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소리를 내면 큰 소리가 돌아온다

작아도 충분해

by 고재욱

며칠 전 요양원에 입소한 남자가 있다. 그는 치매노인이 아니면서 치매노인을 지원하는 법에 의거하여 요양원에 입소했다. 그는 정신지체 2급이었다고 한다. 그는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새로운 등급을 받았다. 사람이 사람에게 등급을 매기는 일이 예사가 된 세상이다.


요양원에서 생활하다 삶을 마감한 노인들은 곧 잊힌다. 빈자리는 금세 다른 노인으로 채워지기 때문에 나는 그들의 이름조차 기억하기 쉽지 않다. 직원들에게는 노인의 평소 특징만 남는다.


- 그분 있잖아?

- 누구?

- 아 왜 왼쪽 편마비로 주로 침대에서 지내신 분 말이야.

- 아, 왼쪽 편마비 어르신.

이런 식이다. 나는 당뇨 합병증으로 한쪽 다리를 절단한 분이라든지 앞치마 정리를 도와주던 분으로 잊힌 그들을 기억한다. 며칠 전 입소한 그는 정신지체 2급으로 기억될 것이다. 내가 죽고 나면 나는 어떻게 기억될까 싶다. 직원들에게는, 고지식하고 원칙적인, 노인을 학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내부고발도 마다하지 않을 까칠한 동료로, 노인들은 나를 어찌 기억할까. 삶의 마지막 길에서 만난 젊은 사람 정도일까.

그는 장애인 시설에서 생활했는데, 요양원으로 옮겨졌다. 65세가 넘으면 장애인 시설에서 생활할 수 없다. 그는 장애인 법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자로 바뀌었는데, 그는 장애인 시설에서 생활할 때 그대로였다. 그는 바뀐 것이 없었지만 법은 그가 살 곳을 바꾸도록 명령했다. 며칠 전 그는 요양원에 입소했다.


그는 밤이 되면 나를 누나라고 불렀다. 낮이 되면 그는 나를 삼촌이라 불렀다. 그 덕분에 나는 여성과 남성, 양쪽을 오고 갔지만 나는 남자다. 나는 국방의 의무를 마친 군인이었고 남자가 확실하다. 그럼에도 그는 가끔 나를 누라라고 부른다. 그는 누나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는 듯했다. 여성에게는 한껏 콧소리를 내며 누나야! 다정하게 부른다. 남자에게는 다소 거리를 둔 표정을 지었는데, 나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그의 눈에 내가 여자로 보일 때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여자처럼 예쁘게 생겼다는 말을 차마 스스로 하기는 어렵다.


나는 치매노인들을 보살피는 일에는 전문가다. 나는 7년 차 요양보호사이고 특급호텔에서 익힌 서비스가 몸에 배어있다. 그동안 수백 명의 노인들을 만나며 쌓인 경험도 제법이었다. 장애인에 대해서는 익숙하지 않았다. 이틀 정도 유심히 그를 살펴야 했다.


그는 그에게 말을 건네도, 그에게 말을 걸지 않을 때도 항상 대답을 했다. 대답은 늘 '네'라는 한 마디다. 어떤 때는 작은 '네', 어떨 때는 큰 '네'가 그의 말이다. 그가 큰 소리로 '네'라고 말할 때 그의 턱은 들리고 눈빛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말하는 상대의 표정을 살피는 기색이 역력했다. 상대가 그의 큰 소리에 놀라면 그는 그 놀람에 다시 놀라는 듯했다. 그의 이력을 보면서 그 이유가 이해되었다.


20대 후반쯤에 그는 결혼을 했다고 한다. 회사도 다녔을 것이었다. 그때도 그는 정신지체 2급이었지만 정신지체 무급의 사람들이 도와준다면 일상생활이 가능했을 터였다. 한쪽의 사람들은 그에게 등급을 매기고 일정액의 돈을 주었고 한쪽의 사람들은 술자리에서 그를 두들겨 팼다. 이유는 모르겠다. 가해자가 보았을 때 그는 어수룩하고 느리고 고집스러웠을 거였다. 그러기에 그가 장애 있음으로 판정된 것이었지만 가해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고함과 폭력 앞에서 그는 더 망가졌다. 그 폭행 사건으로 인해 그의 장애가 더 나빠졌다고 그의 이력에는 기록되어 있다. 그가 여자 요양보호사를 잘 따르고 누나야!로 부르며 미소를 짓는 이유는 남자에 대한, 폭력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 듯했다. 그가 언제 결혼 생활을 그만두었는지는 기록에 없었다. 나는 그의 짧은 결혼생활이 행복했기를 바란다.


그의 큰 '네' 소리가 요양원 복도를 가로지른다. 한 요양보호사가 그에게 이런저런 말을 건네는 중이었다. 그녀의 마음은 그에게 다정했을 테지만 그녀의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말이 문제였다. 그는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것 같았다. 그의 대답 소리가 계속해서 커졌다. 그 앞에 있던 요양보호사가 돌아서며 난처한 얼굴이다. 그녀는 큰 소리를 내는 그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그녀의 독백에 짜증이 섞였다.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으로 상대를 이해하려고 한다. 그러고는 일이 잘 되지 않으면 상대방 탓을 한다. 몸을 심하게 흔드는 할머니가 있다. 휠체어에 앉은 상태에서도 몸을 흔드는 편인데, 손등이나 팔에 자주 멍이 들었다. 일부 직원은 할머니의 특징은 아랑곳하지 않고 할머니를 이동시키다가 상처를 내곤 한다. 할머니가 몸을 많이 흔들어서 그랬다는 것이다. 그들은 할머니가 몸을 흔들어 주지 않기를 바란다. 파킨슨 병을 앓고 있는 할머니가 할 수 없는 일인데도 말이다.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은 치매환자이다. 치매환자는 각종 증상들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육체적인 질병 외에도 심리적으로 편집증, 불안증, 불면증, 의심병, 병적인 자기애를 보인다. 치매환자가 아닌 사람 눈에는 비정상으로 보인다. 나는 그 비정상을 없애기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그 비정상이 병으로 인한 정상적인 증상임을 인정해 주는 사람이다. 나는 그 일을 위해 요양원이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큰 소리를 들으면 더 큰 소리를 낸다. 작은 소리로 말하면 더 작은 소리로 답한다. 그는 늘 두툼한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한다. 퇴근하는 길에 인사를 건넸다. 그의 '네'가 작았다.

- 다녀오겠습니다.

- 네.

- 내일은 쉬고 다음날 올게요.

잠시 생각하던 그가 '네'가 아닌 다른 문장을 들려줬다.

- 오기만 하면 돼.

그는 높은 콧소리와 미소를 덧붙였다.

나는 작게 대답했다.

'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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