 아무도 걷지 않은 ‘전인미답’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정답이 없으니 때로는 불안하고 위험하지만 그래서 또 재미있는 게 인생이지 않겠습니까? 목표를 정해놓고, 꼭 해야 하는데, 잘 해야 하는데, 성공해야 하는데 하면서 안달복달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살아보니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고,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게 너무나 많더군요.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면서 맘 편하게 살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날 알아주는 사람이 생기고 기회도 오더라고요.      

 잘 써야지 하다가 항상 마감에 임박해서 글을 쓰게 됩니다. 항상 부족함을 한탄하게 되는 글쓰기입니다. 머릿속 파편들을 긁어 모아 멋진 집을 만들고 싶은데 겨우 기둥 하나 만듭니다.  마음속에 가득찬 감정들로 감동적인 그림을 그려내고 싶은데 팔레트에 물감만 풀고 있는 기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글을 씁니다. 맘에 쏙 드는 완성품이 언제 나올지 모르지만 기둥 없이는 집이 만들어지지 않고 물감 없이는 채색을 할 수 없으니까요. 4년 만에 나의 인생책 박웅현의 『여덟 단어』 를 다시 읽으며 나도 언젠가 누군가의 인생 책이 될 만한 글을 쓰겠다는 당찬 포부를 가져 봅니다.           


유쾌한 주용씨     

『일을 그만두니 설레는 꿈이 생겼다』를 출간했습니다.

멋지게 살기 위해 매일 읽고 씁니다.

아이들과 신나게 논술 수업을 합니다.

재미있게 사는 게 인생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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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전자책 2W 매거진 16호 <같이 읽어요> (2021년 10월)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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