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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Sep 22. 2021

슬기로운 50대를 다짐한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 시즌 2 마직막회(12회)를 보며...

 <슬기로운 의사 생활>을 즐겨 본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울고 웃고 설레고 행복하다. 드라마 한 편에 세상 모든 감정들이 있다. 슬픔, 기쁨, 감사, 겸손, 친절, 걱정, 안도, 기대, 사랑... 그야말로 삶의 축소판과 같은 드라마다. 생명의 신비에 놀라고 죽음의 공포에 움츠러든다. 이 세상에 태어나 죽음으로 가는 동안 정말 잘 살아야지 다짐하게 된다. 내 나이 50, 긴 시간 살았고 앞으로도 아마 짧지 않은 시간이 남아 있을 것이다. 생각 많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슬기로운 의사 생활> 시즌 2의 마지막회(12회)를 혼자 보며 다른 때보다 더 많이 울었다. 뜨거운 것이 가슴 속에 크게 번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 감동을 에너지 삼아 내일부터 나의 50대의 삶을 더욱 힘차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12회 마지막회에는 나 자신에게, 두 아들에게, 남편에게, 내 형제자매에게, 요양병원에 계신 엄마에게, 내 주변 모든 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담긴 노래를 들었다. 각기 다른 성격, 다른 목소리를 가진 다섯 사람이 입을 모아 노래하는 <버터플라이>의 가사가 오늘처럼 귀에 쏙쏙 박힌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 세상이 거칠게 막아서도 겁내지 말라고, 너는 할 수 있다고, 너를 믿고 세상 위로 날아 오르라고, 넌 눈부시게 빛나는 사람이라고.' 누군가 내게 이렇게 말해주길 간절히 바랐었나 보다.



어리석은 세상은 너를 몰라
누에속에 감춰진 너를 못 봐
나는 알아 내겐 보여
그토록 찬란한 너의 날개
겁내지 마 할 수 있어
뜨겁게 꿈틀거리는
날개를 펴 날아올라
세상 위로
태양처럼 빛을 내는 그대여
이 세상이 거칠게 막아서도
빛나는 사람아
난 너를 사랑해
널 세상이 볼 수 있게 날아 저 멀리
꺾여버린 꽃처럼 아플때도
쓰러진 나무처럼 초라해도
너를 믿어 나를 믿어
우리는 서로를 믿고 있어
심장에 소릴 느껴봐
힘겹게 접어 놓았던
날개를 펴 날아올라
세상 위로
벅차도록 아름다운 그대여
이 세상이 차갑게 등을 보여도
눈부신 사람아 난 너를 사랑해
널 세상이 볼 수 있게 날아 저 멀리
태양처럼 빛을 내는 그대여
이 세상이 거칠게 막아서도
빛나는 사람아 난 너를 사랑해
널 세상이 볼 수 있게 날아 저 멀리


 <슬기로운 의사 생활>을 보며 가장 부러운 건 20년 넘는 주인공들의 우정이다. 이 다섯 명이 오랫동안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넉넉함과 자신의 모자람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순수함,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열정, 진심으로 서로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이 내 친구였으면 좋겠지만 욕심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사람이 되어주지 못했으니까. 지금부터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더 친절하게 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 욕심보다는 그들의 평온함을 우선으로 살아야겠다는 기특한 마음도 품는다. 


 <슬기로운 의사 생활>은 많은 사람들을 추억에 젖게 했던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연출, 이우정 극본이다. 참 부러운 능력을 가진 연출가이며 친하게 지내고 싶은 작가다. 그들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다. 자극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다양한 감정에 스며들게 한다. 드라마 한 편을 봤을 뿐인데 배가 고프지 않다. 내 안에 충만해진 감정 덕분에 허기까지 사라졌다. 


 읽고 쓰는 삶이 너무 좋아서 창작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내가 가진 능력을 갈고 닦아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다는 야심찬 포부를 가지고 있다. 나는 무엇으로 사람들을 충만하게 할 수 있을까. 삶에 지치고 사랑에 허기진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에너지를 주고 무엇으로 그들의 마음을 가득 채울 수 있을까. 


 그동안 내가 하고 싶은 일만 생각했다. 그것이 옳다고 여겼다. 우선은 내가 좋아야 다른 사람도 생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만 하는 일이 먼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라도 될 수 있다면, 절망에 빠진 누군가를 위해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50이라는 나이가 주는 묵직함이 있다. 이만큼 살았으면 이제 다른 누군가를 위해,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위해 가치 있는 일을 해야한다는 책임감이 생기는 나이다. 다른 이들의 즐거움이 나의 행복이 될 수 있도록, 내가 발 디디고 있는 이 땅의 건강함이 나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좋은 생각, 바른 실천을 하는 괜찮은 어른으로 나이들고 싶다. 


 추석 연휴 동안 흐트러졌던 몸과 마음을 추스른다. 어제와는 다른 나를 느낀다. 하고 싶은 일이 좋아하는 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가슴 가득 뿌듯한 사명감으로 힘있게 한 발 내딛을 수 있을 것 같다. <슬기로운 의사 생활>을 보며 나의 슬기로운 50대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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