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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Aug 03. 2023

초전도체란 무엇일까?

초전도체 열기와 우려


지난 22일 국내 연구진이 아카이브 arXiv라는 논문 웹사이트에 초전도체 물질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들려 화제다. 인터넷에는 우리나라의 노벨상 수상 및 과학 강국으로에 관한 기대가 뜨거우며, 미리부터 중국이나 미국이 기술을 빼앗아가면 어쩌냐는 고민을 하는 댓글도 보인다.

한편으로는 아직 완벽하게 검증이 되지 않은 신물질에 벌써부터 김칫국을 마시면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소식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초전도체 테마주' 등에 몰려 관련주가 단시간에 상한가를 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초전도체란 무엇이며, 왜 이 발명이 이렇게 핫한 걸까? 또 왜 사람들은 걱정을 하는 것인지 쉽게 알아보자.

요약

- 초전도체란 '전기를 손실없이 완전 빨리 보내는 물질'이다.
- 초전도체는 그동안 영하 250도에서만 쓸 수 있어서 현실성이 없었는데, 이번에 우리 나라 연구진이 상온에서 이용 가능한 초전도체를 발명했다는 소식이다.
- 정식 논문이 아닌 preprint로 아카이브에 업로드 한 것이라, 검증 절차 단계에 있다.
- 따라서 관련주에 대한 섣부른 투자 열기에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 (8/4 업데이트) 초전도체의 특징인 마이스너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상온 초전도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소식이다.


초전도체 superconductor는 전기가 빨리 갈 수 있는 길


먼저 도체와 부도체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물과 공기만큼이나 우리 삶에 가장 중요한 전기. 그렇게 귀중한 전기님께서 발전소에서 생성되신 후 우리 집까지 오는 길을 아무 물질로나 만들 수 없다. 전기가 잘 통하는 금속 물질을 도체라고 하는데, 인도할 도 물체 체, 즉 전기를 잘 인도하는 물질이라는 뜻이다. 도체 물질은 마치 차가 씽씽 달릴 수 있는 잘 포장된 고속도로와 같이 전기가 가는데 방해를 안 한다. 이렇게 저항이 낮은 도체 물질에는 은이나 구리등의 금속이 있으며, 이러면 전기가 달려오는데 손실되는 열도 적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우리 집에 도착한다.

반면 부도체는 저항이 높아서 마치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처럼 전기가 오는 것을 방해한다. 나무나 고무등으로 전깃줄을 만들 수 없는 이유다.

전기가 가는 길


그렇다면 초전도체는 무얼까.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초 (완전 super) 전도체, 전기를 완전 빠르게 열손실 없이 보내준다는 뜻이다. 저항이 0에 가깝기 때문이다.* 전기 입장에서는 신호등도 방지턱도 없는 완전 프리패스 고속도로 같은 길인 것이다. 이러한 성질을 이용하면 많은 양의 전기를 열손실 없이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고, 정말 빠른 자기 부상열차와 슈퍼컴퓨터, MRI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자기 부상열차 사진 출처 CNN)


하지만 이런 초전도체에도 까다로운 조건이 있으니, 바로 온도가 영하 250도 정도로 낮아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물질이지만 현실에서 사용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많은 학자들이 꾸준히 초전도체의 상용 온도를 높이는 연구를 했지만 (최대 영하 220도, 52 K 켈빈온도 정도까지), 상온에 도달하기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이번에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물질이 바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한 상온 상압 초전도체인 것이다. 현실의 온도와 압력에서 이용할 수 있는 초전도체가 정말이라면, 이는 인류의 아주 큰 발명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발표했다는데 왜 검증이 필요하다는 거지?


그렇다면 왜 사람들이 마냥 기뻐하지만은 않는 걸까? 뉴스에서는 분명히 논문을 발표했다고 했는데, 그럼 검증이 필요하다는 건 또 뭐지?  


먼저 연구팀이 올린 논문이 아카이브 arXiv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아카이브는 정식 논문을 출판하기 전 preprint 연구 결과를 올리는 웹사이트이다.


아카이브 말고 일반적인 논문이 나오는 과정을 먼저 살펴보자. 보통 과학자들이 연구 결과가 나오면 공신력 있는 과학 저널에 논문을 투고하고,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을 기다린다. 심사위원들은 주제의 독창성부터 연구 결과의 타당성 등등을 종합해서 심사를 내린다. 결과가 긍정적이면 논문에 실리고 출판되는데 이 과정이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개월정도 걸리고 이 기간 동안 다른 사람들은 논문을 읽을 수가 없다.

