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悲)

by 고재욱

비(悲)


돼지 곱창 같은 노을이
벌겋게 익어갑니다
벌써 얼큰해진 물결은
발그레한 낯빛으로 흔들리고
마른 갈대만 어서 오라 재촉입니다
강물 따라 나도 취해버립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잘 사는 듯한 사람들 틈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잘 사는 듯이
하루를 보내는 것은
버틸 자신이 없어서

소주 골골 넘어지는 소리 가득한 골목길에서
산등성이 베고 누운 노을 따라
길바닥 깔고 하늘을 봅니다

별만 더럽게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