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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Sep 14. 2021

나는 감정과 제대로 한 판 붙어보기로 했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에서 정의하는 인간의 48가지 감정을 정리하며...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내 감정 하나도 어쩌지 못하는 꼴을 보인 것 같아 부끄러웠다. 강신주는  『강신주의 감정수업』 에서 48가지 감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48가지로도 다 표현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 중에 자주 느끼면 좋은 감정도 있지만 제발 좀 그런 감정에 휩싸이지 않기를 바라는 나쁜 감정들도 있다. 더 이상 감정 따위에 휘둘리지 않고 싶지만 아예 그럴 수는 없을 것 같고 이 감정이란 놈의 실체를 파헤쳐서 감정과 맞짱뜨기를 한 번 해 볼 작정이다. 이놈과 한 판 붙고 나면 이기든 지든 그 다음 판에는 좀 더 수월하게 "드르와~"하며 여유를 부릴 수 있을 것 같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에서 정의하는 인간의 48가지 감정


1. 비루함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극복해야 할 노예의식

비루함이란 슬픔 때문에 자신에 대해 정당한 것 이하로 느끼는 것이다.


2. 자긍심

사랑이 만드는 아름다운 기적

자긍심이란 인간이 자기 자신과 자기의 활동 능력을 고찰하는 데서 생기는 기쁨이다. 


3. 경탄

사랑이라는 감정의 바로미터

경탄이란 어떤 사물에 대한 관념으로, 이 특수한 관념은 다른 관념과는 아무런 연결도 갖지 않기 때문에 정신은 그 관념 안에서 확고하게 머문다. 


4. 경쟁심

서글프기만 한 사랑의 변주곡

경쟁심이란 타인이 어떤 사물에 대해 욕망을 가진다고 우리가 생각할 때, 우리 내면에 생기는 동일한 사물에 대한 욕망이다. 


5. 야심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약점

야심이란 모든 감정을 키우며 강화하는 욕망이다. 그러므로 이 정서는 거의 정복될 수 없다. 왜냐하면 인간이 어떤 욕망에 묶여 있는 동안에는 필연적으로 야심에 동시에 묶이기 때문이다. 키케로는 이렇게 말했다. “가장 고상한 사람들도 명예욕에 지배된다. 특히 철학자들까지도 명예를 경멸해야 한다고 쓴 책에 자신의 이름을 써 넣는다.”


6. 사랑

자신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힘 

사랑이란 외부의 원인에 대한 생각을 수반하는 기쁨이다.


7. 대담함

나약한 사람을 용사로 만드는 비밀

대담함이란 동료가 맞서기 두려워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어떤 일을 하도록 자극되는 욕망이다. 


8. 탐욕

사랑마저 집어삼키는 괴물

탐욕이란 부에 대한 무절제한 욕망이자 사랑이다.


9. 반감

아픈 상처가 만들어 낸 세상에 대한 저주

반감이란 우연적으로 슬픔의 원인인 어떤 사물의 관념을 동반하는 슬픔이다.


10. 박애

공동체 의식을 가능하게 만드는 원동력

박애란 우리가 불쌍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친절하려고 하는 욕망이다.


11. 연민

타인에게 사랑이라는 착각을 만들 수도 있는 치명적인 함정

연민이란 자신과 비슷하다고 우리가 상상하는 타인에게 일어난 해악의 관념을 동반하는 슬픔이다.


12. 회한

무력감을 반추하도록 만드는 때늦은 후회

회한이란 희망에 어긋나게 일어난 과거 사물의 관념을 동반하는 슬픔이다.


13. 당황

멘붕, 즉 멘탈붕괴와 함께하는 두려움

 당황이라는 감정은 인간을 무감각하게 만들거나 동요하게 만들어 악을 피할 수 없도록 만드는 두려움이라고 정의된다. (무감각하게 된다는 것은 악을 피하려는 그의 욕망이 경이로움에 의해 제약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동요하게 된다는 것은 악을 피하려는 욕망이 다른 악을 고려하는 소심함에 의해 제약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14. 경멸

자신마저 파괴할 수 있는 서글픔

경멸이란 정신이 어떤 사물의 현존에 의하여 그 사물 자체 안에 있는 것보다 오히려 그 사물 자체 안에 없는 것을 상상하게끔 움직여질 정도로 정신을 거의 동요시키지 못하는 어떤 사물에 대한 상상이다. 


15. 잔혹함

사랑의 비극

잔혹함이나 잔인함이란 우리가 사랑하거나 가엽게 여기는 자에게 해악을 가하게끔 우리를 자극하는 욕망이다.


