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택배 기사의 죽음 앞에서

능소화처럼 / 김주대

by 빈들

올해도 어김없이 젊은 택배 기사의 죽음이 뉴스로 보도되었다. 빠른 작업을 위해 뛰어 달라는 문자에 ‘지금도 개처럼’ 뛰고 있다는 그의 답장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짊어졌을 책임감과 아울러 한 인간이 아닌 비천한 ‘개’로 스스로를 표현할 만큼 심했던 자괴감이 느껴져 더욱더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김주대 시인은 몇 년 전 ‘피를 토하며 길에 쓰러졌다는’ 젊은 택배 기사의 죽음을 떨어진 능소화에 빗대어 아래와 같은 시를 썼다. 여름철이면 한창인 능소화는 형광빛이 감도는 주황색으로 가지를 길게 늘어뜨리며 담장 아래를 내려다보는 모습으로 꽃을 피운다. 이층짜리 주택이 나란히 펼쳐져 있는 우리 동네에서는 이런 능소화를 쉽게 볼 수 있다. 능소화를 자세히 보면 능소화의 깊은 곳에서부터 붉은 선이 가늘게 뻗어 나와 치마폭처럼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고 꽃잎 가운데에 수술과 암술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능소화는 시들지 않고 통꽃 그대로 떨어지는 것이 동백의 습성과 비슷하다.

배송완료문자를 기다리는 우리들에게 택배기사는 텍스트 메시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때가 많다. 그래서 그들의 죽음은 잘 와닿지 않는다. 만일 그렇다면 시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그리고 떨어진 능소화를 살펴보자. 시인의 글이 단순한 '비유'가 아니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능소화처럼 / 김주대


목젖 보이는 목구멍만 가진 얼굴들

푸른 줄에 굴비처럼 엮인 소리일까

저 꽃 사람


후두에서 번져 나온 실핏줄이 얼굴을 덮은

호소일까 저 붉은 절명은

소리치다 제 머리를 바닥에 던지는

능소화 능소화


석 달째 하루도 쉬지 못했다는

젊은 택배 기사가 피를 토하며

길에 쓰러졌다는 소식


그림 • 김주대 시인




https://youtu.be/QOKK7 OZQOPg? si=HQNLFHES8 UJv198 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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