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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검 Jun 23. 2024

그와의 여정을 시작하며

제임스 조이스


꿈을 꾸었다. 잡지사에 내 인생 글을 기고한다고. 뭘 쓸지 깜깜해하다 눈을 떴다.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두꺼운 책 한 권으로 쓴 남자가 있다. 소설을 완성하는 데 7년이 넘게 걸렸다. 1914년 쓰기 시작했고 1922년 첫 출간이 되었으니. 썼다 지우고 썼다 고치기를 반복, 하루 평균 90단어를 쓴 것이다. 율리시스. 세계사와 문학사 (아일랜드 역사를 중심으로 장장 BC 1271 ~ 1917)를 곳곳에 인용한 그의 문장은 1장부터 공중에 붕 뜬다. 저자 자신이 이 책을 일종의 백과사전이라고 했다. 본 책 보다 묵직한 안내서 두 권을 구비해 두고 수박 겉핧기라도 해보기로 작정했다. 방대한 자료 연구를 하느라 그 자신 7년이라는 긴시간을 할애했으리라.



1904년 6월 16일 오전 8시부터 17일 오전 2시경까지 고작 하루 동안의 이야기다.


살면서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자연스러웠다. 쉼 없이 누군가를 갈망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지 나의 특성인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상상 속에서는 예민하고 까칠한 남자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래 보기로 한다. 제임스 조이스, 올핸 이 사람의 세계로 떠나보기로 했다. 문학에 미치다. 조이스는 쓸거리를 만들기 위해 일상을 휘젓어 삶에 드라마를 주입하기로 유명했단다.


단편집 더블린 사람들 중 죽은 사람들을 읽고 그에게 처음 애정을 느꼈고 이듬해 아일랜드를 방문했다. 율리시스를 읽지 않아 조금 답답했지만 가는데 마다 그를 기억하는 더블린과 그의 처가가 있는 골웨이를 둘러보는 걸로 만족했다. 작가로서 성공 후에도 낭비벽과 알콜문제로 예전처럼 쪼들리기 일쑤였고 선천적으로 약한 시력으로 젊어서부터 지팡이를 소지하고 이십 대 초반에 만난 노라와 평생 의지하며 오직 문학으로 자유와 불멸을 추구했던 사람. 그의 세계로 들어서는데 망설이지 않았다.


한 남자를 사랑하는 데는 보이지 않는 희생이 따른다. 율리시스를 읽기 전 필독서는 몇 권이나 되었다. 폈다 덮어놨던 자전 성장소설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완독하고 오디세이로 가자니 그 전의 서사 일리아드도 알아야 하지 않나. 조이스가 사랑했던 셰익스피어의 햄릿도 오디세이 못지않게 작품의 모티프가 된다니 빼놓을 수 없었다. 그 밖에도 중요한 성경은 당연히 건너뛰고 (그의 십 대를 지배했던 종교관이라는 것이 내겐 전혀 없어 이 책을 이해하는데 걸림돌이 될 것은 예상하며) 작품의 축인 아일랜드 역사는 여행 때 박물관에서 보고 읽은 대략 지식에 의존하기로 했다. 나는 내 세계 속에 산다지만 긴 시간 지나 돌아보면 이 시간이 후회되지는 않으리라 마음먹으며.


먼저 스티븐

다음으로 블룸과

몰리의 영혼으로 파고들 것이다.


이유는?

문학을 느끼고

자유를 얻고 싶어서

그게 뭔지 알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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