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스치는 사람들

숲 / 정희성

by 빈들

"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다"

마르틴 부버의 책 '나와 너'에 나오는 문장이다.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만난다는 표현보다는 지나친다는 말이 맞겠다. 어떤 사람들을 만나 어떤 영향을 받는지가 한 사람의 생을 크게 좌우하니 마르틴 부버의 말이 크게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책 ‘나와 너'에서는 ‘나와 너'의 만남과 '나와 그것'의 만남을 구별하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사물이든 사람이든 기타 생명체든 '존재 대 존재'로써의 만남이 이루어지면 그것을 ‘ 나와 너’의 만남이라 한다. 반면 만나는 상대를 나의 만족을 채워주는 사람 혹은 그 무엇으로 여긴다면 ‘나와 그것’의 만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말이다.


한 그루의 나무는 숲이다. 벌레도 살고 새들도 날아와 깃든다. 사람들에겐 그늘도 내어 준다. 따라서 나무는 홀로 있어도 혼자 있는 것이 아니다. 외롭지 않다. 여럿 함께 모여 숲을 이룬 나무는 땅 밑으로 자라 그 뿌리가 연결된 경우가 많다. 제각기 서 있는 것처럼 보여도 서로 깊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마르틴 부버로 돌아와 보자.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을 지나치며 ‘나와 너’로 만난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물어본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 않는 존재, ‘나와 그것’의 관계조차 이루지 못하고 그저 스쳐 지나가기만 하는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외로움이란 당연한 것이다.




숲 / 정희성



숲에 가 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https://youtu.be/jyZnMh8 IMnY? si=ToMELnoAACytMi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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