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 / 이정록
남편은 사람을 참 좋아한다. 웬만하면 상처받을 만한 상황도 언제나 웃으며 넘긴다. 남편에게 괜찮냐고 물으면, 자기는 쿠션이 좋은 사람이라고 한다. 칼로 푹 찔려도 금방 복구된다고. 그런 남편이 신기하고 부럽다. 예민한 나는 그렇지 못하다. 쉽게 상처받기 때문에 인간관계의 바운더리가 넓은 편이다. 대신 외로움도 많이 탄다. '상처를 덜 받으면서 사람들과도 잘 지낼 수 있으면 좋을 텐데'가 나의 핵심 고민 중 하나이다.
많은 사람을 겪다 보면 자연스레 상처를 주고받는다. 상처를 받게 되면 내가 받은 상처가 너무 커 보여 남에게 준 상처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다시는 사람이란 존재를 대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중무장을 한다. 도도한 척, 무심한 척.
그때 상처 투성이 나무가 말을 건넨다. 흠집이 많다는 건 마을이 가깝다는 증거라고. 어차피 혼자 살 수 없는 인생, 부대끼며 살라고. 상처가 많아도 이렇게 마을의 중심을 버티고 서 있지 않냐고. 결국 상처가 많다는 건 치열하게 사랑하며 살려고 노력한 흔적이라고.
https://youtu.be/19zhnYQkYY4?si=stXmGZGD7Jb0ml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