16. 욕망

모든 감정에 숨겨져 있는 동반자

욕망이란 인간의 본질이 주어진 감정에 따라 어떤 것을 행할 수 있도록 결정되는 한에서 인간의 본질 자체이다. (...)욕망은 자신의 의식을 동반하는 충동이고, 충동은 인간의 본질이 자신의 유지에 이익이 되는 것을 행할 수 있도록 결정되는 한에서 인간의 본질 자체이다. 


17. 동경

한때의 기쁨을 영속시키려는 서글픈 시도

동경이란 어떤 사물을 소유하려는 욕망 또는 충동이다. (...) 우리가 자신을 어떤 종류의 기쁨으로 자극하는 사물을 회상할 때 그것으로 인하여 우리는 같은 기쁨을 가지고 그것이 지금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도록 노력한다. 그러나 이 노력은 그 사물이 있다는 것을 배제하는 사물의 이미지에 의하여 곧 방해받는다.


18. 멸시

사랑이라는 감정의 막다른 골목

멸시란 미움 때문에 어떤 사람에 대해 정당한 것 이하로 느끼는 것이다.


19. 절망

죽음으로 이끌 수도 있는 치명적인 장벽

절망이란 의심의 원인이 제거된 미래 또는 과거 사물의 관념에서 생기는 슬픔이다. (···) 공포에서 절망이 생긴다. 미래에 대한 어설픈 기대, 혹은 불안한 희망이 없었다면, 우리는 그렇게 절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20. 음주욕

화려했던 과거로 돌아가려는 발버둥

음주욕은 술에 대한 지나친 욕망이나 사랑이다.


21. 과대평가

사랑의 찬란한 아우라

과대평가란 어떤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말미암아 정당한 것 이상으로 느끼는 것을 말한다.


22. 호의

결코 사랑일 수 없는 사랑

호의란 타인에게 친절을 베푼 어떤 사람에 대한 사랑이다.


23. 환희

원하는 것이 선물처럼 주어질 때의 기적

환희란 우리가 희망했던 것보다 더 좋게 된 과거 사물의 관념을 동반하는 기쁨이다.


24. 영광

모든 이의 선망으로 타오르는 위엄

영광은 우리가 타인이 칭찬할 거라고 상상하는 우리 자신의 어떤 행동의 관념을 동반하는 기쁨이다.


25. 감사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품고 친절을 베풀 수밖에 없는 서러움

감사 또는 사은은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우리에게 친절을 베푼 사람에게 친절하고자 하는 욕망 또는 사랑의 노력이다. 


26. 겸손

진정한 사랑을 위한 자기희생

겸손이란 인간이 자신의 무능과 약함을 고찰하는 데서 생기는 슬픔이다. 


27. 분노

수치심이 잔인한 행동이 될 때까지

분노는 타인에게 해악을 끼친 어떤 사람에 대한 미움이다.


28. 질투

사랑이 드리우는 짙은 그림자

질투란 타인의 행복을 슬퍼하고 반대로 타인의 불행을 기뻐하도록 인간을 자극하는 한에서의 미움이다.


29. 적의

자신의 삶을 지키려는 허망한 전투

적의는 미움에 의하여 우리들이 미워하는 사람에게 해악을 가하게끔 우리들을 자극하는 욕망이다. 


30. 조롱

냉소와 연민 사이에서

조롱이란 우리가 경멸하는 것이 우리가 미워하는 사물 안에 있다고 생각할 때 발생하는 기쁨이다.


31. 욕정

‘프레스토’로 격하게 요동치는 영혼

욕정이란 성교에 대한 욕망이나 성교에 대한 사랑이다. (···) 성교에 대한 이런 욕망은 적당한 경우에도, 그리고 적당하지 않은 경우에도 보통 욕정이라고 일컬어진다.


32. 탐식

자신의 동물성을 발견할 때 

탐식이란 먹는 것에 대한 지나친 욕망이나 사랑이다. 


33. 두려움

과거가 불행한 자의 숙명

두려움이란 우리가 그 결과에 대하여 어느 정도 의심하는 미래 또는 과거 사물의 관념에서 생기는 비연속적인 슬픔이다.


34. 동정

비참함이 비참함에 바치는 애잔한 헌사

동정이란 타인의 행복을 기뻐하고 또 반대로 타인의 불행을 슬퍼하도록 인간을 자극하는 한에서의 사랑이다.


35. 공손

무서운 타자에게 보내는 친절

공손함이나 온건함은 사람들의 마음에 드는 일은 하고 그렇지 않은 일은 하지 않으려는 욕망이다.


