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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Dec 01. 2021

50대를 시작하는 마음

유쾌한 주용씨와의 가상 인터뷰

 

 2021년 난생처음 50이 된 나에 대한 인터뷰 글이다. 나를 객관화하기 위해 인터뷰이의 이름을 필명 ‘유쾌한 주용씨’로 칭했다. 이 글은 50대에 첫 발을 내딘 나의 2021년을 마무리하는 글이자 그 어느 해보다 기대되는, 2022년을 환영하는 축사이기도 하다. 나를 위한 글이지만 앞으로 50이라는 나이를 맞이하게 될 후배들에게 50대에도 충분히 뜨거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쑥쓰럽지만 용기를 내어 인터뷰에 응했다.      


Q. 50대를 시작하는 유쾌한 주용씨에게 2021년은 어떤 해였나?    

 

A. 2021년은 내게 잊을 수 없는 해이다. 그토록 바랐던 첫 책을 출간한 것은 물론 새로운 직장에서 아주 좋은 조건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교육열 높은 학원가에서 팀장이라는 직함으로 초등 4학년부터 중등 1학년까지의 아이들과 논술 수업을 한다. 아이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하고 글을 쓰니 내게는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듯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산다. 20년 넘게 학원밥을 먹으며 살았는데 그 어느 때보다 아이들에게 깊은 애정을 느낀다. 가르치는 일이 이토록 좋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게다가 논술 수업은 읽고 쓰는 삶을 살겠다는 나의 꿈과 연결되어 있는 일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Q. 첫 책 《일을 그만두니 설레는 꿈이 생겼다》를 출간하게 된 계기는?


A. 마흔 여섯에 일을 그만두고 3년 남짓을 쉬었다. 성인이 된 후 처음 갖는, 가장 긴 시간의 쉼이자 멈춤이었다. 그동안 도서관과 서점을 오가며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었다. 그러다가 나도 한 번 글을 써 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학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국어 논술 학원을 운영했지만 내 이야기를 글로 쓰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던 터라 처음엔 당혹스러웠다. 그런데 독서에 빠져들수록 나도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 책을 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40대 후반에 평생 읽고 쓰는 삶을 살겠다는 설레는 꿈이 생긴 것이다. 매일 블로그에 글을 썼다. 내 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그렇게 나이 50이 된 올해에 첫 책을 출간하게 된 것이다.


Q. 어느 때보다 바쁜 삶을 살고 있다던데.


A. 20년 넘게 학원일을 계속할 때는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데 3년의 재충전 시간 후 하고 싶은 일이 많아졌다. 코로나 때문에 쉬었던 새벽 하타 요가 수련을 올해 다시 시작했다. 포토샵&일러스트 수업을 들으며 포토샵 2급 자격증도 취득했다. 유튜브 강의도 들었다. 언젠가 좋은 콘텐츠로 유튜브에도 도전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품고 있다. 


Q. 그 좋아하던 술을 끊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A. 사실 그동안 알코올에 심하게 의존하는 생활을 이어오고 있었다. 기쁜 일이 있으면 술로 축하를 했고 슬픈 일이 생기면 술로 마음을 달랬다. 그런데 나이 50이 되어 30년 동안 마신 술로 인해 잃었던 돈, 시간, 에너지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50대는 술 대신 더 가치 있는 것들로만 채우고 싶었다. 우선 올해 마지막날을 D-day로 정하고 술 없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술이 빠진 나의 하루는 길어졌고 할 수 있는 일은 많아졌다. 전보다 체력은 좋아지고 의욕은 충만해졌다. 무슨 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솟았다. 때마침 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여고 친구의 부탁으로 올해 말까지 중학교 국어 시간 강사까지 겸하게 되었다. 공교육과 사교육을 동시에 하고 있는 셈이다. 몸은 좀 힘들지만 값진 경험이라는 생각으로 두 가지 일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해내고 있다. 50이 된 올해에 기대하지 않았던 기회들이 생겼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오는 걸까? 말년에 내 인생이 피려나 보다. (하하)     


Q. 유쾌한 주용씨의 2022년 계획이 궁금하다.     


A. 50대에 내 인생의 전환기가 왔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는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저 주어진 길을 걸어왔다면 이제는 내가 길을 만들어 가려고 한다. 나이 50을 기념하듯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술을 안 마시면서 몸은 가벼워지고 좋은 습관으로 일상이 채워졌다. 지금의 마음가짐과 상황이라면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그래서 2022년 다이어리를 미리 준비해 놓고 틈날 때마다 새해를 계획한다. 쉰한 살이 되는 나의 새해 캐치프레이즈는 '2022년, 1년만 미쳐라'이다. 2,30대에도 해보지 못한 몰입의 시간을 50대에 가져보려고 한다. 우선 내가 직접 1년 논술 전문가 과정을 만들어 밟아갈 생각이다. 한 분야의 책을 100권 읽으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1년 동안 논술 관련 책을 섭렵해서 나만의 논술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지금은 내가 모든 수업을 하지만 나의 논술 브랜드를 만든다면 후배 논술 강사를 양성하면서 성취감과 경제적 안정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나이가 들어도 즐겁게 내 능력을 발휘하며 지속할 수 있는 일을 나 스스로 만들어보려 한다. 

 다시 시작한 일에 치여서 읽고 쓰는 일에 게을렀다. 시간이 없다는 건 핑계다. 2022년엔 독하게 ‘읽고 쓰는 삶’을 다시 살아보려고 한다. 논술 관련 책을 제외하고 나를 성장시키는 필독 도서를 선정해 매주 한 권씩 꼼꼼히 독서 일지를 쓸 계획이다. 블로그와 브런치를 강력한 글쓰기 훈련 도구로 삼을 것이다. 평생 읽고 쓰는 삶을 꿈꾸면서 그것을 위한 노력은 좀 안일했다. 도약을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2022년은 나에게 가장 많은 나이지만 내 생애 가장 치열한 해가 될 것이다.    

  

Q. 앞으로 50대가 될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식상하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외모는 더 이상 예쁘지 않은 나이일지 모르지만, 체력과 의지는 꾸준한 운동과 좋은 습관으로 단련할 수 있다. 젊은 시절에는 정신력이 더 중요했지만 50대에 들어서면 체력이 먼저다. 몸이 허락해야 마음도 먹을 수 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을 실감한다. 무엇보다 건강 관리에 힘쓰길 권한다. 후배들의 뜨거운 50대를 응원한다.      


유쾌한 주용씨     

매일 읽고 쓰는 사람.

『일을 그만두니 설레는 꿈이 생겼다』 출간.

<오르다국어>학원 논술팀장.     


블로그 @juyongi

브런치 @juyongi

인스타그램 @writer_juyong


*이 글은 웹진 2W 매거진 18호(2021년 12월 1일 전자책 출간)에 실린 유쾌한 주용씨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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