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조각 / 정호승
조울증이 또 심해졌다. 나의 조울증에 완치라는 개념은 없다. 어릴 때부터 나의 살을 파고들어 와 성격에도 영향을 준 것이라 하니, 이것이 병인지 친구인지 모를 판이다. 이번에는 직장을 그만두겠다며 사직서를 던졌다. 두 번이나 연거푸 낸 사직서는 다행히(?) 반려되었으니, 밥벌이 걱정은 좀 더 미뤄두어도 괜찮다는 안도감이 든다.
지금 직장으로 이직하기 전 나는 심각한 불안에 시달렸었다. 어떻게 하지 못하여 자의입원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주어진 프로그램에 잠깐 참여하는 것 외에 별 일 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몸도 마음도 편해졌다. 정신병원에는 마음뿐 아니라 그로 인해 몸도 피폐해진 사람들이 많다. 산산조각 난 사람들... 나는 다만 운이 좋은 편이었다.
스무 살 때 학교 동아리 선배가 물었다. 이때까지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무엇이었냐고. 한 남자아이가 말했다. 시험을 쳤는데 점수가 생각보다 너무 안 나왔을 때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분위기가 갑자기 썰렁해졌다. 그 애는 한동안 너무 곱게 큰 아이라는 인식으로 우리 곁에 머물렀다.
이제는 안다. 그 아이의 힘듦도 우리가 함부로 잴 수 없다는 것을. 각자가 진 짐의 무게는 본인만이 알 수 있다. 때로는 너무 무거워 넘어지고 내 삶이라는 것이 박살 나는 경험을 할 때도 있다. 형체가 없이 사라져 어디서부터 이어 붙어야 할지 모르는 경험.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삶을 돌리기 위해 총력을 다하려 한다. 그것까지는 아니라 할지라도 늘 무너지지 않으려고 이를 악 물고 안간힘을 쓴다. 그때 부처님이 다정한 손길로 말씀하신다고 시인은 말한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가 있지'
산산조각 / 정호승
룸비니에서 사 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가 있지
https://youtu.be/a1S3tl_Oy7c?si=spuyw1KtWFAUEnq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