잘 되어서 출판이 되면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저널에 투고하고 기다리고 수정하고 하는 작업을 반복해야 하는데, 이는 여간 수고로운 일이 아니다. 시간도 많이 걸려서 그 사이에 다른 연구팀이 똑같은 발명을 해버릴 수도 있고 말이다.


그래서 아카이브 arXiv는 정식 저널에 논문을 보내서 심사를 맡기기 전, 저자가 사이트에 올려서 다른 동료들도 누구나 무료로 읽고 평가할 수 있게 해 둔 웹사이트이다. 그래서 여기에 논문 업로드를 했다 하더라도 그 발견이 맞는지 틀리는지 다른 사람들이 검증을 아직 시작을 안 한 상태인 것이다.


검증이란, 다른 사람들이 이 연구팀이 했다는 논문을 읽고 자신의 실험실에서 그대로 따라했을 때, 그 결과가 똑같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누군가 올린 레시피를 보고 우리 집 부엌에서 했을 때 그 맛이 그대로 나와야 하는 것이다. 실험의 어렵기에 따라 빠르면 수 주, 느리면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


그래서 이 아카이브의 초전도체 논문을 읽고 중국이나 인도의 연구팀들도 나름 자체적으로 재현해 본 모양이다. 하지만 추후 더 많은 다른 연구팀이 이 초전도체를 재현해서 성공을 하고, 또 정식 심사를 거쳐 논문이 나오면 진정한 발명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현재 사람들이 이런 과정을 기다리고 있다.


© markuswinkler, 출처 Unsplash


초전도체, 언제 쓸 수 있을까?


그러면 검증이 끝나자마자 상온 상압 초전도체의 혜택을 바로 볼 수 있을까? 그것은 아직은 먼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물질을 실험실에서 발명한 것과 현실적으로 상용화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실험실의 조건과 현실의 환경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한 물질이 세상에 이용되기까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먼저 대학 실험실이나 연구소에서 새로운 물질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물질의 성질을 연구한다. 이후 회사나 기업 연구소로 넘어가 품질 개선과 효율 증대 방안을 연구한다. 이후 상용화 제품이 완성되면, 소비자를 파악하고 디자인, 마케팅 등의 과정을 거쳐 우리가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절차를 다 거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에 한 예로, 최근에 여러 대기업에서 미래 디스플레이 기술로 개발하고 있는 퀀텀닷 (양자점) 디스플레이가 있다. 양자점이란 아주 작은, 머리카락보다 얇은 나노 수준의 크기를 가진 반도체 입자인데, 이걸로 만든 화면은 색이 깨끗하고 수명도 길며 가격도 싸기 때문에 차세대 스크린의 강력한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런데 퀀텀닷이 처음 실험실에서 발명된 해는 1985 년으로 지금으로부터 무려 30여 년 전도 더이다.** 처음 발명된 후로부터 특징을 파악하고 어떤 효용이 있을지 연구한 뒤, 깨끗한 TV 화면으로 재탄생하여 우리 곁에 오기까지 수십 년의 기간이 걸린 것이다.  


투자는 신중하게!


우리나라에서 세계가 주목할 만한 과학적 발명이 나왔다는 것은 틀림없이 기뻐할 일이다. 검증 결과와 상관없이 한계에 도전하는 연구를 했다는 것으로도 가치 있는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면밀한 확인을 위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일이다. 특히 이러한 신소재에 대한 급등한 열기가 주식 투자와 같은 경제적 문제와 관련이 되어 버리면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투자는 결정도 손실도 다 내 책임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초전도체를 개발하는 한 회사가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한가로 마감했다는 소식이다.


조금 과열된 투자 열기에, 초전도체에 대한 이해를 조금이나마 돕기 위해서 글을 써 보았다. 향후 상온 초전도체 구현에 대한 검증 결과와 그에 따른 여론이 어떨지 귀추가 주목된다.


마이스너 효과가 보이지 않는다? (8/4 업데이트)


현재 LK-99에 마이스너 효과가 보이지 않아 상온 초전도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마이스너 효과란 간단히 말해 초전도체가 아래 그림처럼 둥둥 뜨는 것이다. 자석이 밀어내듯이 말이다.


렉서스에서 연구중인 호버 크래프트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발표한 퀀텀연구소는 홈페이지를 닫았다는 소식이다. 여론은, 검증이 끝날때까지 기다리자는 입장과 위대한 발견을 깎아내리지 말라는 입장으로 갈리고 있다.



* 저항이 0인 물질도 있고 아닌 것도 있어서 거의 0이라고 표현했다.

** A. Ekimov et al., Quantum size effect in semiconductor microcrystals, 1985, Solid state communic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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