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앉아 있을 당신에게

당신 참 애썼다 / 정희재

by 빈들

드디어 어제 사직서를 냈습니다. 너무 힘든 일들이 밀물처럼 겹겹이 몰려와 원래부터 우울증을 앓던 내 마음을 무너뜨렸지요. 약으로 버티는 것도 한두 번이지요. 더 무너지기 전에 도망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은 이렇게 도망치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닙니다. 그래서 도망치는 것에 대한 자괴감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나부터 살아야겠다는 생존 본능이 더 큰 것 같습니다.


각자에게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지요. 그 이야기 안에는 기쁨만이 아니라 슬픔도 있습니다. 다만 슬픔은 좀 더 꽁꽁 감춰져 있을 뿐이더군요. 어떤 선택을 하든 괜찮습니다. 누구도 내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어느 누구도 타인의 삶을 함부로 재단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말이나 시선 따위에 크게 휘둘릴 것 없어요. 나 스스로를 믿고 나아가는 일이 가장 중요하지요.


우리는 모두 '견딜 수 없는 것들을 견뎌야 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에 지쳐 눈물 차오르는 밤'을 가지고 있다고 한 시인은 노래했습니다. 너의 아픔이 나의 아픔과 겹쳐져서 해 줄 수 있는 말이라고는 그저 '참 애썼다'뿐이라고 하네요. 그 한마디에 간신히 버텨오던 다리에 힘이 풀리고 주저앉아 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울고 나면 언젠가는 다시 일어설 힘도 생기겠지요.




당신 참 애썼다 / 정희재



나는 이제 안다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뎌야 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에 지쳐,

당신에게 눈물 차오르는 밤이 있음을


나는 또 감히 안다

당신이 무엇을 꿈꾸었고,

무엇을 잃어 왔는지를


당신이 흔들리는 그림자에

내 그림자가 겹쳐졌기에 절로 헤아려졌다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뛰어갔지만

끝내 가버리던 버스처럼

늘 한 발짝 차이로

우리를 비껴가던 희망들


그래도 다시 그 희망을 좇으며

우리 그렇게 살았다


당신, 참 애썼다

사느라, 살아내느라,

여기까지 오느라 애썼다


부디 당신의 가장 행복한 시절이

아직 오지 않았기를 두 손 모아 빈다


https://youtu.be/3YkGVNgnjgA?si=7xIpkpPQdDpTtga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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