36. 미움

내가 파괴되거나 네가 파괴되거나

미움이란 외적 원인의 관념을 동반하는 슬픔이다. 


37. 후회

모든 불운을 자기 탓으로 돌리는 나약함

후회란 우리가 정신의 자유로운 결단으로 했다고 믿는 어떤 행위에 대한 관념을 수반하는 슬픔이다.


38. 끌림

사랑으로 꽃필 수 없어 아련하기만 한 두근거림

끌림이란 우연에 의해 기쁨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그 어떤 사물의 관념을 수반하는 기쁨이다.


39. 치욕

잔인한 복수의 서막

치욕은 우리가 타인에게 비난받는다고 생각되는 어떤 행동의 관념을 동반하는 관념이다.


40. 겁

실패를 예감하는 위축된 자의식

겁남은 동료가 감히 맞서는 위험을 두려워하여 자기의 욕망을 방해당하는 그런 사람에 대해 언급된다.


41. 확신

의심이 먹구름이 걷힐 때의 상쾌함

확신은 의심의 원인이 제거된 미래 또는 과거 사물의 관념에서 생기는 기쁨이다.


42. 희망

불확실해서 더 절절한 기다림 

희망은 우리들이 그 결과에 대하여 어느 정도 의심하는 미래나 과거의 사물의 관념에서 생기는 불확실한 기쁨이다. 


43. 오만

사랑을 좀먹는 파괴적인 암세포

오만이란 자신에 대한 사랑 때문에 자신을 정당한 것 이상으로 느끼는 것이다.


44. 소심함

작은 불행을 선택하는 비극

소심함은 우리들이 두려워하는 큰 악을 더 작은 악으로 피하려는 욕망이다.


45. 쾌감

포기할 수 없는 허무한 찬란함

정신과 신체에 동시에 관계되는 기쁨의 정서를 쾌감이나 유쾌함이라고 한다.


46. 슬픔

비극을 예감하는 둔탁한 무거움

슬픔은 인간이 더 큰 완전성에서 더 작은 완전성으로 이행하는 것이다. 


47. 수치심

마비된 삶을 깨우는 마지막 보루

치욕이란 우리가 부끄러워하는 행위에 수반되는 슬픔이다. 반면 수치심이란 치욕에 대한 공포나 소심함이고 추한 행위를 범하지 않도록 인간을 억제하는 것이다.


48. 복수심

마음을 모두 얼려 버리는 지독한 냉기

복수심은 미움의 정서로 우리에게 해악을 가한 사람에게 똑같은 미움으로 해학을 가하게끔 우리를 자극하는 욕망이다. 



 

 나는 이렇게 감정에 대해 거창한 정의를 내릴 자신은 없다. 아직 경험과 통찰의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이 감정이 무엇인지 모른 채 당하기 일쑤다. 이미 나를 잠식해버린 감정에 대한 한 마디 정의가 무슨 소용인가. 오히려 '아, 또 너야? 내가 준비 좀 했지. 이번엔 전처럼 그렇게 호락호락 당하진 않을 거야.'라며 언제든 나를 공격하는 감정들과 맞짱뜰 수 있는 담담함과 여유가 필요하다. 


 내 일상을 좌지우지하는 감정을 두 눈 똑바로 직시해볼 작정이다. 싸움은 선빵이고 기선을 제압하려면 눈싸움에서 밀리지 않아야 한다. 실력으로 밀린다면 상대를 지치게 할 정도의 맷집도 키워야 하고 그래도 도저히 안 될 때는 줄행랑치거나 숨어 버리는 비겁함도 싸움의 기술이 될 수 있다. 좀 싸워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진짜 싸움은 영화처럼 멋지지 않다. 바람을 가르는 주먹보다는 머리끄댕이를 움켜쥐고 팔을 물고 늘어지고, 상대를 향해 모래를 뿌리거나 돌멩이를 던지는 부산한 행위가 난무한다. 


 호기롭게 감정과 맞짱뜨기를 선언했지만 나는 처절하게 상처 입고 피를 흘릴지도 모른다. '이 싸움 괜히 시작했어'라며 땅을 치고 후회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싸움 끝에 서 있을 나를 상상한다. 몰골은 말이 아니겠지만 난 분명 웃고 있을 것이다. "이 정도면 됐어. 다음엔 좀 해 볼 만한 싸움이겠어." 라며 먼지 뭍은 옷을 털고 샤워 후 시원한 맥주 한 잔 들이킬 것이다. 불리한 싸움을 앞두고 있지만 지금 내 감정은 두려움보다는 기대가 크다. 나는 감정과 제대로 한 판 붙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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