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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Aug 12. 2023

[책리뷰] 왜 일하는가, 이나모리 가즈오

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가 말하는 일, 먹고사는 것 그 이상의 의미

왜 일하는가?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세계 100대 기업 중 하나인 교세라 창업자이자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 (1932 - 2022)의 저서. 그는 가고시마 대학 공업부를 입학한 후 쇼후공업에 입사하여 1959년 교세라를 창업하였다. 일본 항공의 회장직을 맡아 3명의 직원으로 흑자를 내기도 했다고 한다.


책은 주로 그가 대학 졸업 후 쇼후공업에 입사한 뒤, 적자 연속의 회사에서 퇴사하지 않고 홀로 남아 버티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시기에 깨달은 바를 기록하고 있다.

20대 초반의 그는 지방 대학을 졸업하고 들어간 회사에서 전망 없는 일을 맡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이에 동료와 함께 이직을 준비했는데, 입사한 지 일 년도 되지 않아 그만두려는 모습을 탐탁지 않게 여긴 고향의 형이 관련 서류를 보내주지 않아 이직이 좌절된다.


'왜 내게만 이런 고난이 밀려오는 걸까?'

'하루를 버티기도 힘든데 앞으로 내 삶은 어떻게 되는 걸까?'


답 없는 고민 속에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중, 그는 생각을 바꾸기로 결심한다.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전념하자. 살기 위한 길은 오직 그뿐이다.

우선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기로 한 그는, 불평불만을 내뱉으며 쓸데없는 잡념에 에너지를 쏟는 대신에 죽을힘을 다해 치열하게 싸워보자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가 맡은 일은 파인세라믹이라는 물질을 개발하는 일이었는데, 본인의 학부 전공과도 무관하고 경쟁 업체에 밀리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없는 시간을 쪼개어 연구와 업무에 매달렸다고 한다. 업무 후 휴일과 주말에는 도서관에 가서 관련 논문을 읽고 외우다 보니, 어느새 잇달아 좋은 실험 결과가 나왔다. 그와 동시에 그를 괴롭히던 진로에 대한 고민도 거짓말처럼 잊혀져, 일이 재미있고 힘들지 않으며 오히려 일에 몰두할 수 있어 행복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파라핀 왁스를 이용한 U자 켈시마 파인세라믹을 개발하게 되었고 이는 망해가던 쇼후공업을 기사회생시키는 데에 기여했다.

저자에 따르면 이때의 기술과 실적이 이후 교세라를 발전시키는 데 초석이 되었고, 이 첫 성공 경험이 역경과 고난 속에서 버티며 멋진 운명을 끌어당기는 토대가 되었다.


© zacdurant, 출처 Unsplash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저 친구는 참 안 됐어. 대학 성적도 좋고 공부도 많이 했는데 그런 다 망해가는 회사에서 썩고 있다니.

정말 운도 없는 친구지. 앞으로 인생이 어찌 되려나."


쇼후 공업에서의 이직이 좌절되었을 때, 이나모리 회장이 자주 들은 말이라고 한다.


열심히 노력했는데 나만 뒤처지는 기분.


나도 여러 번 겪은 일이고 저 비슷한 이야기도 자주 들은 터라, 가즈오 회장의 일화가 더 와닿았다.

책에서는 '열심히 하니까 되었다' 정도로 몇 챕터에 걸쳐 서술되어 있지만, 실제로 담지 못한 무수한 많은 좌절과 고난이 있었을 것이다.


또 파인세라믹을 개발하는 데에 몰두하는 모습에서, 나도 대학원 시절에 울면서 연구했던 때가 생각났다.

지금도 비슷하지만, 당시 해뜨기 전에 어두컴컴한 실험실에 갔다가 해 지고 퇴근하는 시절이 반복되다 보니 '대체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지? 세상 사람들은 내가 하는 연구와 전혀 무관한 밝은 현실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일에 몰두하는 것 외에는 돌파구가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 결과가 어떻더라도 몰두해서 일할 때만큼은 상념이 많이 없어지기도 했다.


일을 한다는 것, 더 나아가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전념한다는 것은 삶의 모든 고통을 이겨내는 만병통치약과 같다. 온갖 시련을 극복하고 인생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묘약이라고 해도 좋다.


책에서는 인간은 애초에 번뇌로 가득 찬 생물이므로, 열심히 일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우직하고 건실하게 지속하다 보면 욕망, 분노, 어리석음이 희석된다고 한다. 일에 파묻혀 몰입하다 보면 분노를 가라앉히고 푸념을 줄일 수 있으며 꾸준한 노력으로 인격도 수양할 수 있는데, 그런 의미에 일하는 것은 곧 수행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한다.


저자도 언급했듯이, 요즘은 예전이랑 시대가 좀 변해서 치열한 일을 권장하기보다는 워라밸을 더 중요시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하는 '일'이 삶의 큰 중심축의 한 부분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문득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새기고 싶을 때 한 번씩 들춰보며 경각심을 가지기에 좋은 책인 것 같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도 왜 일하는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고민하지 않은 채 마지못해 일을 하며 상처받는 이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는 자신을 비하하고 그 때문에 좌절하기도 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꼭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일하는 것은 우리 삶에 닥쳐오는 시련을 이겨내고, 운명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유일한 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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